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미국의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 교황(가운데). 연합뉴스2000년 가톨릭 교회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 선출되자 미국 정치권과 가톨릭계는 크게 환호했다. 전·현직 대통령들도 "미국에 큰 영광"이라며 잇따라 환영의 뜻을 밝혔다.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8일(현지시간) 133명의 추기경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교황으로 선출됐다. 교황명은 '레오 14세'다. 일리노이주 시카고 태생인 그는 미국인으로는 처음 교황 자리에 올랐으며, 아메리카 대륙 출신으로는 아르헨티나 국적의 전임자 프란치스코에 이어 두 번째다.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된 프레보스트 추기경은 콘클라베 이틀째까지도 유력 후보로 부각되지 않았던 인물이다. AP통신은 그간 바티칸에서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세속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점 때문에, 미국인 출신 교황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같은 배경 속에서도 프레보스트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되자 그의 고향인 시카고에서는 놀라움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시카고 대교구의 주교좌 성당인 '거룩한 이름 대성당(Holy Name Cathedral)'에서는 낮 미사가 진행 중이었고, 교황 선출 소식이 전해지자 축하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현장학습 중이던 인근 가톨릭 학교 학생들은 스타벅스 컵을 손에 든 채 성당 앞을 뛰어다니며 "교황 만세!(Long live the pope)"를 외쳤다.
시카고 대교구 총대리를 맡은 래리 설리번 주교는 대성당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시카고와 미국에 흥분되는 날"이라며 "시카고의 방식은 함께 모여 믿음을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일제히 긴급 특보를 내고, 홈페이지에 라이브 페이지를 개설해 실시간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특히 가족, 지인, 동료 사제, 어린 시절 이웃 등을 인터뷰하며 레오 14세의 숨겨진 이야기와 인간적인 면모를 경쟁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프레보스트 추기경에게 축하를 건넨다. 그가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우리나라에 큰 영광이다. 그를 직접 만나고 싶다. 매우 의미 있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교황 선출을 앞두고 미국인 교황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지난달 29일 "내가 교황이 되고 싶다. 그게 내 넘버원 선택지"라고 농담하며 "우리는 뉴욕에 매우 훌륭한 추기경이 있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교황 복장에 자신의 얼굴을 합성한 이미지를 SNS에 게시해 화제와 논란을 모았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라틴어로 '우리에게 교황이 있다'는 뜻). 일리노이 태생의 레오 14세 교황에게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바란다"며 "질 바이든과 함께 그의 선출을 축하하고 성공을 기원한다"고 SNS를 통해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역시 "미셸과 나는 시카고인인 그에게 축하를 전한다. 미국에 역사적인 날"이라며 "그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을 이끄는 신성한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기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알려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나는 교황 성하를 위해 기도하며, 성령께서 그분이 교회를 이끄는 데 지혜와 힘, 은총을 내려주시길 바란다"며 "미국은 첫 번째 미국 출신 교황과 함께 우리의 오랜 관계를 심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