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갑질과 논문표절 등의 의혹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그간 알음알음 제기되던 사퇴의 목소리가 여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일단 '기류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임명 강행으로 인한 부정여론 확산보다는 정권초 국정운영 동력 상실을 더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與 현역의원, 공개적으로 '자진사퇴' 첫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17일 SBS 라디오에 출연,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하는 것이 맞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제자의 오탈자까지 복사한 논문을 쓴 사람이 교육부 장관을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즉 자질 부족이 그 이유다. 현 정부 들어 여당 소속 의원이 공개적으로 장관 후보자의 낙마 필요성을 거론 한 것은 김 의원이 처음이다.
이진숙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 의원은 갑질 의혹에 제기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전후 관계를 더 봐야 한다"면서도 "인품에 문제가 있다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각계의 '사퇴압박'에도 대통령실 "입장 변함없다"
이 같은 상황 전개에 대통령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시민사회계와 교육계, 여성계 일각은 물론, 여당 의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까지 후보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입장이 표명됐는데, 이에 더해 여당 의원마저 낙마를 공식 거론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도 청문회 과정은 일단 다 지켜보자는 의견 속, 상황이 더 좋지 않아지면 후보자들이 스스로 결심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에 다수 언론이 자진사퇴 등 낙마를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보도를 쏟아냈는데, 일단은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이날 이른 오전부터 "강 후보자에 대해 자진사퇴로 대통령실 분위기가 기울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과 다름으로 바로잡는다"는 내용의 언론 공지를 전파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인사청문회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고, 그에 관한 다양한 보고도 받고 있다"며 "대통령실은 '특별한 기류 변화가 없다'라고 다시 한 번 공지로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논란보다 국정동력 상실에 더 큰 우려…주말 분수령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후보자들의 사적인 사항에 대한 논란으로 불거질 부정적인 여론보다, 정부 초기 국정운영 동력이 상실될 것을 상대적으로 더 우려한 대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16일 발표한 전국 정치현안 여론조사에 의하면,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인 각 부처 장관 지명자 인선에 대한 평가는 '적절한 인선'이 45.5%로 '부적절한 인선' 39.1%로 나타났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간 격차는 6.5%p로, 오차범위를 아슬아슬하게 넘겼다(무선 ARS 자동응답 조사(무선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5.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4차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럼에도 조각이 지체될 경우, 내란 극복 후 정상국가로의 빠른 회복이라는 현 정부의 초기 국정운영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마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KSOI 조사에서 가장 못하고 있는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4.9%는 '내란세력척결'을 꼽았다. 이는 외교안보에 이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친(親) 정부여당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거론하는 것은 '내부총질'이라며 임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적지 않게 게시되며 힘을 싣고 있다.
아울러 '현역의원 불패'라는 정치권 관행처럼 여겨지던 현상이 깨지는 것도, 낙마 시 새로운 후보를 원점부터 다시 물색해야 하는 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실제로 장관 임명을 강행할 경우 부정적인 여론이 현재보다 더 발생할 수 있지만, 이 또한 정치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인사청문회가 일단락되는 오는 주말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르면 오는 20일 두 장관 후보자의 거취 또한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