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크레인. 연합뉴스지난해 한화오션 노동조합(노조) 대의원선거 과정에 사측 인사들이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회사 관리자들이 사외모임을 소집해 특정 후보를 거론하며 "힘을 보태달라",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된다"는 발언을 한 녹취가 확인됐다.
사측 인사가 노조 활동에 이같이 노골적으로 개입한 정황이 있었던 시점은 지난해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으로 몰락의 길을 걷기 이전이다.
CBS노컷뉴스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 대의원선거를 약 한 달 앞둔 지난해 11월 초 한화오션 모 부서의 운영파트장 A씨는 자기 부서의 현장 직원 등이 참석하는 모임을 열고 "오늘 이 자리는 딱 한 달 남은 행사를 위해 여러분의 도움을 바라는 자리"라며 선거에 출마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와 협조를 요청하는 취지의 말을 이어갔다.
A씨는 "제가 집합을 시켰으니까 제가 사회를 보겠다"며 "올해 도전하는 친구(후보자) 잘 되게 많은 지원을 바라는 의미에서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에 대한 좋은 이야기도 많이 해주시고, 무슨 일 있으면 저랑 (다른) 파트장이랑 여러 통로를 통해 이야기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해당 부서 생산파트장 B씨도 "우리 대의원 후보로 출마할 예정인 우리 선배님(후보자), 잘하실 거라 제가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부서의 관리자들이 노조 대의원선거의 유권자인 하위 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 및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 자리엔 여러 부서를 동시에 담당하는 회사의 노무팀 직원도 참석해 직접 발언을 했다. 노무팀 소속 C씨는 "여기 계신 분들만 조금만 힘만 보태주시면 다 될 것 같다"며 "여기 내부(사외모임)에서 정말 잘되면 앞으로 아무 문제없이 잘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금만 힘을 보태가지고 하면 모든 게 다 우리가 원하는 바로 성공할 것 같다"고도 했다. 복수의 사측 인사들이 모여 노조 선거에 개입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한 달 뒤쯤인 2024년 12월 5일 치러진 대의원선거에선 녹취에서 거론된 후보가 당선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녹취 등을 토대로 사측이 조직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대의원선거가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는 절차임에도 사측 인사들이 직접 후보를 거론하며 '도와달라'는 발언을 한 것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부당노동행위)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의 김유철 지회장은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한 이후 지속적으로 노조 장악 의도를 갖고 탄압이 자행돼 온 가운데 사측이 직접적으로 노조 선거에 개입한 증거가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라며 "이는 개별 부서와 개인 차원이 아닌 한화그룹 차원에서 전사적, 조직적으로 치밀한 계획하에서 진행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신장식 의원은 "실제로 판례와 노동법에 따르면 사측이 본인들 입맛에 맞는 노조를 만들기 위해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사측이 전모를 빠르게 밝히지 않는다면 이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 이어 민형사상 책임까지 져야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 측은 "해당 녹취가 누가 어떤 자리와 어떤 상황에서 발언한 내용인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회사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긴 곤란한 상황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며 "한 개인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추측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매년 노조 선거 시마다 각 현장 제조직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회사와의 갈등을 여론화 하려 했다는 점에서, 본건도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거론한 것 역시 연말 선거를 앞두고 그런 의도가 어느 정도 있지않나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약 38년 동안 노사 간 마찰 없이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회사를 발전시켜 왔다"며 "현재도 노사는 상생의 파트너십 아래 원만한 대화를 이어가며 건강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