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7일 오전 8시 30분 대구 동구의 한 아동 병원. 접수 직후부터 가파르게 늘기 시작한 대기자 수는 이미 50명을 넘어섰다.
밤새 기침, 고열에 시달린 듯 지친 얼굴을 한 영유아들은 애타게 진료 순서를 기다렸다.
너댓살쯤 되어 보이는 딸아이는 마스크를 쓴 채 아빠의 품에 축 늘어진 채 기대어 무거운 눈꺼풀을 꿈뻑거렸다.
한 살이 채 되어보이지 않는 영아는 이마에 열패치를 붙인 채 콧물이 흐르는 코를 엄마의 품에 부벼댔다.
특히 독감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많은 탓에 병원 내부는 평소보다 더욱 붐볐다.
실제로 최근 대구 지역 인플루엔자(독감) 의심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외래환자 1천명 중 발열, 기침 인후통 등 인플루엔자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수를 의미하는 인플루엔자 의사(擬似)환자 수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일부터 8일(45주차)까지 대구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60.6명으로 일주일 전(44주차)보다 약 4배 증가했다. 한 주 전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15.2명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45주차와 44주차 대구의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각 2.9명, 4.2명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올해 의사환자가 약 20배 늘어난 것.
특히 이 가운데 어린이 환자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45주차 전국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중 7~12세가 1천명 당 138.1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1~6세(82.1명), 13~18세(75.6명)으로 소아와 청소년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구 역시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의 대다수가 어린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의 45주차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는 1~6세 88명, 7~12세 187.4명, 13~18세 8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세 1.8명, 7~12세 6명, 13~18세 14명)에 비해 대폭 소아청소년 감염이 크게 늘었다.
대구시는 최근 기온이 급락했고 홍콩, 일본 등 주변국에서 일찍이 독감 유행이 관측된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독감 유행이 좀 이르게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윤수연 대구시 감염대응팀장은 "인플루엔자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교육 및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학령기 연령은 집단 생활로 감염 위험이 높으니 예방 접종을 적극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