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와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참석해 있다. 황진환 기자"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대표였습니다. 어제 토론회 MVP는 이준석 후보였습니다."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제21대 대선 후보 첫 TV 토론을 마친 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에 대해 극찬한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잘했다"와 "편향됐다" 등으로 엇갈렸다.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첫 TV 토론 다음 날인 19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최근 보수 진영 내에서 이른바 '반(反)이재명 빅텐트'를 위한 단일화 필요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후보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토론회를 주최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이 후보는 제가 속한 국민의힘 대표였다. 저보다 더 당의 정책과 이념,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우리 당이 잘못해서 이준석 후보께서 밖에 나가서 고생하고 계시는데, 고생 끝에 대성공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어제의 MVP는 이준석이다. 김문수가 아니"라며 "토론을 워낙 잘하시는 이준석 후보에게 많이 배우기도 하고, 서로 짠 것 하나 없이 정책 방향을 함께 가고 있다"라고 거듭 극찬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전날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경제 공약을 두고 "포퓰리즘이다", "허황됐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특히 이재명 후보의 '호텔경제론' 발언에 대해선 "호텔 예약을 취소해도 돈만 돌면 경제가 살아난다며 돈 풀기식 괴짜 경제학을 말했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후보는 "그렇게 일도양단하는 건 너무 극단적이다", "너무 극단적이다. 왜 그렇게 단순하냐", "너무 그렇게 극단적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 이준석 후보를 향해 '극단적'이라는 표현을 재차 말했다.
이에 온라인상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이준석 후보의 공세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재명 후보에 대해 "극단적이라는 단어만 반복한다", "최악의 답변이다" 등 반응이 나왔다. 반면 이준석 후보의 태도를 지적하며 "이준석은 말꼬리만 잡나", "토론회 전략이 잘못된 것 같다" 등 비판적인 시각도 공존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2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준석 후보가 MVP였다고 생각한다. 여론의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여러 가지 현안과 정책에 대해서 본인의 얘기를 잘 했다"며 "공격 포인트도 잘 잡았고 이재명 후보가 좀 당황하는 모습도 이끌어 냈다. 그래서 네 분 중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제일 잘하지 않았느냐, 그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토론회에서 각 정당 대선 후보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왼쪽부터 개혁신당 이준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국회사진취재단이와 달리 이준석 후보의 토론 태도를 지적하며 혹평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다. 상당수 태도 문제를 지적하며 이준석 후보를 둘러싼, 이른바 '싸가지론'을 언급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을 제일 많이 탄 만큼 토론을 잘할 것으로 봤지만, 흔히 말하는 '싸가지 없는 이미지'가 그대로 들어맞았다"며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편향된 생각으로 몰아붙이면서 마음대로 판단해 버리는 이런 것들을 볼 때 이준석이 왜 국민적인 비호감이 높은지 전체적으로 보여준 토론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장윤미 변호사도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하버드에서 토론의 기술 같은 걸 배워서 '내가 토론하면 다 이길 수 있다' 이렇게까지 이야기하고 공언했다고 한다"며 "토론에 능하다기보다는 그냥 말싸움에 능하다는, 그래서 그 확장성의 한계를 좀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김지호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대변인은 "본인이 정말 뭐를 하려고 했는지 2시간 동안 충실히 설명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이번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와 각을 한번 세워보겠다', '김문수 후보를 뭔가 좀 가려보겠다' 그런 일념이 너무 강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는 '볼 빨간 폭주족' 같았다. 얼굴이 빨갛다 보니까 좀 흥분하셔서 뭔가 본인이 두드러지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신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볼 빨간 폭주족'이라는 표현은 토론 중 이준석 후보의 얼굴이 붉어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준석 후보는 토론을 마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얼굴이 빨개서 걱정해 주신 분들이 있는데 사실 유세하느라 목이 안 좋아서 염증약을 많이 처방받아서 먹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 후보를 향한 김 후보의 극찬이 단일화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이 후보는 "단일화 논의 자체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지난 3년 동안 제가 아주 큰 성과를 내놓은 직후에는 '저 인간 때문에 표 떨어진다'고 하면서 내쫓더니, 요즘은 다른 소리 하는 거 보니까 환절기인가 보다"며 "그렇다고 해서 제 정치적 입장이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브콜이야 지금까지 많았지만 제가 일관되게 동의하거나 참여할 수 없는 이유를 밝혀왔다. 그것은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방식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