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이재명 대통령이 조만간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은 정부 출범 후 열흘 내에 임명됐는데, 이번에는 민정수석 조기 낙마로 스텝이 다소 꼬인 모습이다. 다만 검찰국장 등 보직은 특검 검사 파견과도 적잖은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새 민정수석 임명 없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과거 대통령들은 임기를 시작한 지 열흘 내에 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했다. 중앙지검장은 전국 최대 검찰청을 이끌며 굵직한 현안 수사를 지휘하고, 법무부 검찰국장은 검찰 예산과 인사를 총괄하는 요직으로 여겨져 다른 보직보다 빠르게 인사가 이뤄지곤 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를 시작한 지 9일째 되는 날 윤석열 전 대통령을 중앙지검장으로, 박균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각각 임명했다. 이틀 뒤에는 이금로 전 법무부 차관이 임명됐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시작 8일 만에 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인사를 단행했다.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은 정부 출범 사흘 만에 임명됐다.
이번 정부에 오광수 변호사가 초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되면서 검찰 주요 보직자에 대한 하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과 성상헌 대전지검장이 각각 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유력 후보군이라는 얘기가 검찰 구성원들 사이에서 오갔다. 오 변호사와 중앙지검, 해남지청 등에서 함께 근무한 이진수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차기 법무부 차관으로 꼽혔다.
그런데 오 변호사가 민정수석 임명 나흘 만에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 인사가 전례보다 늦춰지는 분위기다. 민정수석은 검찰 등 사정기관을 지휘하는 중책인 만큼 이 대통령이 새 민정수석을 찾기 전까지 검찰 인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민정수석 공석과 무관하게 중앙지검장 등 임명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사실상 검찰 인사의 주도권은 이태형 민정비서관이 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비서관은 검사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대북송금 사건 등 변호인으로 활동했다.
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되는 신 지검장의 경우 이 비서관과 영등포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동문으로 알려져 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이 비서관이 검찰 인사를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지방의 한 지청장은 "민정수석은 사실상 얼굴마담"이라며 "누가 수석으로 오든 이재명 정부의 검찰 인사에 대한 기조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승진 임명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비서관이 민정수석으로 간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나온다"며 "그를 중심으로 차관을 먼저 임명해 인사판을 짠 뒤 7월 중 전체 검찰 인사를 하는 구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 여사·채상병)이 빠르게 수사 진용을 갖춰야 하는 만큼 이 대통령도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김 여사 특검의 경우 검찰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이 주요 수사 대상인데, 그와 관련이 적으면서도 수사 역량을 갖춘 검사를 선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통상 특검이나 특검보가 파견 대상을 선정하지만 3대 특검에 파견되는 검사가 120명에 달하는 탓에 법무부의 협조가 불가피하다. 지방의 한 중간간부는 "이전 정부에서 임명한 이들에게 특검 파견 검사를 고르는 작업을 맡기기에는 껄끄러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번 검찰 인사는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에 대한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 11일 검찰 폐지 등 법안을 발의하면서 3개월 내 입법을 완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이 검찰 주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인물을 주요 보직에 임명한다면 법안 추진과 맞물려 검찰개혁 속도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주류 인사를 중용하면서 개혁보다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