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의 구조개편을 위해 정부가 꾸린 전문가 그룹이 최임위를 전문가 중심으로 재편하고, 최임위 산하 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구간을 정한 후 최임위가 최종 결정하는 '이원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다만 노동계가 최임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방안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선데다, 윤석열 정부 시절 구성된 이들 전문가 그룹의 제안이 얼마나 제도 개편에 반영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이하 연구회)가 활동을 종료하며 그간의 논의 결과를 담은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15일 밝혔다.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는 노동부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발족한 전문가 기구로, 정부는 올해 안에 제도 개편안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연구회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최저임금 구분적용 및 특례 △최저임금 결정기준 등 3개 항목의 개선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우선 현행 노·사·공익위원이 9명씩 총 27명이 모인 최저임금 결정체계에 대해 규모가 해외에 비해 과도하게 커서 의견을 모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노사 양측은 양대노총이나 경총, 중기중앙회 등과 같은 전국 단위 단체가 최임위 위원 추천권을 독점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쉽지 않고, 독립성도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연구회는 최임위 이원화 구조를 기본으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2019년 노동부가 내놓았던 최임위 이원화 계획과도 유사한 내용이다.
연구회는 △노·사·정이 전문가로만 3배수 인원을 구성, 추천한 후 논의하여 최종 15명의 최임위 위원을 구성하거나 △추천방식 및 구성은 그대로 두되 최임위 인원을 15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만 두 방안 모두 최임위 산하 전문위원회에 노사가 직접 참여하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임금수준전문위원회'가 노사 최초 제시안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의 상하한선을 정해 최임위에 부의하고, '제도개선전문위원회'는 최저임금 적용 대상 등을 논의하면 최임위가 최저임금 대상과 수준 등을 최종 결정하는 식이다.
이 외에도 최임위원장을 단순히 호선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선출해 리더십을 강화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경영계가 주장해온 최저임금 차등적용 논란에 대해서는 "업종의 객관적 기준을 설정하기 어렵고, 업종간 지불능력을 산정하기 어려우며, 업종내에서도 기업규모 및 지불능력 편차가 심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사실상 차등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업종단위에서 노사간 합의를 거쳐 임금수준을 정하고 이를 법정 최저임금으로 요구하는 경우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를 심의해 구분 결정 여부를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동계가 주장하고 있는 도급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요구에 대해서는 "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지 않는 도급제 종사자라고 하더라도 최저임금 적용을 위해서는 근로자로 인정되어야 한다"며 "그 경우 별도 적용 필요 여부는 당사자들의 요구로 최저임금위원회가 심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들의 노동자성을 우선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경제지표를 고려하되, 최임위의 재량권을 강화하자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각계에서 제기하는 다양한 기준을 모두 고려할 수 없다며 "현실적으로 결정기준은 최저임금위원회가 포괄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또 특정 지표로 구성된 결정 산식을 활용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임금 결정의 경직성을 높여 경제·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약화시키며, 무엇보다 현행 노사정 삼자 협의의 사회적 결정 체계가 무력화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경제·노동시장 통계로서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고려하는 경제성장률, 물가인상률 등을 포함하고, '고용에의 영향'과 근로자 생계비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경제지표를 고려하되 다양한 경제사회적 여건을 종합해 결정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위원회에 기준 결정의 재량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했다.
이번 연구회의 제안에 대해 양대노총은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 일방적인 제안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지난해 11월 연구회 발족도 일방적으로 강행하더니, 2026년 적용 최저임금 심의 기간에, 그것도 21대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느닷없는 발표"라고 지적하고, 노동부를 향해 "최저임금을 정치적 흥정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결코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15인 전문가를 중심으로 최임위를 재편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이 가진 경제·사회적인 영향력을 소수 엘리트 집단의 전유물로 독점화를 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위원회 규모는 줄이자면서, 다양한 이해를 대표하는 위원 구성을 하자고 명시되어 있다. 또한 업종별 차별 적용은 노사 자율 합의를 통해 심도 있게 가능하다 명시해놓고, 도급제 노동자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며 연구회의 제안 자체가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회의 전·현직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핵심 주장인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대한 위원회의 재량 부여권은 공명정대해야 할 공익위원들의 정치적 월권이자 사실상 노동자 위원·사용자 위원의 책무와 권리를 독점하겠다는 야욕을 공식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동부는 앞으로 연구회의 제안과 과거 제도개선 논의 결과 등을 바탕으로 노사 등 각계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합리적이고 수용성 높은 제도개선을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