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결국 우려했던 유심 대란으로 번졌습니다.
유심을 교체하기 위해 대리점에 긴 줄이 늘어섰고, 온라인에선 유심 교체 사전 예약 시스템마저 일시 먹통이 되는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가입자들의 집단 소송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는데요.
산업부 김명지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기자]
네.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이 유심 무료교체 서비스를 시작한 가운데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SKT 대리점에서 유심 교체를 하기 위한 이용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SK텔레콤이 확보한 유심은 현재 100만 개 정도로, 가입자 2300만 명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류영주 기자
[앵커]
SKT의 유심 교체 지원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오늘, 전국 SKT 대리점 곳곳에서 이용자들의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우선 SKT가 해커에 의한 악성 코드, 해킹 사실을 발견한 건 지난 18일입니다.
SKT는 20일 정부에 이러한 사실을 신고했고, 22일 일반 대중에 공개한 데 이어 25일에는 이용자들에게 무료로 유심을 교체해 주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늘부터 전국 SKT T월드 매장 2600여 곳에선 본격적인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가 시작됐는데요.
대리점 문이 열리기도 전인 이른 아침부터 대기줄이 생기고, 번호표를 뽑고, 그런데도 물량이 오전부터 동이 나는 상황에 큰 혼란이 빚어졌습니다.
이 소식은 현장에서 사회부 송선교 기자가 전해드리겠습니다.
[송선교 기자]
오늘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앞에는 방문객 수십 명이 길게 줄을 섰습니다.
모두 유심 무료 교체 서비스를 받기 위해 모인 SK텔레콤 가입자들입니다.
교체 서비스 개시 시각은 오전 10시지만, 그보다 몇 시간 앞서 나와 기다린 사람들도 다수였는데, 이들은 대부분 허탕을 치고 돌아갔습니다.
유심 재고 부족으로 현장 대기자들이 아닌 사전 예약자들에게만 교체 서비스가 이뤄진 건데, 소중한 시간을 허비한 고객들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류영주 기자[SKT 이용자]
"뉴스 뜬 거 보니까 월요일 10시라고 그래서 간 건데, 뭐 없대요. 이 상황, 그리고 왜 제가 줄을 서 있어야 되는지도 이해가 안 돼요."
[송선교 기자]
현장에서 만난 SKT 가입자들은 하나 같이 자신의 소중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유출된 유심 정보가 불법적으로 이용될까 불안해했습니다.
[SKT 이용자]
"명의 도용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왜냐하면 여기에 이제 대부분 개인정보 다 넣어놓잖아요. 핸드폰에 그래서 그거 전부 조합하고 이러면 가능하다."
[송선교 기자]
이렇게 주요 대리점마다 혼란상이 이어진 가운데, SKT 대리점 직원들도 유심 교체 사전 예약 방법 등을 설명하는 데 하루 종일 진땀을 뺐습니다.
CBS 뉴스 송선교입니다.
[앵커]
SKT도 이런 수급난을 예상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그래서 SKT는 어제부터 유심 교체에 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유심보호서비스 가입을 권하고, 유심을 교체하더라도 온라인 예약 서비스를 이용해 달라고 했습니다.
유심보호서비스는 이용자 유심 정보가 탈취, 복제되더라도 타 기기에서 이용자의 명의로 통신서비스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서비습니다.
다만 현재로선 해외 로밍 시 사용이 불가능하단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 달까진 이용이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선한다는 방침이지만요.
더욱이, SKT가 이러한 현장 혼란을 우려해 마련했던 유심 교체 온라인 예약 신청 시스템마저도 한때 대기 인원이 12만 명 가까이 생기는 등 수요가 폭발하면서 일시 먹통이 빚어졌습니다.
[앵커]
이렇게 기다리고 예약하면 유심을 교체받을 수 있는 건 맞는지 의문도 듭니다.
류영주 기자[기자]
현재 SKT는 약 100만 개의 유심을 보유하고 있고, 다음 달 말까지 500만 개의 유심을 추가 확보할 예정인데요.
문제는 이 수량이 이번 유심 교체 대상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단 점입니다.
SKT 가입자 2300만 명과 SKT 망을 쓰는 알뜰폰 가입자 187만 명을 합하면, 교체 대상자는 약 2500만 명에 달합니다.
2500만 명 중 실제 유심을 교체하려 하는 사용자가 얼마나 될지, 이에 맞춰 SKT가 추가 물량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을지 SKT 측의 추가적인 계획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앵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다급하게 유심을 바꾸려고 할 만큼 이용자 입장에선 불안감이 상당한 거죠.
[기자]
불안의 핵심은 SKT가 유심 정보를 해킹당하긴 했는데, 구체적으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직 제대로 밝혀진 게 없다는 점입니다.
우선 이번 해킹으로 가입자별 유심을 식별하는 고유식별번호, 유심 인증키 등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를 악용해 개인 금융자산을 갈취하는 이른바 심스와핑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가 있습니다.
또, 이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등 다른 민감정보도 털려나간 건 아닌지, 털렸다면 그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역시 아직 오리무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부산에선 한 60대 SKT 이용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알뜰폰이 개통되며 은행 계좌에서 5천만 원이 빠져나가는 피해를 봤다고 신고해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사례도 나왔습니다.
[앵커]
금융사고를 우려한 캐피탈사, 카드사, 보험사 등의 SKT 이용자 본인인증이 중단되면서 2차적인 불편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기자]
맞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KB캐피탈은 홈페이지에 공지문을 게시하며 기존의 SKT 휴대전화 인증을 통한 로그인 서비스를 당분간 사용할 수 없다고 안내했습니다.
KB라이프와 농협생명은 이미 SKT와 SKT 알뜰폰 인증을 제한하기로 결정했으며, 농협생명은 오늘부터 이틀간 SKT 인증을 전면 중단할 예정입니다.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SKT 이용자들에게 유심보호서비스 가입과 유심 교체 등을 권고했습니다.
[앵커]
이용자들의 집단행동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해킹 사태 이후 'SKT 유심 해킹 공동 대응 공식 홈페이지'가 개설됐는데요.
이곳 운영진은 언론사에 보낸 메일에서 "유출된 정보는 휴대전화 번호 인증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금융, SNS 등에서 중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SKT의 대응은 매우 미흡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해킹 피해에 대한 집단 소송을 검토하며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도 진행 중입니다.
[앵커]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산업부 김명지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