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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끼임 사망"…반복되는 SPC 계열 빵공장 잔혹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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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기계벨트에 윤활유 뿌리다 참변
'삐걱 소리'에 몸 넣어야 했단 진술 확보
2022년 이후 3번째, 노동부·警 총력 수사
매번 '안전관리' 도마에…이번도 '판박이'
중처법 재판 해도 집유, '솜방망이' 논란
"대량생산 공정 화근…최고 책임자 처벌"

사고가 발생한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사고가 발생한 기계. 시흥소방서 제공
SPC그룹 계열사들의 빵공장에서 또 다시 '끼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그동안 회사 측의 안전관리 시스템 개선 약속이 '공염불'에 그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벽+좁은 틈서 벨트에 윤활유 뿌리다 참변


19일 경기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쯤 시흥시에 있는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 A(56·여)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당시 A씨는 뜨거운 빵을 식히기 위해 여러 층으로 쌓인 대규모 원형 선반 형태의 기계에서 작업하던 중, 선반을 돌리는 아래쪽 벨트가 있는 틈으로 몸을 넣어 윤활유를 뿌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기계에 몸이 끼면서 변을 당한 것.

사고 직후 공장 작업을 전면 중단시킨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동일한 작업을 할 때 컨베이어벨트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리면 직원들이 몸을 깊숙이 넣어 윤활 작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진술 등을 토대로 세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사고 과정과 안전 관련 수칙 위반 여부 등이 확인된 건 아니지만, 끼임이 발생했을 당시 주의·경고 조치나 즉각 구조가 되지 않은 만큼 안전관리 책임자 등을 상대로 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에 관한 수사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삐걱삐걱 거리면 안 되니까 잘 돌아가게끔 기름칠을 해주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안전관리 관련해 어떤 수칙이 적용되는 현장인지, 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를 확인하고 있고, CCTV 화면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때마다 '안전관리' 도마에…매번 '판박이'


SPC 계열 공장에서의 사망사고는 이번만이 아니다. 매번 사고 때마다 현장 안전관리 부실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22년 10월 SPC 그룹 계열사인 SPL 평택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는 작업 도중 소스배합기에 앞치마가 빨려 들어가면서 몸이 끼여 숨졌다.

기계 덮개를 열면 자동으로 멈추는 자동 방호장치가 없었던 데다, 매뉴얼에 따라 2인 1조 작업이 원칙이었으나 사고 순간 동료 직원은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노동조합 측에 따르면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애초 3인 1조 근무 요구가 잇따랐다고 한다.

이 공장에선 일주일 전에도 비정규직 직원의 손이 20분간 기계에 끼이는 사고도 있었다.

이듬해인 2023년 8월 SPC 샤니 성남 제빵공장에서는 50대 여성 노동자가 원형 통에 담긴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 통에 옮기는 중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났다. 이 노동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다 끝내 목숨을 잃었다.

2인 1조 근무 수칙은 지켜졌지만, 동료가 리프트 기계 아래쪽에 있던 희생자 위치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기계를 작동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남 공장 역시 사망 사고가 나기 전 잇따라 직원들의 손가락이 기계에 끼어 절단되거나 부러지는 부상을 입은 바 있다.

종합해보면, 위험이 도사린 작업현장에서 세밀하고 밀착된 관리·보호 체계 없이 사고를 당한 점이 이날 시흥 공장에서의 사고와 '판박이'다.

또한 희생자들 모두가 여성으로, 물리적인 힘이 크게 요구되는 일을 하거나 좁은 틈에서 위험한 자세를 취하다 사고를 당한 것도 공통점이다.

앞서 SPL 평택공장 사고 때 파리바게뜨공동행동과 화섬식품노조는 "배합수당을 추가로 받을 정도로 힘든 공정인데 평소 여성 배치에 대한 현장 불만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량생산 맞춰 안전 강화…중처법 제대로 적용해야"


이처럼 SPC 계열사에서 유사 사고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고 경영자에 대한 엄벌을 통해 사고 예방 조치를 강화하려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

SPL 강동석 전 대표이사는 지난 1월 수원지법 평택지원으로부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으로 징역 3년을 구형했지만, 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형량이었다.

SPC 측은 SPL 평택 공장 사고 후 각종 재발방지 대책들을 쏟아냈다. 당시 SPC는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1천억 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도 SPC 삼립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을 내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게 깊은 위로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거듭된 비극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높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책팀 오세형 부장은 "대량 생산 작업 과정에서 위험한 공정들이 존재하는데, 사전 안전 체계와 현장 관리감독은 부실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에 맞도록 CEO를 제대로 엄벌해야 재발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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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2

새로고침
  • NAVERchrisprince2024-05-21 09:49:37신고

    추천3비추천1

    증원에 따른 교육 부실화 우려 등 의대생 측의 손해가 예상된다고 인정하면서도, 의료개혁의 필수 전제인 의대 증원이 중단됐을 때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 의대증원이 중단되면, 현재 수준으로 모집하는건데 사회적 피해가 더 크다? 뭔가 맞지 않는다.

  • NAVER삐따지2024-05-21 09:08:29신고

    추천1비추천5

    이료 해외 전면 개방하고 전문 간호사제도 도입하면 해결될 문제다

    이번에 못하면 앞으로 절대 못한다
    이문제만은 윤석렬 정부가 잘하는것중 하나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