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에서 열렸던 제31회 한일재계회의. 연합뉴스한일 경제계가 제조업을 넘어 문화·콘텐츠와 신산업으로 양적 교류를 질적 협력으로 확장하는 '한일 경제협력 2.0' 시대를 열자고 합의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는 17일 오전 도쿄 게이단렌 회관에서 제32회 한일재계회의를 열고, 양국 경제 연계를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자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회의에는 류진 한경협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구자은 LS그룹 회장,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등 한국 측 기업인 14명과 츠츠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 등 일본 측 기업인 11명이 참석했다.
류진 회장은 개회사에서 "양국이 60년간 탄탄히 다져온 신뢰 위에 새로운 미래인 '한일 경제협력 2.0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며 "글로벌 환경의 급변과 불확실성 속에서 경제·산업 구조가 유사한 한일 양국이 공급망 재편과 국제규범 논의에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수소·미래차 표준, 자원 안보 등 분야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츠츠이 요시노부 게이단렌 회장은 개회사에서 "보다 공정하고 다자적인 자유무역 체제 실현을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개혁을 추진하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CPTPP 등 경제연계협정(EPA)의 심화·확대를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재계회의 참석자들은 미국 관세,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초(超)불확실성 속에서 전략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한국과 일본이 AI(인공지능), 녹색 전환, 통상 대응의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협력 여지가 크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에 양국 경제계는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협력과 공급망 강화 등에서 협력을 강화하자고 합의했다.
이와함께 한미일 비즈니스 대화와 한·중·일 자유무역협상(FTA) 가속화에도 관심도 보였다.
참석자들는 먼저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국제협력 방안'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 양국은 한국의 CPTPP 가입이 이제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공급망 불안 등의 통상 환경 속에서 한국의 가입은 일본을 비롯한 기존 회원국에도 역내 공급망 안정 및 첨단소재 협력 강화 등의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란 인식이다.
수소 협력의 필요성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수소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충전소와 저장 설비 등 핵심 인프라에 대한 공동 실증 프로젝트 추진과 운영자 및 기술자 대상 공동 교육 프로그램 마련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참석자들은 초고령화와 재난 대응, 디지털 격차, 인재 확보, 에너지 및 공급망 등 공통 과제를 AI·디지털 기술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도 했다.
'새로운 한일 협력;을 주제로 한 세션에서는 인적 교류 증대 방안, 문화·콘텐츠 산업 협력 등이 논의됐다.
이를 위해선 관광 활성화를 위한 자동 출입국 시스템 상호 개방, 교환학생·유학 중심의 미래세대 교류가 제안됐다.
문화·콘텐츠 분야 협력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OTT를 통한 한일 공동 제작 콘텐츠의 세계시장 진출 과 한일 합작 그룹의 제3국 진출, 하나의 원작을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하는 OSMU 전략 등이 강조됐다.
한경협과 게이단렌은 △규범 기반의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질서 유지 및 CPTPP 추진 △글로벌 통상환경 공동 대응 및 공급망 협력 △한미일 협력과 FOIP(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 연계 강화 △수소 에너지 및 탄소 저감 협력 △저출산·고령화·기후변화 등 공통 사회문제 공동 대응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서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