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저녁 서울역광장 집중유세에 앞서 지지자들에게 큰 절을 올리는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의원들. 이은지 기자"요즘에 힘드시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서 진심으로 (유세를) 다닐 때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누구를 탓하기 이전에, 우리 자신이 깊이 이 책임을 느끼면서 앞으로 더 잘하겠다는 다짐의 약속을 담아 서울 시민과 우리 국민들에게 큰 절을 한 번 올리겠습니다." 19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진행된 집중유세에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무대에 오르자마자 대뜸 모여든 청중을 향해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이날은 현장을 찾은 같은 당 의원들도 함께였다.
당초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야당 의원의 사과 요구에 끝까지 불응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이를 아예 '꼿꼿문수'라는 슬로건으로 브랜드화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한덕수 단일화' 파동을 거쳐 후보로 재확정되고 열린 이달 11일 의원총회에서는 "제가 더 넓게 품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큰 절을 올렸다. 그에게는
큰 절이 당 내 화합을 표방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인 셈이다.
실제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주 영·호남을 훑고 이날 하루를 서울에 오롯이 쏟은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이들이
'원 팀(one team)'임을 계속 강조했다. 앞서 한 전 총리를 당 후보로 교체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면서 김 후보와 갈등을 빚었던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전 유세차 연단 위에 선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당원 투표 부결로 단일화가 무산되자 자진 사퇴한 권 전 비대위원장은 마이크를 잡고 "용산의 권영세다. 갈등도 좀 있습니다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가 하나로 됐나"라고 외쳤다. 이어 "선거에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하나로 돼야 한다"며 "이번 선거가 어렵단 분도 계시지만 제가 대선을 여러 번 치러 보니 쉬운 선거는 하나도 없다. 쉽다고 방심하면 우리는 졌고, 어려워도 함께 뭉쳐서 노력하면 우리는 이겼다"고 말했다.
권 전 비대위원장은 "조금 더 노력할 건가", "여러분 동의하시나" 등의 질문을 거듭 던지며 호응을 유도했다. 다만, 빨간색 티셔츠에 같은 빛깔의 캡모자를 눌러쓴 김 후보 지지자 일부는 권 비대위원장을 향해 "내려와"라며 야유를 보내거나,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당 경선 당시 김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들을 지지했던 의원들도 다수 자리했다. 친한(親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배현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배 의원은 "이 자리에 있는 부모님들뿐 아니라 자녀분들, 특히 20세 이하는 김 후보와의 만남과 접점이 적다. 댁에 가셔서 김문수가 어떤 사람인지 다정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에게 권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단일화를 압박했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부터 일정에 동행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19일 오후 서울역광장에 마련된 유세차량에 올라 가수 김흥국의 손을 맞잡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의 중심 격인
서울역 유세에 이같이 많은 인원이 동원된 데엔 국민의힘이 현 상황에 느끼는 내부적 위기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세가 상당한 '텃밭' TK(대구·경북)는 물론, 중도 유권자가 많은 수도권 민심을 잡지 못하면 '필패'라는 취지다.
중앙선대위는 이날 김 후보의 지지율을 하루 1%p씩 끌어올려 사전투표(29~30일) 전까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골든크로스'를 이루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향후 '빅텐트' 협상을 위해서도 지지율 제고가 시급하다는 자가진단이다.
권역별 담당 공동선대위원장을 지정해 지역별로 집중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전국·경기·충청을 맡았고, 나경원 위원장은 서울·경기·인천, 안철수 위원장은 서울·경기, 양향자 위원장은 광주·전남·전북, 권성동 위원장은 강원·제주 등을 각각 나눠 담당하게 됐다.
김 후보의 직속 '정치고문'을 겸임하게 된 안 위원장은 "이재명은 명이 다 했다. 어제 TV토론 보셨나. 거기서 제일 품격 있고, 논리적이고, 가장 차분하게 말한 후보는 김문수 후보"라며 "그런데 정말 막말 빼고는 무조건 웃기기만 하는 후보는 누군지 아시나. 이재명 후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성과인 광역급행철도(GTX)의 전국권 확대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김 후보는 "교통이 막히고 힘들기 때문에 서울은 좁다. 그러나 파주까지 22분 만에 도착한다면, 동탄에서도 서울역까지 한 25분 안에 도착한다면 서울이 넓어지는 것"이라며 '교통 혁명'을 통한 '저녁이 있는 삶'을 약속했다.
19일 서울역 앞에 모여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자들. 일부는 '나도 문수다'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있거나, 'STOP THE STEAL'이 새겨진 모자를 착용하기도 했다.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