연합뉴스·MBK파트너스 제공금융당국이 MBK파트너스와 홈플러스 경영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지난해 말 기업 회생 절차를 논의한 핵심 정황 증거이 담긴 내부 이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 혐의를 입증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가 될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수사 밀행성 등을 고려해 세부적인 조사 결과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면서도 "상당한 확신을 갖고 부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홈플러스·MBK는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알지 못했고 기업회생 역시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한 직후 준비했다고 반박했다.
24일 금융당국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최근 검찰에 긴급조치(패스트트랙)로 이첩한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은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 8명이다.
금융당국은 이들에게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하고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하면서도 이를 숨기고 단기체권(ABSTB 등)을 발행한 부정거래 혐의를 적용했다.
홈플러스 매장 모습. 황진환 기자
금감원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홈플러스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회생절차 신청을 계획한 정황이 담긴 내부 자료도 입수했다.
이미 2023년 말 홈플러스의 자금 사정 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지난해 말에는 한계에 도달했다는 내부 분석이 포함된 내용이다.
금감원은 이 시점을 전후로 "버티기 힘들면 회생(신청)으로 가자"는 취지로 논의한 임직원 이메일 등 내부 논의 자료도 확보했다.
앞서 금감원은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단기신용등급 강등('A3'→'A3-')이 확정 공시된 지난 2월 28일부터 회생 절차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혀왔는데, 이보다 더 이른 시점에 MBK파트너스가 강등 가능성을 인지한 정황을 포착한 것이다.
이 원장은 이날 자본시장 현안 기자간담회에서 "수사를 앞두고 있어 자세한 말씀은 어렵지만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조사한 결과 홈플러스 측이 사전에 신용등급 하락을 인지한 점, 상당 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김 회장 등 MBK 측이 투자자 피해 변제를 약속한 것을 두고선 "납품업체 불안이 지속되는데 3월부터 임대료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감액을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있다"추가 출자나 감자 등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구책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으면서 납품업체나 임대인, 채권자 희생은 강요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MBK 측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공유하는 이런 형태의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홈플러스와 MBK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내고 금감원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 했고 회생절차를 미리 준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측은 "지난 2월 25일 신용등급 하락 예정 사실 통보 직후 곧바로 이의신청을 준비했다. 다음 날(2월 26일) 한기평 면담에서 홈플러스에 대한 MBK의 1천억원 자금보충 약정,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 조건 변경에 따른 부채비율 저감 효과를 제공하고 설명했다"라며 "등급 하락을 예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가 2023년 회생절차 관련 자문을 구한 사실에 관해선 "일회성 자문을 구한 적이 있지만 현실성이 부족해 중단됐다"며 "3월 4일 회생절차 신청과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일부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그런 주장도 다 종합 검토했고 상당한 확실을 갖고 판단했다"고 잘라 말했다. "MBK가 다수 거래 업체들이 유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채권자인 금융기관 협조를 도와달라는 식의 요청까지 당국 쪽에 하고 있다. 매우 부적절하다"고도 했다.
한편 검찰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받은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이승학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기록 검토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미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가 홈플러스 경영진 등을 고발한 사건을 살펴보고 있어,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