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오는 6월 3일 대선 전에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지 약 한 달 만인 지난 22일, 사건을 전원합의체(전합)에 회부했으며, 사흘 만에 두 차례나 논의에 들어가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관례 벗어난 합의기일 '이례적'…"조희대 의지 반영"
이 전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은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며 최대 '사법 리스크'로 부상했었다. 판결이 확정될 경우 10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돼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표의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사건은 이제 대법원으로 넘어갔고, 전합에 회부됐다.
통상 전합은 내규에 따라 한 달에 한 번(매월 세 번째 목요일) 합의기일이 열린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전 대표 사건은 합의기일을 연거푸 잡았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첫 합의에서 향후 전합 진행 절차와 쟁점 논의를 했고, 지난 24일 두 번째 합의에서는 실체적 쟁점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에 착수했다.
이같이 관례를 벗어난 합의기일 지정에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원칙을 강조해 왔다. 선거법 사건의 처리 기간 등을 고려해 원칙대로 신속하기 하려는 취지로 읽힌다"라고 했다. 속도전에 신속 재판을 강조하던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조 대법원장은 그간 선거법 사건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내 선고해야 한다는 '6·3·3 규정'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 나아가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던 헌법재판소와 비교해 대법원장의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강해 속도가 붙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표 사건은 주요 사건인 만큼 사건이 접수된 직후부터 재판연구관 등이 검토해 왔다고 한다. 인원은 소수로 수석재판연구관과 형사조의 조장 연구관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들은 합의에서 재판연구관 검토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이 전 대표의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 사건에서 쟁점은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발언과 △백현동 발언 두 가지다. 1심은 이 전 대표 발언들이 고의로 한 거짓말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단을 모조리 뒤집고 김 전 처장 관련 발언은 '행위'가 아닌 '인식'에 관한 발언이라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고, 백현동 발언은 허위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표명'이라고 불과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정치인의 표현의 자유에 힘을 실어 준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두 번째 기일을 여는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연합뉴스선고 시점 촉각…대선 전 결정 전망에 무게
특히 다음 달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대법원의 선고 시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은 현재까지 추가 합의기일은 잡지 않았다. 대법원 전합은 한두 차례 합의 기일을 더 진행한 뒤,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 재판연구관 출신의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이 합의를 이어간 건 (대선 전) 조기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은 다음 달 11일까지다. 이후 각 후보는 공식선거운동에 돌입하기 때문에 대법원이 그 전에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판결문 작성 시간까지 고려할 경우 시기는 더 밀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선고 시점뿐 아니라 선고 결과가 이 전 대표 대권 가도에 더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법원이 원심 취지대로 무죄를 확정하면 이 전 대표 사법 리스크는 한결 가벼워진다. 다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하면 당장 대선은 치를 수 있지만 정치적 부담은 이어질 수 있다. 한 형사법 전문 변호사는 "대법원이 선거 플레이어 역할을 한다는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선고 전 상고기각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한편 전합 합의 과정은 전면 비공개다. 국가 최상급 보안시설에 해당하는 대법원 내에서도 전원합의실은 '보안 구역'이다. 전원합의실에는 내부 논의 내용을 외부에서 알 수 없도록 도청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