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규택 의원 페이스북글은 곧 그 사람이라 했다. 요즘 검사 출신 여러 정치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도 그 사람을 잘 내보인 듯싶다. 특히 맞춤법에 어긋난 게 많아 고칠 것 투성이. 지나치거나 모자라기 일쑤여서 딱하고 기막혔다.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를 끌어 일으키며 딱 알맞은 글을 썼어야 할 검사 출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올 초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만년필로 밤새 썼다는 '국민께 드리는 글' 첫 쪽. 띄어 써야 할 "기쁜 일"을 '기쁜일'로 붙여 썼다. 형용사 '기쁘다'와 명사 '일'을 서로 붙여 쓰지 않는 건 쉬 알 만한 맞춤법. 네 번째 문장 속 "아이러니 하지만"은 '아이러니하지만'으로 붙여 써야 한다.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를 동사처럼 띄어 써 맞춤법에 어긋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 페이스북
명사 뒤에 붙어 동사나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 '-하다'와 '-이다'를 동사·형용사처럼 띄어 쓰는 게 혹시 검사 출신 정치인 버릇일까.
지난 3월 5일 "이사할 생각에 마음이 심란하다"고 쓴 홍준표 글도 같은 잘못을 되풀이했다. 붙여 써야 할 '심란하네요'와 '전전하다'를 "심란 하네요"와 "전전 하다"로 띄어 쓴 것. '이사였는데'와 '방랑자입니다'도 매한가지. "이사 였는데"와 "방랑자 입니다"로 띄어 썼다.
홍준표 글 맞춤법은 사실 엉망이다. "7세때"와 "18세때"와 "하방한게"와 "3년만에"처럼 띄어 써야 할 걸 모두 붙여 썼다. "떠 돌아다녔습니다"와 "올라 간다면"과 "재미 있네요"처럼 뭘 어찌 띄고 붙여 써야 할지를 도무지 모르는 듯했다.
특히 이달 16일 "이당은 언제나 들일 하러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안방은 일 안하고 빈둥 거리던 놈들이 차지하고 있었다"고 썼다. "들일 하러"와 "빈둥 거리던"은 '-하다'와 '-거리다'가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니 서로 붙여 써야 하는데 띄었다. '들일하다'라는 동사가 따로 있기도 한데 윤석열 글처럼 접미사를 동사처럼 띄어 쓴 것. "이당"과 "안하고"는 '이 당'과 '안 하고'처럼 띄어 써야 한다. '이'는 관형사이고 '안'은 부사니까.
국민의힘 전 대표 한동훈 글도 매한가지. 이달 10일 동사를 만드는 접미사 '-시키다'를 동사처럼 "단독 입후보 시켰습니다"로 띄어 썼다. 부사 '안'을 "북한도 이렇게는 안합니다"라고 붙여 썼고. 검사 출신 정치인이 부사 '아니'의 준말 '안'을 보조 동사나 보조 형용사인 '아니하다'와 자주 헷갈리는 것 같다. '않다'의 본말 '아니하다'를 안 먹고 안 하고 안 줄 때 쓰는 부사 '아니'와 같은 걸로 아는 성싶고.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 페이스북 검사 출신 22대 국회의원은 18명인데 권영세 "안되지요"와 박형수 "안된다고"와 유영하 "안달고"와 양부남 "안찍으면"과 이성윤 "안하고" 속 '안'도 모두 띄어 써야 한다. 특히 이달 14일 권영세 글 "이 당에서 두번의 대권도전, 두번의 광역단체장 당선, 수차례 국회의원 당선을 한 분이 이제와서 이러면 안되지요"에는 '두 번'과 '이제 와서'로 띄어 써야 할 게 더 있다. '대권도전'도 사자성어로 보기 어려우니 '대권 도전'으로 띄어 쓰는 게 좋겠고.
권영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유상범 "이제와서"도 '이제 와서'로 띄어 써야 한다. "발목잡기"와 "파탄내고"도 띄어 써야 하고. 정점식 "한주"와 주진우 "피멍들"·"2일차"와 유영하 "한통"과 김기표 "한번"과 박균택 "한분"과 백혜련 "아침인사"와 송기헌 "일년"과 이건태 "하나된"과 주철현 "한분도"와 박은정 "뭘했는지"도 모두 띄어 쓸 일이다. 주진우 "민노총 식"과 유영하 "짓거리 할"과 양부남 "뒤집어 졌습니다"는 붙여 써야 하고.
이달 13일 곽규택 글 속 "압장서겠습니다!"는 한국에 없는 말이다. '압장'을 '앞장'으로 고쳐야 한다. 오타로 보기엔 휴대폰이나 컴퓨터 자판 위 비읍(ㅂ)과 피읖(ㅍ) 사이가 서로 멀찍하지 않은가. 종종 '앞장'과 '압장'을 헷갈리는 이가 있긴 하다.
우리가 말을 아무렇게나 함부로 하지 않고 쉬 알아듣게 하려 애쓰듯 글도 성의와 예의를 갖춰 써야 옳다. 글 알맹이가 중요하겠으되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쉽게 하는 맞춤법 또한 귀중하고 요긴하다. 하물며 정치하는 검사 출신인 바에야 두말할 나위 있을까. 글 배우는 어린이가 볼까 두렵다.
이은용 칼럼니스트이은용 칼럼니스트
- 전 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장, 전 뉴스타파 객원기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