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대선후보들의 대북정책 공약이 선거 종반전에 이르면서 북한에 대한 실용주의적 접근과 유연한 대화 등 현실을 반영한 공약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공개한 공약집의 외교안보분야 정책과제에는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가 주력했던 남북정상회담의 추진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지금 상태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제기하며 관계를 단절하고 있고 핵 무력도 포기할 가능성이 낮은 현실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제시한 외교안보분야 공약의 기조는 전반적으로 실용주의에 기초했다. 이 후보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로 주변 4국과의 외교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먼저 미국과는 "한·미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와 호혜적 관계에 기반한 미래 동맹으로 발전"한다는 정책 목표를 제시했고, 일본과는 특히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의 유지와 발전을 위한 한·일간 협의·협력 긴밀화" 공약을 제시했다.
중국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성숙한 발전"을 지속해나가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러시아와는 "관계 악화를 방지하고 우리 국민과 기업 권익을 적극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협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러시아아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가치외교를 토대로 미국·일본과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소홀해진 만큼 중국 러시아의 관계도 복원 또는 관리해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국제적 대북외교역량을 모으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아울러 우주전략사령부 창설 추진과 한반도 전역 24시간 감시 군사위성체계 구축, 한국형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 한국형미사일 방어체계 고도화 등 전 방위적인 대북 억제능력을 확보해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추진하는 한편 남북 양자 및 다자간 군사외교의 복원으로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우발적 충돌을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남북 연락채널을 복원하고 대북전단과 대남오물풍선 상호중단과 확성기방송 중지 등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추진할 방침을 제시했다.
특히 남북의 인도주의 협력 과제로 북한주민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남북대화 및 협력촉진에 방해가 되는 만큼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인권문제는 가급적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진보진영의 관례였으나 이번에 공약으로 명기한 것은 중도 층의 표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의 용어를 공약집에 담지 않는 대신 "포괄적 단계적 비핵화로 평화체제를 향한 실질적 진전"을 이루겠다며 '평화'를 정책목표로 강조한 점이 눈길을 끈다.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 진전을 위해 남북대화와 북미협상을 병행하되 핵협상 진전에 따라 남북미중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평화협정'을 논의할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남북미중 4자 협의와 여기에다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 협력 틀의 가동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협력을 추구한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오후 대구 중구 아트스퀘어 앞에서 열린 "필승으로 이어질, 대구의 함성" 집중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반면 국민의힘의 김문수 후보는 공약집에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을 위한 여건조성'과 '통일한국 로드맵 마련', '통일도 경제' 등의 공약을 제시하며 '통일 과제'를 전면에 부각시켰다.
"국제사회와 함께 하는 통일 공감대의 확산"과 "상황별 다양한 시나리오 및 각 분야별 통합안 등 통일 로드맵의 마련" 공약은 윤석열 정부가 내건 '통일 독트린'의 연장선으로 비춰진다.
김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 또는 'NATO식 핵 공유'를 통한 대북 억지를 강조하면서도 "유연한 대화를 통해 실질적 평화를 가져 오겠다"는 점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추진하고 특히 미·북 대화가 재개될 경우 이를 남북관계의 기회로 활용해 후속 남북대화와 한반도 평화보장으로 연결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2일 10대 공약 발표에서 북한과의 '대화'나 '협력'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된다.
대선후보들이 외교안보영역에서도 '실용성'과 '유연한 대화' 등 합리적 대북 접근을 강조한 것은 각각의 진영에서 외연을 확장해 중도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공약의 실현 가능성이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이후 한국에 대한 언급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이번 대선 과정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여기에는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 기조에 따라 남북관계를 단절한 측면도 있지만, 한반도 주변 정세에서 차지하고 있는 전략적 지위가 상승하고 있다는 북한 지도부의 인식도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파병 등 러시아와의 밀착 속에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대북 메시지를 보내는 중이다.
비상 계엄이후 내부혼란이 계속되는 한국이 현재의 국제정세에서 아무리 대화를 제의한다고 해서 북한이 상대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돼든 북한 문제는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