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출판 제공'근육'이라 하면 보디빌더의 팔이나 식스팩을 떠올리지만, 우리의 심장을 뛰게 하고 혈액을 순환시키는 것도 근육이다.
인간의 존재를 움직이게 하는 근육을 새롭게 바라본 책이 나왔다. 홍콩계 미국 작가 보니 추이의 신작 '머슬'은 과학·철학·문학을 아우르며 근육의 본질과 의미를 탐구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수영 선수이자 서퍼로, 근육과 움직임을 삶의 언어로 체득한 사람이다. 그는 '힘, 형태, 행동, 유연성, 지구력' 다섯 가지 키워드를 통해 근육이 단순한 생리 기관이 아닌 의지·끈기·회복력의 상징임을 보여준다.
파워리프팅 세계 기록 보유자, 요가 강사, 해부학 교수 등 근육과 인생을 함께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근육은 우리가 무엇을 갈망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머슬'은 동시에 저자 개인의 회고록이기도 하다. 운동을 사랑한 아버지와의 추억, 그리고 그로부터 물려받은 '몸의 기억'은 삶을 버티게 하는 정신적 근육으로 이어진다.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결국 자신을 단단히 세우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저자는 말한다. "근육은 우리 자신이면서,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보니 추이 지음 | 정미진 옮김 | 흐름출판 | 332쪽
나비클럽 제공 탐정은 더 이상 소설 속 인물이 아니다. 지금 한국에는 약 2만5천 명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세계는 우리가 미디어에서 본 '셜록 홈즈'나 '코난'의 세계와는 전혀 다르다. 염건령 한국범죄학연구소 소장(가톨릭대 탐정학 교수)의 신간 '탐정의 세계'는 현실의 탐정들이 세상을 읽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탐정의 시선'을 제시한다.
저자는 "탐정은 사건 해결자가 아니라 인간 생태계를 관찰하는 사회학자"라고 말한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드는 인간의 욕망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사회의 상층부부터 밑바닥까지를 오가며 진실을 추적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책은 탐정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의 문제와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스토킹, 전세 사기, 보이스피싱, 고립된 노년, 감정 불안 사회 등 우리가 마주한 사건들을 탐정의 눈으로 다시 본다. 또, 탐정의 역사와 세계 각국의 사례를 통해 탐정이 어떻게 국가와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었는지도 살핀다.
저자는 "탐정의 시선을 유지한다는 건 세상에 대해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탐구자로 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상을 깊이 관찰하고, 보이지 않는 진실을 찾아내는 능력은 탐정만의 기술이 아니라 모든 시민에게 필요한 생존 교양이라는 것이다.
'탐정의 세계'는 관찰력·추리력·윤리의식이 왜 개인의 삶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 되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염건령 지음 | 나비클럽 |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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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한국사'로 유명한 역사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200여 종의 책을 낸 출판사 대표, 그리고 10년 넘게 알코올 중독으로 무너졌던 한 남자가 있다.
최용범 작가의 신간 '어느 불량 출판사 사장의 자술서'는 그의 인생을 적나라하게 해부한 고백록이다.
책은 출판인으로서의 이력서이자, 중독자로서의 반성문이다. 성공의 절정과 추락의 밑바닥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과 회한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저자는 "출판이란 결국 인간의 욕망과 부끄러움을 책으로 옮기는 일"이라 말하며, 자신의 욕망과 실패조차 숨기지 않는다.
이 책은 또한 작가로서의 전 생애를 정리한 잡문집이기도 하다. 만화 리뷰, 역사 칼럼, 시집 평론, 연시, 인터뷰 등 다양한 글들이 담겨 있다. 김운경 작가와의 음주 인터뷰, '카사노바의 생애'에 대한 에세이 등에서는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언어가 거침없이 쏟아진다.
출판사는 이 책을 "위험하니 함부로 펼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그 경고는 곧 유혹이 된다. 거칠고 솔직하며, 때로는 비루하지만 인간적인 고백이 독자를 끝까지 붙잡는다.
최용범 지음 | 페이퍼로드 | 2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