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한 민관정책협의회'에서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 주민대표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 제공"안 그래도 서울 여론이 호락호락하지 않은데, 이번 대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만 웃고 있을 것이다."
15일 발표된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해 중앙일보가 16일 전한 민주당 관계자의 반응이다.
이 같은 반응은 다른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둘러보더라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온 글들 |
"부동산 대책 보니 내년 서울시장은 오세훈 확정인듯" "오늘 발표로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이라는데" "오세훈 시장 재선 미리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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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사자인 오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오 시장의 관련 발언은 정책발표 24시간이 지난 16일 아침 서울시 정비사업연합회 간담회에 처음 나왔다.
"(이번 대책이)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부동산 안정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언급도 이날 간담회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알려진 내용이다.
서울시의 공식 반응은 15일 정부 발표 직후 나온 37글자가 전부였다.
"실무차원에서 일방통보만 있었고 전역 지정시 부작용 건의했음에도 불구 강행발표 되었다"
절제된 표현이며 최대한 자제된 내용이다.
서울시가 '표정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을 불러일으킨 반응이다.
'오세훈 시장만 웃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는 이번 정책이 가져올 영향 때문이다.
이번 정책은 집값 불안의 진앙지인 서울에 던진 '그물망'으로 비유된다.
부동산 매입(투자·투기)에 필요한 주요 수단을 묶어놓아 부동산 거래 상당수가 정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요의 거세는 가격 하락을 낳을 수밖에 없다.
집값은 정치적으로 양면성을 가진다. 가격 하락은 무주택 유권자들에겐 희소식이지만, 자가(自家) 소유 유권자들에겐 우울한 소식이다.
최근 집값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강북지역 유주택 유권자들에게는 이번 대책이 찬물일 수밖에 없다.
강북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당 정치인들에게 이번 대책이 '자살골'로 비치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번 대책이 집 없는 서울 사람들이 환영만 하기엔 뭔가 개운치가 않다.
거래 절벽은 연쇄적으로 임대시장 악화, 전세 품귀, 월세 상승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동산 업(up) 사이클에 타려고 '실탄'을 준비해왔던 무주택자들에게도 낭패일 수밖에 없다.
서울시도 이번에는 수요 억제 정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강도로 나올지는 전혀 예상 못했다는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 정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포기하지 않고서는 이런 대책을 내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대책이 오 시장의 아킬레스건이었던 토허구역 해제 이력이 슬그머니 가려지게 됐다는 관측도 있다.
토허구역 해제는 강남 부동산 뇌관을 건드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오 시장의 대권 꿈을 접게 했던 사건이었다.
더욱이 이번 파문으로 임박한 서울시 국정감사 집중도가 분산되게 된 것도 아이러니하게도 오 시장에겐 호재다.
물론 이번 대책 발표로 서울시의 정책적 카드가 봉쇄된 측면도 있다. 신통기획 등을 통한 주택정책의 힘과 속도 모두 빠지게 됐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이 '주택공급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중앙정부와의 정책 대결 구도를 강화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