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수도 테헤란 부근의 샤흐런 정유단지 석유 저장소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불이 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위협 제거를 목표로 정밀 공습에 나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양국의 교전에 직접 개입할 지 여부를 두고 중대 기로에 직면해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핵심 변수는 이스라엘이 요구하고 있는 GBU-57 '벙커버스터'를 지원할 지 여부다. 이 폭탄은 미국만이 보유한 전략무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제공할지 여부가 전쟁의 확전 여부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란 핵 심장 '포르도' 무력화, 사실상 美 벙커버스터 외엔 불가능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B-2 스텔스 폭격기를 동원해 3만 파운드(약 1만3607kg)의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 13일 이란 핵시설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한 뒤, 핵 농축시설의 완전 제거를 작전의 최종 목표로 밝힌 바 있다. 주요 타깃은 이란 중북부에 위치한 포르도(Fordow) 지역의 지하 핵시설이다.
연합뉴스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전문가들은 포르도 타격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작전의 전부이자 끝이라고 평가한다"며 "포르도를 무력화해야만 이란의 핵 능력을 해체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포르도 핵 농축 시설에선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수천 개의 원심분리기가 가동 중이다. 이 시설은 산악 지형 지하 깊숙한 곳에 철근 콘크리트로 보호돼 있어, 외부 타격이 극히 어려운 구조로 설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GBU-57 벙커버스터 같은 전략무기 없이는 사실상 무력화가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이스라엘군이 보유한 폭격기나 무기로는 해당 시설에 접근조차 어렵다. 때문에 GBU-57을 유일하게 소유하고 있는 미국의 개입 없이는 작전 완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4일 간의 집중 공습을 통해 이란의 핵 인프라 상당 부분을 타격했지만, 포르도 내 시설들은 여전히 작동 가능한 상태다. 브렛 맥거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동·아프리카 조정관은 뉴욕타임즈에 "포르도는 항상 이 문제의 핵심이었다"며 "(이스라엘의 공습 결과) 포르도가 여전히 핵 농축을 하는 수준으로 끝난다면, 그것은 전략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벙커버스터 지원으로 전쟁 '확전' 방아쇠 당길까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벙커버스터 지원 여부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작전을 승인할 경우, 미국이 중동 전쟁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내세운 "끝없는 중동 전쟁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공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오히려 전쟁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는 이날 중동 위기 상황을 이유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캐나다에서 조기 귀국을 결정했다. 백악관에 복귀하는 대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예정인 가운데, 이 자리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최근 몇 달간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대화에서 벙커버스터 지원 문제가 반복적으로 거론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측은 GBU-57 지원을 공식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요구에 대해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는 태도를 보여왔다고 한다.
또 미군은 지난 2년간 백악관의 감독 아래 포르도에 GBU-57을 투하하는 작전을 연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미국이 언제든 작전을 실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기술적·전술적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중동 분쟁에 또다시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듯 하다"면서도 "지지자들의 상반된 의견 사이에서 갈등하는 듯 하다"고 전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의견 분분 "이스라엘 버려야" vs "이란 핵 남기지 말고 제거"
실제 공화당 내에서도 이스라엘에 군을 지원할 지를 두고 견해가 뚜렷하게 갈린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지난 15일 "(이란과) 외교가 성공적이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작전이 끝났을 때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아무것도 남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라고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수주의 시사평론가 터커 칼슨을 중심으로 한 고립주의 진영은 "미국은 이스라엘을 버려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전쟁은 스스로 끝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방부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방부 서열 3위인 엘브리지 콜비 정책 차관은 중동 전쟁에 군사 자산이 추가로 투입되면 중국을 억제하는 군사력이 위축된다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까지는 이스라엘 직접 지원 가능성은 일축하면서도 이란에 협상 메시지를 병행하는 '강압 외교'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벙커버스터 존재 자체가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하지만 협상이 실패하거나, 이란이 핵 농축 중단 요구를 거부할 경우, 포르도에 대한 공습 명령은 언제든 실행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