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마귀'는 모든 규칙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복귀한 A급 킬러 이한울(임시완)과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신재이(박규영)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가 1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다룬다. 작품은 영화 '길복순'과 살인청부업계 세계관을 공유하는 파생작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공본격적으로 영화판에 뛰어든 시기는 2006년이다. 건축디자인을 전공하던 이태성 감독은 현장 경험을 쌓기 위해 촬영팀부터 도전했고, 이후 다양한 작품의 연출팀을 거쳐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로 첫 메가폰을 잡았다.
이 감독은 '사마귀'의 세계관을 잇는 영화 '길복순(2023)'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작품을 연출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길복순' 에필로그에 사마귀라는 인물이 출연하려고 했어요. 분량이 충분해서 굳이 촬영까진 하지 않았는데, '길복순'이 공개되자 사마귀에 대한 관심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왔죠."
'길복순'이 주목받으면서 '사마귀'의 연출 제안이 이 감독에게 전달됐다. 그는 세계관을 잇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동시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고 털어놨다.
"'길복순' 세계관이 생각보다 방대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어요. '사마귀'는 길복순과 다르게 다다음 세대의 이야기다 보니 이들만의 치기 어린 젊음을 활용하려 했죠."
영화 '사마귀'. 넷플릭스 제공작품은 시나리오 단계까지 포함해 약 2년에 걸쳐 제작됐다. 이 과정에서 변성현 감독과 수차례 논의와 수정 작업을 거치며 '사마귀'를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이한울(임시완)과 신재이(박규영)의 관계 구도였다.
이 감독은 "다른 킬러의 영화처럼 소중한 무언가를 빼앗기는 이야기의 흐름을 밟고 싶지 않았다"며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관계처럼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하는 재능 사이의 열등감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로맨스 서사에 대해선 "전통적인 로맨스와 달리 20대의 욕망과 삶의 목적이 충돌하면서 싸우고 다투고 이별하는 과정을 다루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두 인물의 관계가 갈라지는 전환점이 되는 장면은 신재이가 책상을 박차고 뒤로 밀려나는 신이다. 이 감독은 "그전 까지는 서로의 얼굴이 맞닿아 있었는데 이 장면을 통해 둘이 멀어지는 걸 암시하고 싶었다"며 "사실 더 멀어지게 하고 싶었는데 바퀴로는 한계가 있더라"고 웃었다.
"양동근, 조감독 시절 인연으로 출연…생활감 담으려 해"
이태성 감독은 특별 출연한 설경구, 전도연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설경구 선배님은 영화 '불한당(2017)', '킹메이커(2022)', '길복순(2023)'까지 함께 하셔서 얘기를 드리니 무조건 해주신다고 하셨다"며 "전도연 선배님도 '길복순' 통해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당시 현장이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배우 섭외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임시완은 '길복순' 촬영 당시 변 감독으로부터 미리 연락받았던 만큼 이미 출연 의사를 굳힌 상태였단다.
이 감독은 "시완 씨는 아직 보여줄 만한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을 때부터 제 작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직접 작업실까지 찾아왔다"며 "양주를 사오며 응원해 주고 같이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떠올렸다.
그는 "신재이 역에는 연기도 연기지만, 감정이 중요한 배우였으면 했는데 다행히 박규영 씨가 흔쾌히 승낙했다"며 "독고 캐스팅이 유독 어려웠다. 전전긍긍하던 차 변 감독님이 조우진 선배님을 언급하자 '독고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전에 작품을 한 차례 해본 적이 있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며 "선배님도 저를 좋게 기억하고 계셔서 밥을 먹으며 끝나고 '승낙하겠다'고 악수를 했을 때 쾌재를 불렀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영상 캡처이번 작품에는 '길복순'에 출연했던 설경구, 전도연이 나와 눈길을 끌었고, 양동근도 특별 출연하기도 했다. 특히 류성철 무술감독이 직접 배우로 나서 색다른 존재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극 중 B급 킬러 승려 '쌍봉'으로 나와 절 앞에서 양수민(배강희)과 대결을 펼친다.
"사실 나이 많은 분들 중에 이런 액션을 소화하며 머리까지 밀고 오시는 분도 없으셔서 캐스팅의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때 류성철 무술감독님이 본인이 해보시겠다고 하시더라고요. 무술감독님 믿고 롱테이크로 바꿨죠.(웃음)"양동근의 출연도 특별한 인연에서 비롯됐다. 이 감독은 "제가 영화 '블랙 가스펠(2013)' 조감독 시절 미국에서 촬영했어야 했는데 양동근 선배님과 숙소에서 동고동락하며 같이 밥을 해 먹고 그랬다"며 "그때 언젠가는 제 작품에 나오겠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연락드리자 흔쾌히 수락해주셨다"고 말했다.
또,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음식 장면에는 생활감을 담고자 했다. 특히 독고와 이한울이 오랜만에 만나 감자튀김을 먹는 장면에 대해선 "원래는 와구와구 햄버거를 씹는 장면이었다"며 "배우들도 재미있어 하며 현장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고 전했다.
"느와르 피 흘러…'사마귀'에선 어떻게든 빼려고 했죠"
이태성 감독은 이번 작품의 현장 분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그는 "쉬는 날에 쉴 법도 한데 배우들과 스태프들끼리 풋살 경기를 하더라"며 "1등하면 상금도 걸 정도로 서로의 호흡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제공이 감독은 가장 공들인 촬영으로 작품 후반부에 등장하는 '1:1:1 대결 장면'을 꼽았다. 이한울, 신재이, 독고가 대결을 펼치는 이 장면은 3주간의 촬영 끝에 완성됐다.
그는 "액션 자체가 버거워서 2회차를 찍으면 하루 또는 이틀 정도 배우들이 쉬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PD님에게 부탁을 드렸다"며 "배우들이 피로할 때는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류 무술감독에 대해 "무술감독님들 중에는 사고를 예측해 미리 막는 분도 있고, 사고가 나면 수습하는 분이 있는데 류 무술감독님은 전자셨다"며 "배우분들이 다칠 것 같으면 섬세하게 디자인하셨다. 배우들도 무술감독님을 찾아 세트장 뒤에서 연습할 정도로 열정이 있었다. 사고없이 잘 끝나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사마귀'로 첫 연출 데뷔하기 전까지 여러 감독 밑에서 경험을 쌓은 이 감독은 "감독님마다 다양한 장점들을 배웠다"며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감독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느와르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작가마다 코미디를 좋아하시는 분들고 있고 연애 장르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느와르적인 피가 좀 있는 거 같아요."
이어 "'사마귀'에선 그걸 어떻게든 빼려고 했었는데 제 몸에서 그런 것들이 나오면 주변에서 잡아주고 그랬다"고 웃었다.
한편, '사마귀'는 공개 3일 만에 글로벌 톱10 영화 비영어 부문 3위에 오르며 눈길을 끌었다. 700만 시청 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을 비롯해 스페인, 태국, 홍콩, 페루 등 총 44개 국가의 톱10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