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을 무혐의 처분한 '찐윤'(진짜 친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됐다가,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아울러 이 지검장 밑에서 김 여사 사건을 담당했던 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 역시 사의를 표명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은 전날(20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건강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장 검찰청사를 떠나지 않고, 오는 6월 초까지 출근하며 중앙지검에 남은 주요 현안을 정리하면서 퇴직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 지검장은 전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부당한 탄핵을 당한 이후 정신적·육체적으로 힘들었다"며 "부당한 탄핵에 대해 아무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았다. 더 이상 직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사의 표명의 이유를 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과 관련해 이 지검장과 조 차장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무혐의 처분이 부당할 뿐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제3장소'에서 대면조사를 진행하는 등 특혜를 주고,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고의로 거짓말을 했다는 내용 등이 탄핵안에 포함됐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13일 이 지검장과 조 차장 등이 수사 과정에서 재량권을 남용하지 않았다며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8대 0 전원일치 결정이었다. 이들은 그날 즉시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조 차장은 업무에 복귀한 이후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민주당의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것이 헌재의 결정으로 밝혀진 이상, 검찰에 남아 업무를 수행할 이유가 없다는 뜻을 주변에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조 차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탄핵을 당해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몸이 안 좋기도 하고,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역시 헌재의 기각 결정으로 명예를 회복한 뒤 즉시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중앙지검에서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사건이 진행되는 데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내란 혐의 공소를 유지하면서 나머지 잔여 수사도 진행되는 만큼 주요한 사안을 정리한 이후 사의 표명 시점을 정하기로 했고, 이날 오후 사의를 표명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찐윤'으로 분류되는 이 지검장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수사에 부담을 느껴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다는 시각도 있다. 정권교체가 유력해, 새 정권에서 한직으로 물러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윤 전 대통령 부부를 향해 칼끝을 날카롭게 들이대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지검장과 조 차장의 사의 표명으로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소환 조사는 대선 이후에 이뤄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상황에서 이 지검장이 수사지휘에서 한발 물러선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질 공산이 작다는 분석이다.
이 지검장은 과거 대검찰청 연구관을 거쳐 대통령 민정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했다. 특별감찰반장을 지난 뒤 검찰로 복귀한 이후 법무부 검찰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특히 2020년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검 대변인을 맡아 '검찰총장의 입'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는 윤 전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었지만, 윤 전 대통령과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 갈등이 극심할 순간 이 지검장이 윤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을 설파하면서 '찐윤'이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전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장과 전주지검장을 차례로 지내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의 특혜 취업 의혹 수사 등을 지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