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추석 연휴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인천 강화제일풍물시장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이재명 대통령이 긴 추석 연휴를 마치고 본격적인 국정 시험대에 오른다. 연휴 기간 외부 일정을 최소화하며 현안을 점검한 이 대통령은 13일 공식 복귀 후 부동산 정책, 사법 개혁안, 대외 통상 현안을 중심으로 국정 운영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정부·여당은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정감사를 앞두고 전날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국감 대응과 부동산 대책 등 민생 현안을 논의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감인 만큼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세를 벼르고 있어 전운이 감돈다.
관련해 이 대통령은 전 부처에 "여야 구분 없이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하면서도 "오해나 조작, 음해에 대해서는 적극 소명하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국정감사를 앞둔 12일 정부세종청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마련된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장에서 직원들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연합뉴스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선 불필요한 정쟁 최소화와 당정간 엇박자 조율이 과제로 꼽힌다. 대통령실은 14일 '디지털 토크 라이브'를 열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에 대한 국민 의견을 듣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간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집값이 급등세인 가운데 이번 주 부동산 정책도 발표도 예고돼있다.
그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순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 개혁안을 내놓고 11월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개혁 입법 추진 과정에서 여야 대립이 이어질 경우 정부 정책 성과가 빛바랠 가능성도 있다. 추석 연휴 기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이 '조용한 개혁'을 원한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도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다. 31일부터 시작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의 외교력을 평가받을 무대다. 21개국 정상과 2만여 명이 방문하는 이번 회의는 정부 출범 후 국내에서 열리는 첫 다자 정상회의로, 실용외교의 성과를 가늠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0일 경주 APEC준비지원단에서 APEC 정상회의 현장 근무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총리실 제공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APEC 본회의 전인 29일 당일치기 또는 1박2일 일정으로 방한을 검토하면서 행사 무게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초 미·중 정상회담이 기대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서 시진핑을 볼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될 경우 APEC을 통해 '가교 역할'을 하고 동북아 안보를 안정시키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APEC 계기 한·미 정상회담이 관세 협상 돌파구가 될지도 주목된다. 현재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둘러싼 양국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양해각서(MOU)를 서명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 기간 4차례 회의를 열어 대미 관세 협상 전략을 점검했고, 구윤철 부총리는 15일 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해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과 회동, 막판 협상 타결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