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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근로계약서 없이 숨진 강서구 미화원, 작업일지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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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업지시서 따르면 업체가 작업일지 보존해야
업체·구청 모두 작업일지 갖고 있지 않아
전문가 "산업안전 조직 체계 부족하다는 뜻"
구청 "운행일지로 갈음…앞으론 별도 관리"

연합뉴스연합뉴스
지난달 환경미화원이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서 작업하다 전봇대 사이에 끼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작업 발주처인 강서구청과 작업을 대행한 업체가 작업 기간 동안 한 번도 작업일지를 제출받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해당 환경미화원은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숨진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구청의 관리·감독 부실 정황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관련 기사: [단독]'강서 끼임 사망' 환경미화원, 근로계약서도 없었다)

13일 CBS노컷뉴스가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강서구청 '서울특별시 강서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A씨가 소속된 K산업은 서명을 포함한 '미화원·운전원 작업일지' 등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하지만 50대 남성 환경미화원 A씨 등 근로자들은 한 번도 소속 업체인 K산업에 작업일지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발주처인 강서구청도 마찬가지로 근로자들의 작업일지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새벽 시간 서울 종로구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송선교 기자지난달 27일 새벽 시간 서울 종로구에서 환경미화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송선교 기자
지난달 18일 오전 3시 30분쯤 A씨는 쓰레기 수거차 후미에 매달린 상태로 작업하던 중, 마주 오던 순찰차를 피해 후진하는 수거차와 전봇대 사이에 끼였다.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같은 날 끝내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안전보건 관련 서류를 3년 동안 보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구체적으로는 안전조치, 보건조치, 산업재해 발생원인, 작업환경측정 등에 대한 서류를 보존해야 한다.
 
작업일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내용이 법으로 규정돼 있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작업일지는 근로자의 출근·휴식 시간, 작업 구간, 작업 내용, 안전점검 여부 등을 기록해 현장 작업의 기본적인 서류로 여겨진다.
 강서구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 제16조에 따르면 작업 대행업체는 '미화원·운전원 작업일지(서명포함)' 등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 제공강서구청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 제16조에 따르면 작업 대행업체는 '미화원·운전원 작업일지(서명포함)' 등을 기록하고 보존해야 한다. 서울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 제공
대학에서 노동법을 가르치는 B교수는 "보통 작업일지는 수행 과정과 결과가 담기기 때문에, 산업 재해 위험성을 사전에 확인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사고 예방이라는 관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작업일지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산업안전에 관한 조직 체계가 완비돼 있지 않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서구청 관계자는 "과업지시서에 따라 차량운행일지를 받아 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업체가 작업일지를 별도로 받지는 않은 것 같다"며 "차량운행일지에 작업내역과 운행내용이 다 들어가기 때문에 '작업일지를 작성한 적 없다'는 말은 100%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과업지시서에 작업일지와 차량운행일지가 별도로 표시돼 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앞으로 새로운 작업일지 양식을 업체에 보내서 두 일지를 구분해 작성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실제로 차량운행일지는 매일 작성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차량운행일지에는 작업 경로에 따른 장소들만 기재돼 있었다. 심지어 사고 당일 차량운행일지에는 사고 관련 사항이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 (관련 기사: [단독]강서 환경미화원 사망 당일…운행일지 '정상근무')

B교수는 "일반적으로 작업일지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것이고, 차량운행일지는 근로 수행 여부를 확인하고 근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두 서류의 목적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차량운행일지가 작업일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은 "수십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용역에서 최소한의 관리 근거조차 확보하지 않았다는 건 구청이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며 "구조적 무책임이 근로자 사망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고는 행정이 만든 인재"라고 비판했다. CBS노컷뉴스는 작업일지와 관련한 K산업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접촉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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