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전 총리. 윤창원 기자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자, 이 전 총리가 몸담고 있던 민주당계 모임에서 즉각 제명 선언을 했다. 이 가운데 그에게 총리직을 맡겼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반응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28일 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 인터뷰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 이유에 대해 "민주당에 의한 괴물 독재 국가가 탄생할지 모른다"며 "그것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김 후보에게 한 표를 줘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비판도 곁들였다. 이 전 총리는 "범죄 혐의 12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한 후보를 내놨다"며 "민주당이 그런 범죄 혐의가 없는 후보를 내놨더라면 사법부를 장악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독재의 우려는 안 생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총리는 전날 김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김 후보와 저는 국민통합을 위한 공동정부 구성·운영, 제7공화국 출범을 위한 개헌 추진 협력, 2028년 대선·총선 동시 실시를 통한 대통령과 국회의 임기 불일치 해소 및 3년 임기 실천 등에 원칙적으로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는 이낙연 전 총리. e영상역사관 캡처후폭풍은 거셌다. 이 전 총리가 상임고문직을 맡고 있던 '김대중재단', '포럼 사의재'는 즉각 이 전 총리를 제명했다.
김대중 재단은 이날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이 상임고문을 김대중 재단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반헌법적인 12.3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고 이를 옹호하는 세력을 지지하며 이들과 공동정부를 구성한다는 입장은 김대중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해 재단의 설립 목적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으로 정관에서 규정하고 있는 제명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 주요 인사가 모인 포럼 사의재도 이 전 총리를 상임고문 직에서 제명했다. 포럼 사의재는 "긴급 이사회를 개최해 이낙연 전 총리를 포럼 사의재 고문에서 제명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정치권에서도 심한 반발이 일었다. 민주당 김경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 전 총리를 향해 "험난한 시대를 함께 했던 한 정치인의 허무한 몰락을 보는 것 같아 착잡하다"며 "자기 생각만이 옳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다 틀렸다는 아집이 낳은 결과"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였던 윤건영 의원은 "이 전 총리의 이런 행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욕보이는 것"이라며 "내란 세력과 손잡은 순간, 역사에 씻을 수 없는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친이낙연계'로 통했던 무소속 김종민 의원은 "'이낙연-김문수' 연대는 뭐라고 치장하든, 결과적으로 윤석열을 옹호하고 헌정 파괴를 용인하는 행위"라고 했고, 오영훈 제주지사는 "내란 우두머리와 절연하지도 못한 세력과 손잡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왼쪽)과 이낙연 전 총리. 연합뉴스자연스레 시선은 문 전 대통령에게 향하는 모양새다. 이 전 총리가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5월 31일부터 2020년 1월 14일까지 무려 2년 228일 동안 총리직에 임했기 때문이다. 이는 역대 최장기간 총리 기록이다.
다만 이 전 총리는 문 전 대통령과 연락을 주고받느냐는 질문에는 "요즘은 거의 못 했다"고 답했다. 이어 "연락을 드리면 오히려 불편하실 수도 있어서 (안 했다)"라며 "시기를 봐서 (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새미래민주당 전병헌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전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이 나라의 원로이자 어른이라면 민주당의 삼권분립 파괴와 사법부 침탈에 경종을 울렸어야 했다"며 "최소한 민주당의 광란의 질주에 대해 한마디 경고는 해야 했다. 그것이 '문재인다움'"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