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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불던 날, 태양광·풍력만으로 제주도 전체가 돌아갔다[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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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국내 최초로 일시 지역 RE100 달성한 제주
태양광·풍력만으로 4시간 전력 자급
심지어 남은 전기는 육지로 역송전, 제3해저선 덕분
제주 분산 특구 도전, 전기차가 전력원 되는 날 올까?


◆ 홍종호> 다음 이슈 가볼까요?

◇ 최서윤> 네. 강풍 불던 날 신기록 세운 제주도.

◆ 홍종호> 강풍 하면 아직까지 우리 뇌리 속에 이번 산불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이 강풍 때문에 제주도에서 재생에너지 100%, 그러니까 지역 RE100을 달성했다는 아주 반가운 소식이 있기도 하네요. 일시적이긴 했지만 이미 유럽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 드디어 한국 땅에서 처음으로 일어났습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제주도 도내 전체 전력을 풍력, 태양광 등 재생 에너지원만으로 생산하고 공급한 겁니다. 심지어 전력 생산량이 좀 남았대요. 그래서 잉여 전력은 육지로 역송전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 홍종호> 그렇습니다. 사실 제주도의 전력 공급은 세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지거든요. 육지에서 해저 케이블로 가기도 하고요. 제주 현지에 LNG 발전기가 있어 직접 공급하기도 하고, 동시에 태양광, 풍력이 같이 있는 거죠. 아직 재생에너지가 절대 비중이 제일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봄철에는 햇빛 좋고 바람 좋은데 전력 수요는 많이 없잖아요. 봄철에는 난방도 안 하고 냉방도 안 하니까, 이럴 때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같이 다 들어가면 전력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될 수가 있는 거죠.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최서윤> 우리나라가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더 높여간다면 제주도에서 지금 발생하는 일이 앞으로 전국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가 있잖아요. 그래서 상황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날 바람이 굉장히 강하게 불었다고 해요. 강풍 특보 내려졌고요. 순간 풍속이 초당 20미터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래서 이날 풍력 발전 이용률이 50%를 넘겼습니다.

◆ 홍종호> 굉장한 거죠.

◇ 최서윤> 네, 평소 육상 풍력 발전 평균 이용률이 20%, 해상 풍력이 30% 정도 된다고 해요. 그러니까 평균치를 크게 웃돈 거예요. 거의 2배가량 웃돌았다고 볼 수 있죠. 태양광 발전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일조량도 좋고 온도 조건이 적절해서 이용률이 73%에 달했습니다.

◆ 홍종호> 태양광의 연간 이용률은 사실 20% 미만이거든요. 비교적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73%라는 건 어마어마한 겁니다.

◇ 최서윤> 그래서 14일 오후 1시 기준으로 풍력과 태양광 발전량이 각각 217MWh, 369MWh가 돼서 총 586MWh에 달했습니다. 같은 시각 제주도 전력 수요가 532MWh였어요. 그러니까 공급량이 수요량보다 더 많았던 것입니다.

◆ 홍종호> 결국 풍력과 태양광에서 보내주는 전력의 양이 제주도 전체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았다는 거죠. 잘 없는 일인데 발생한 겁니다.

◇ 최서윤> 이때 잉여 전력이 171MWh 정도 됐는데 이 전력은 제1, 제3해저 연계선을 통해서 전남 완도 등 육지부로 역송했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이 제3해저 연계선이 작년 말 12월에 완공됐어요. 그래서 육지와 제주를 연계하는 세 종류의 HVDC가 다 있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역송이 가능한 거예요. 보통은 보냈는데요. 이제는 제주에서 만든 걸 육지로 보내는 역수출하는 일이 벌어진 거죠.

◇ 최서윤> 네. 원래는 제주도는 재생에너지를 많이 생산해도 문제였잖아요. 왜냐하면 너무 많이 생산하면 배전망에 과부하가 걸려서 블랙아웃, 정전 사태가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하면 전력거래소가 발전 사업자들한테 강제로 발전을 멈추게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 홍종호> 이른바 출력 제한이라고 하는 거죠.

◇ 최서윤> 그렇습니다. 근데 이제는 전력 네트워크가 더 유연해지면서 이게 가능해진 일이라고 볼 수 있겠죠. 육지부랑 제주 간에 연결된 해저 연계선이 시간당 최대 180MW 용량의 전력을 송전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덕분에 공급 과잉 문제도 효율적으로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 홍종호> 사실 재생에너지 산업 분야에서는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문이 바로 이거예요. 기껏 태양광 풍력 설치했는데 끊어버리고. 전기 공급 안 해주고 보상도 잘 안 해주니까 얼마나 힘들겠습니까? 사업을 계속 영유할 수 있을지가 불확실했는데, 이번에 케이블선이 연결되면서 훨씬 유연하게 잉여 전력이 있으면 다시 육지로 보냄으로써 전력망의 안정성을 도모해 주는 시스템을 갖추게 된 거니까 굉장히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최서윤> 맞습니다. 해저 케이블 덕분에 공급량이 탄력성이 생겼다고 볼 수 있고요. 또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동기조상기(전기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발전기 가동 상태를 유지하면서 전력 계통 안정성을 높이는 설비), 그러니까 탄력성을 높여주는 장비들을 더 많이 도입해서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을 계속해서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분산 에너지법이 시행되면서 분산 에너지 특화 지역, 줄여서 분산 특구 지정이 지금 현재 진행 중입니다. 17개 광역 지자체 중에서 11곳이 참여했는데 제주도도 지정 신청했고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이 분산 특구가 사실 전국에 재생에너지 분야를 포함해서 지자체에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법이 통과되면서 실현이 높아진 건데요. 정부가 특별 구역을 지정해서 한마디로 그 안에서 전기 만들고 그 안에서 전기를 소비하자, 지역 내에서 만들어서 소비하게 되면 송전망 건설에 대한 부담도 훨씬 줄어들잖아요. 이거를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이라고 볼 수 있겠죠.

