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수속을 밟고 있는 일본 관광객들. 좌측은 한국에서 구매한 쌀. 최원철 기자지난 26일 인천 국제공항 제1터미널. 일본 관광객들 사이에 쌀 포대가 눈에 띄었다. 취재진은 한국산 쌀을 구매한 일본 현지 시민에게 다가가 그 배경에 대해 물었다.
A씨는 CBS노컷뉴스에 "일본산 쌀값이 너무 비싸진 데 비해 한국산 쌀값은 오르기 이전 수준이라서 구매했다"며 "(지금)일본에선 아무리 할인해도 한국쌀보다 비싸다"고 답했다.
그는 "동남아산 쌀과 달리 지역이 가까운 만큼 일본산 쌀과 맛과 찰기가 비슷해서 먹는데 어색함이 덜하다"며 "마음 같아선 20kg을 가져가고 싶지만 그러려면 위탁수하물값을 더 내야 해서 5kg을 캐리어 안에 넣어 가져간다"고 웃었다.
일본산 쌀과 한국산 쌀의 맛 차이에 대해선 "한국에도 고시히카리가 있어서 놀랐다"며 "일반쌀과 별 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에는 여러 지역의 브랜드쌀이 있는데 그건 확실히 맛있다. 한국에도 유명한 쌀이 있다고 들었다. 이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 여행을 하면서 여러 식당의 쌀밥을 먹었는데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 쌀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한국산 쌀을 구매하는 현지인이 늘고 있다. 공항 관계자는 한국산 쌀을 위탁수화물로 부치는 승객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항 관계자는 "바퀴가 없는 짐은 모두 바구니에 올려붙이는데 20kg 쌀 포대를 그대로 부치는 분도 있었다"며 "박스로 포장해서 부치는 승객 가운데 캐리어 안에 넣는 승객도 있다"고 귀띔했다.
온라인에서도 인증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이 "한국산 식재료는 자주 위생 문제가 발생한다", "한국산 쌀은 방사능과 농약이 걱정" 등이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지만, "큰 차이 없다", "맛 괜찮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한국산 쌀을 구매하는 현지 누리꾼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일본으로 쌀을 반입하기 위해 수출식물검역증명서를 받은 한국 쌀은 지난해 같은기간 16kg에서 1250kg로, 약 78배 이상 늘었다.
지난 18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3월 전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현지 전국 쌀 가격은 15주 연속 상승해 5kg 기준 평균 4214엔(약 4만 2천 원)에 달했다. 최근 1년간 누적 상승률은 92.1%에 달한다. 이는 1971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도쿄 한 마트 매대에 저렴한 현지 쌀은 이미 완판됐다. 최원철 기자실제로 취재진이 도쿄 시내 한 마트에 가보니 저렴한 현지 쌀이 비치된 매대는 이미 비었다. 남아있는 쌀은 10kg 기준 8280엔(약 8만 3600원)에 달해 상대적으로 비쌌다.
이와 관련 일본 마트 직원은 CBS노컷뉴스에 "일반마트 중 비싼곳은 일본생산 쌀 1kg에 1천 엔에 달한다"며 "우리 점포와 같은 할인점은 2kg에 1700~1800엔정도, 5kg은 3천 엔 후반~4천 엔 중반 정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쌀이 입고되면 금방 팔린다. 쌀이 비싸다 보니 주로 5㎏ 미만 낮은 용량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고 전했다.
이같은 현지 쌀값 상승에 대해선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9일 일부 대형 유통업자가 경매에서 비싼 값으로 쌀을 매점하고, 중소 유통업자의 접근을 막아 쌀값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에토 농림수산성은 최근 쌀가격 폭등의 원인을 국민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그는 "오일 쇼크 때 화장지가 바닥난 적 있다. 모두가 생계유지를 위해 한꺼번에 화장지를 샀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지난해보다 많은 18만 톤의 쌀을 수확했다. 인터넷을 통해 퍼진 소문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