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정준호 부단장과 의원들이 지난 5월3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박스쿨'에 항의 방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6.3 조기대선 막판에 불거진 '리박스쿨 여론조작' 의혹을 고리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의혹을 전면 부인하지만 민주당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가운데,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우세 분위기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 "선거 부정, 댓글 내란"…이재명도 "국민의힘, 댓글조작 DNA"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역사교육을 명분으로 내세운 단체로,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군대)이라는 명칭의 여론(댓글)팀을 조직해 운영해왔다. 이재명 후보를 비방하고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달아왔다는 의혹에 휩싸여있다.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는 1일 긴급 총괄본부장단 회의를 열고 지난달 30일 뉴스타파 보도로 폭로된 '리박스쿨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2012년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 사건'과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사태'의 종합판이라고 할 만한 심각하고 충격적인 국헌 문란 사건"이라며 "불법으로 선거 결과를 조작하려는 이번 사건을 우리는 선거 부정, 댓글 내란 사건이라고 부른다"고 날을 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도 이날 "있는 게 터진 것인데, 그 실체가 없다고 국민의힘이 부인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를 칭찬하고 이재명을 비난하는 허위사실을 유포해서 정치적 공격을 가했는데, 그 이익은 고스란히 김 후보와 국민의힘이 취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과거 보수정권 하에서 일어났던 여론조작 사건들을 거론하며, 이들의 후신에 해당하는 현 국민의힘과 연관짓기도 했다.
이 후보는 "십알단(십자군 알바단)이라고 있었다. 거기다가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국가정보원을 동원해서 댓글을 조작한 당이 국민의힘"이라며 "댓글조작 DNA를 가진 것이 국민의힘이다. 리박스쿨의 실체, 활동 내용, 국민의힘 인사들과의 교류관계 등을 보면 국민의힘과 무관하다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경의선 광장에서 열린 "필승의 박동, 대한민국의 심장 마포구" 집중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김문수 "전혀 모르는 일"…국힘 '김만배-신학림', '드루킹' 꺼내며 '메신저 공격'
민주당의 이러한 공세에 국민의힘은 전면 부인에 나섰다.
김문수 후보는 이날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모르는 일이고 알지 못한다"며 "우리 당의 댓글도 누가 다는지 모르는데 리박스쿨이 댓글을 다는지 알 게 뭔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김 후보와의 인연을 설명하고, 5년 전 리박스쿨이 운영한 '자유필승선거학교' 선거운동원 교육에 협력사로 김 후보의 개인 유튜브 채널인 김문수TV가 적시됐음에도 모른다고 말한 것이다.
대신 국민의힘은 의혹을 제기한 메신저를 때렸다.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박성훈 대변인은 "선거철마다 민주당에 유리한 이슈를 들고 나와 여론을 흔들었던 뉴스타파는 2022년 대선 당시에도 가짜 뉴스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라며 3년 전 20대 대선을 사흘 앞두고 나온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를 다시 소환했다.
박 대변인은 "이재명 후보는 과거 '손가락혁명군'을 양성해 조직화된 여론조작 방식으로 정치적 이득을 봐 온 경험이 있다"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이재명 후보 캠프의 총괄선대위원장 직을 맡고 있다"며 김 전 지사의 전과도 언급했다.
내용 자체보다 보도 매체를 공격한 셈인데, 메시지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보다는 메신저를 중점적으로 노렸다는 점에서 사안의 본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내란잔당 선거공작저지단 단장을 맡은 정성호·박선원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댓글 조작 의혹을 받는 보수성향 단체 '리박스쿨' 관련 국민의힘을 향해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문수 '늘봄학교 확대' 공약 등 집중공격하며 '우세 굳히기' 시도
민주당은 김 후보 본인과 국민의힘의 부인에도 의혹을 키우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선거 전에 진실이 가려지기 어려운 점을 활용해 마지막까지 김 후보를 흠집내며 이 후보의 대세론을 굳히기 위함이다.
윤호중 총괄본부장은 "국민의힘과 김 후보는 리박스쿨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우기고 있다"며 "며칠 전 늘봄학교 대폭 확대를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는데, 늘봄학교 이면에 감춰진 비열한 내막을 알고도 동조한 것이 아닌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리박스쿨이 영향력을 미쳤던 '늘봄학교'를 확대하는 방안이 김 후보의 공약 중 하나라는 점을 부각시키며, 공약 수립에도 리박스쿨의 영향력이 미친 것 아니냐고 전선을 넓힌 셈이다.
리박스쿨 자체에 대한 공격에도 나섰다. 민주당 신속대응단은 이날 리박스쿨의 '어린이 역사합창단' 교육 현장과 함께, 아이들이 윤석열 옹호 집회에 참석해 노래를 부르는 영상 등을 공개했다.
박관천 부단장은 "사고가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을 데리고, 국가 예산을 써서 왜곡된 교육을 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해당 교육의 대상자가 어린 아이들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이들의 부모에 해당하는 3040 세대 등을 상대로 사안의 심각성을 집중 부각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