결국은 풍력, 태양광 발전을 재생에너지 쪽을 지역에서 많이 하게 되면 이걸 필요로 하는 RE100과 같은 걸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또 이곳에 입지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이 있는 시스템이 시작됐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 최서윤> 말씀하신 것처럼 이 분산 특구에서는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상대적으로 설비 용량 규모가 작은 전력 사업자가 사용자한테 전기를 직접 공급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한전을 거치지 않고도 민간 사업자가 기업에 직접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게 핵심이죠. 이렇게 되면 전기 요금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나 2차 전지처럼 전력 소비를 많이 하는 첨단 산업을 유치하는 데 도움이 될 걸로도 기대되고 있고요.

제주도 같은 경우에는 ESS와 차량 전력망 연계 시스템, 그리고 수요 혁신 이런 세 가지 사업 모델을 앞세워서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고 해요. ESS는 많이 아시는 남아도는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하는 방식이고, 차량이랑 전력망 연계 시스템은 전기자동차를 전력망이랑 연결해서 배터리에 남은 전력을 보관하는 방식입니다.

◆ 홍종호>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보통은 전기를 자동차에 공급해 줬는데 이제 자동차가 전기를 전력망에 공급하는, 양방향이 가능해지는 세상이 되는 거죠.

◇ 최서윤> 네, 그리고 또 제주도가 도입하는 수요 혁신 같은 경우에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시간대별로 수요를 분산시켜서 계통 안정성을 높이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의 전력 시스템인지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술정책센터 연구위원 설명 듣고 오실게요.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김선교 연구위원 (유튜브 채널 씨리얼 '기후 재앙에 대처하는 우리나라의 자세' 인터뷰 중) > 기존의 전력 시스템은 100년 동안 구축된 거잖아요. 예전에는 중앙에서 알아서 다 내가 책임져 주겠다, 대형 발전소와 대형 시설들이 상징되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해서 경제 성장하는 게 중요한 이슈였던 것 같아요. 근데 지금은 전기를 어떻게 하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가, 에너지 소비적인 관점이 상당히 중요해요. 그럼 우리가 전기를 생산하고 운영하는 방식 역시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을 때 왜 에너지 산업, 전력 산업은 스마트하면 안 될까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태양광 같은 경우에는 생각해 보면 작은 규모로도 존재하죠. 집에도 달 수 있죠. 전기차 같은 경우에는 배터리를 가지고 있잖아요. 방전을 하게 되면 발전원이 되는 거고 충전을 하게 되면 소비를 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러면 그 충전 방전을 언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거예요.

태양광이 여러 개가 있고 전기차도 여러 개가 있고 이러한 부분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모아서 하나의 커다란 발전소처럼 운영하겠다, 라는 걸 가상발전소라고 해요. 네이버 같은 IT 기업이 될 수도 있고 SK텔레콤과 같은 통신 기업이 될 수 있고 아니면 협동조합이나 스타트업의 형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기업들이 "지금 이만큼이 더 필요해? 그러면 지금은 이만큼을 더 사용해도 돼" 이런 식의 신호를 주게 되고, 예를 들면 이상 고온이 됐어요. 그러면 전기가 남았어요. 그러면 지금 충전하면 공짜예요. 근데 반대로 저녁에는 바람이 안 불어서 풍력 발전기의 출력이 떨어져요. "지금 상황에서는 전기가 더 많이 필요해요"라고 하면 전기를 덜 사용하게 하는. 분산화돼 있지만 서로 연결돼 있잖아요.

기술의 변화는 연결이라고 보시면 돼요. 이 똑똑한 전력망 안에서는 그 연결을 통해서 우리가 우버처럼 시간에 따라서 전기 요금도 변화하고 그런 부분들을 유연하게 운영한다면 정말 많은 에너지 문제들이 불확실성을 풀 수 있는 숙제가 될 수 있겠죠.

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CBS 경제연구실 유튜브 캡처◆ 홍종호> 우리 김선교 박사의 설명이 상당히 명쾌한데요. 이미 유럽에서 어떤 일도 있냐 하면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많아지면서 아예 "제발 전기를 써달라"고도 해요. 그래야 전력망의 안정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그럼 가격을 확 낮추죠. 아까 최 기자도 가격 낮아진다고 얘기했지만 심지어 마이너스 프라이스도 있습니다. 돈 줘가면서 "제발 써라". 시스템이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하고 있고요. 앞으로 분산형 전원이 대세가 되면 일어나는 너무나 놀라운 일들이 이미 벌어지고 있고 한국에서도 그런 일이 앞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일자리도 만들어지고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도 생겨나는 거죠.

◇ 최서윤> 이 분산 특구가 그런 물꼬를 틀지 주목이 되는데, 제주도가 이 특구 지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지자체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지정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지고 있습니다. 분산 특구로 지정되면 2,900억 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할 수 있고요. 1,900여 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거로 지금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정 여부는 다음 달 말에서 6월 초쯤 발표될 예정인데 어떻게 될지 지켜볼 필요 있을 것 같네요.

◆ 홍종호> 지금 우리나라의 정치 상황이 참 불확실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정치 분야에서 제대로 된 리더십을 통해서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 열심히 달려야 할 텐데요. 그중에 하나로 이런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파생되는 분산 전력 시스템, 전력 안정망을 높이기 위한 각종 하드웨어적인 소프트웨어적인 기술 개발, 여기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청년들의 미래 가능성에 대한 희망 이런 것들이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당장 올해부터 많이 벌어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어요. 지금까지 CBS 최서윤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서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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