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무렵 염상섭의 사진. 유족 제공한국 근대소설의 대표 작가 염상섭(1897~1963)의 육필 원고와 구상 메모 등 귀중한 자료 280여 점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됐다.
3일 국립한국문학관에 따르면 이번에 기증된 자료는 지난 3월 유족으로부터 입수된 뒤 정리와 수증심의위원회를 거쳐 지난달 14일 기증이 확정됐다.
자료는 ▲육필 원고와 구상 메모 25점 ▲작품 발표 지면을 직접 스크랩한 자료 223점 ▲이력서·출판계약서 등 작가 활동 기록 30여 점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시인 김억과 동화작가 마해송이 염상섭에게 보낸 편지, 서예가 배길기가 쓴 묘비명, 언론인 유광열이 남긴 조서도 포함돼 있어 당대 문단과의 교류를 보여준다.
유족이 국립한국문학관에 기증한 소설가 염상섭의 육필 원고. 국립한국문학관 제공문학관은 "한국 사실주의 문학을 완성한 염상섭의 집필 현장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며 "종잇조각 하나까지 남기던 꼼꼼한 습성과, 해방 이후 여러 직업을 전전하면서도 집필을 놓지 않았던 집요한 작가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제국이 선포되던 해에 태어난 염상섭은 일본 유학 후 귀국해 동아일보 기자로 활동하며 문학동인 '폐허'에 참여했다. 3·1운동을 배경으로 한 '만세전', 식민지 조선의 민족 현실을 그린 '삼대', 한국전쟁을 다룬 '취우' 등 한국 근대문학사의 중요한 작품을 남겼다.
문정희 국립한국문학관장은 "매끈한 책의 표지로는 알 수 없는 문학의 이면을 보존하고 발굴해 알리는 것이 문학관의 몫"이라며 유족의 뜻에 감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