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터진 SK텔레콤 해킹 사태가 위약금 문제에 이어 별도 손해 배·보상은 물론, 이동통신업계 전반의 보안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요구로도 확대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위약금 등에 관해 '신중' 기조를 내세웠지만, 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정치권에선 전담 TF팀 구성에 나서는 등 통신업계 전반으로 압박 범위를 넓히고 있다.
대선 맞물린 해킹 사고…압박 힘주는 정치권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번 SKT 해킹 사태는 가입자들의 이탈에 따른 위약금 면제 문제는 물론, 피해 보상,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 사안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SKT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여론, 나아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론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볼륨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면서 '위약금 면제'를 압박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가 대표적이다. 최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지만, 이 자리에선 사측의 위약금 면제는 물론 별도의 보상 가능성에 대한 질의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거론됐다.
SKT 사태 관련 집단소송까지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더욱 힘을 주고 있는 셈이다.
과방위의 한 관계자는 "사기업인 SKT에 위약금 면제 등을 어느 정도로 압박할 수 있을지 세부적으로는 당연히 과방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면서도 "여론이 워낙 좋지 않은데 대선 기간 상임위가 열리지 않으니 '계속 지켜보겠다'는 경고 취지의 구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7일 서울 중구 SKT타워에서 열린 유심 정보 유출 관련 일일 브리핑에 참석, SK텔레콤에서 일어난 해킹 피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위약금, 보상 등 통신업계 전반 향하는 화살에 경각심↑
사태는 SKT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나아가 통신시장 전반을 향한 압박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과거 대선을 앞두고서는 '통신요금 인하' 등이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으로 꼽혔는데, 이번엔 보안 문제를 비롯한 통신사 책임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타깃이 이동한 셈이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SKT 청문회에서 "과방위 내에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대선 이후 SKT뿐만 아니라 모든 통신사를 대상으로 보안 상황을 점검하는 현안 질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과방위는 같은 날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사무실에 'SKT 사태 계속 모니터링 및 통신사 보안점검 TF 구성안'을 전달하면서 보좌진과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약금, 손해배상 등 문제는 SKT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유사 사례가 발생할 시 더 큰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장기적으로 보안과 관련한 요구가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과기부는 SKT 측의 '책임'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을 아끼고 있다.
유상임 과기부 장관은 지난 9일 월례 브리핑을 통해 "위약금 문제가 SKT 입장에선 사운(社運)이 걸릴 정도의 큰 문제일 수가 있기 때문에 (과기부도)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약금 형식이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보상 방안을 정부와 SKT 간 협의했는지 묻는 말엔 "보상금 문제는 회사가 별도로 하는 것"이라며 "아마 SKT도 고객 유지를 위해, 고객의 정신적 피해를 보상한다는 차원에서 일정 부분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한지만, 대화(협의)한 건 없다. SKT가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