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벽' 넘지 못한 이준석…오답노트 써보니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6·3 대선에서 끝내 '득표율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찬탄(탄핵 찬성)파이자 유일한 40대였던 이 의원에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세대)이 더 마음을 주지 못한 원인은 뭘까.
TV토론 당시 충격을 안긴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 불러온 파급 효과도 있지만, 단일 변수만으로 설명되는 결과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진단이다.
당초 지지율이 2~3%에 불과했던 제3정당 후보가 8.34%의 표를 얻은 것은 "역대 군소정당 후보 중 제일 높은 득표율"(김준일 시사평론가)이란 점에서 분명 성과다. 다만, 그만큼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데 따른 지적도 날카롭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대선 평가 세미나'를 토대로, 창당 이후 처음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의 '오답노트'를 정리해봤다.
①지지세 확장 발목 잡은 '비호감도' "선거기간 동안 (추이를) 보면 우리 이준석 후보의 비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개혁신당이 보다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면, '비호감도를 어떻게 낮추느냐', 이 점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개혁신당 상임고문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쓴소리다.
앞서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서 40%대 표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던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에서 비롯된 표가 이준석 후보한테 옮겨지지 않고 전부 김문수 후보에게 간 점 등을 냉철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의 예상과 달리, 김 전 후보는 41.15%나 득표했기 때문이다.
김준일 평론가도 비슷한 지점에 주목했다. 개혁신당의 주 지지층이 '스윙 보터'인 20·30세대란 점을 감안할 때 낮은 충성도는 불가피하지만, 연령·젠더별로 뜯어보면 이 의원만큼 지지 구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6·3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 37.2%·30대 남성 25.8%가 이 의원을 뽑았다고 답했지만, 20대 이하 여성·30대 여성은 10.3%와 9.3%에 그쳤다.
김 평론가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도 20대 남성은 65%가 윤석열을 찍었고, 20대 여성은 60% 이상이 이재명을 찍었는데 그게 지금도 비슷하게, (또는) 더 강화돼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대남(20대 남성)' 외 계층에게 소구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피드백도 나왔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2030 유권자 중 남성만 추리면 670만 명 정도 된다. 개혁신당에서 다 가져와도 전국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치"라며 "'학식먹자 캠페인'에서도 대부분 (이 의원이) 20~30대 남성들과 앉아서 얘기하고 있더라"고 짚었다.
또 "갈라치기, 혐오 등의 얘기를 들으면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같은 세대 내 여성 지지율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던 대로'만 했다"고 비판했다.
②'개혁신당=집권여당'에 찍힌 물음표개혁신당이 '집권 정당으로서 국정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의 명제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초선·서울 도봉구갑)은 "젊은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후보에게 느꼈던 가장 치명적 단점은 '세력의 부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이준석이 대통령이 됐을 때 누가 국정을 이끌어갈까 생각하면, '천하람·이주영, 그 다음은 또 누구지?' 등 국민들이 이준석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 방법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3년 내내 인사 논란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따라다닌 윤석열 정부의 과오가 겹쳐보인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세력이 부재했던 까닭에 검찰 관료들이 주요 인사로 들어가고 지인들이 관료로 들어가면서 많은 비판들이 있었다"며 "이준석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그의 정치적 견해들을 지원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 의원이 반드시 보완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준석'이란 브랜드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을 썼어야 했는데,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다보니 약점이 더 부각되는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③'국힘 대체재'로서 신뢰감 못 줘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거세진 국민의힘 비토 여론이 개혁신당에 '기회'가 되지 못한 이유를 되돌아보자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수논객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이 의원이 줄곧 '반(反)이재명'에 천착한 것을 두고 전략적 패착이라고 봤다. 오히려 김 전 후보를 타깃팅해 '국민의힘은 진짜 보수가 아니다'라는 데 주안점을 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조 대표는 "(이 의원이) 김문수를 비판해서 그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어야 했다"며 "이번 선거는 결국 진짜 보수가 누구인지의 헤게모니를 잡는 작업이었는데, 여기서 조금 실수한 게 아닌가 본다"고 주장했다. 계엄·탄핵에 미온적 입장을 밝힌 김 전 후보와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합리적 중도를 더 포섭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는 개혁신당이 대선 완주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가 와닿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이 TV토론 당시 이재명 대통령 아들을 공격하고자 꺼낸 '언어 성폭력' 관련, "사과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대체해 스스로 진정성을 깎아내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도 문제지만, 사후 대처가 더 문제적이었다는 얘기다.
김 기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가) 그 라운드에서 보인 실력만 갖고 평가하지 않는다. 다음 라운드에서 달라질 것 같다는 잠재력을 확인했을 때 표를 주고 점수를 준다"며 "정치인과 정당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이 보이지 않으면 유권자들에겐 끝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