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상원> 신속하고 정확한 이슈 배달, 이슈 철가방. 안녕하십니까, 유상원입니다. 옛 포항역 인근엔 속칭 '중앙대학'으로 불린 성매매 집결지가 오랫동안 자리하고 있죠. 지금은 많이 쇠락했습니다만 여전히 불법 영업 중인 업소들이 있는데요. 포항시가 성매매 집결지 정비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곳을 경험한 여성들과 주민·상인들을 인터뷰한 기록집이 최근에 출간됐습니다.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 김경미 소장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소장님 안녕하세요?
◆ 김경미> 네, 안녕하세요.
◇ 유상원> 포항시가 성매매 집결지 정비에 나섰다고 했던 게 꽤 예전인 것 같은데, 아직 진행 중인 건가요? 어떻습니까?
◆ 김경미 소장> 네, 아직도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죠. 그래서 2021년에 처음 포항시가 성매매 집결지 대책 지역협의체를 구성했고 지금까지 운영 중에 있고요. 그리고 2021년, 22년 해서 전주 선미촌 집결지의 선진지 견학도 저희 생활상담소하고 시청이랑 또 시의원님들하고 같이 다녀오기도 했어요. 이후에 2023년에 포항시 성매매 집결지 대책 기본계획 용역을 했고 집결지 정비에 대해 방향을 계획했습니다. 그리고 24년에는 집결지 내 업소가 비어 있는 곳에 그 업소 하나를 임대해서 '현장시청 빛나길센터'라고 해서 개소를 했습니다.그래서 성매매 집결지 정비 사업 수행을 위한 거점 공간이자 시민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지금 활용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년 9월에 성매매 피해자 등에 대한 자활지원 조례 제정 계획을 시의회에 보고했고 12월에는 입법 예고까지 했습니다. 그래서 이후에 집결지 자활지원 조례 제정을 위해 시의회 통과를 계속 시도했는데, 시의회에서는 "집결지 공간 폐쇄에 대한 로드맵이 나와 있지 않다. 이 상황에서 조례를 만들면 다른 곳의 여성들이 올 수도 있고, 이곳의 여성들도 재유입될 수도 있는데 대책 없이 자활지원 조례 제정은 어렵다" 이렇게 해서 계속 무산되고 있어요.현재까지 그래서 올해는 꼭 자활지원 조례가 제정되기를 바라봅니다.
◇ 유상원> 지금 이 성매매 집결지 상황은 어떤가요?
◆ 김경미> 현재 상황은 여성들이 옛날에는 많을 때 300여 명까지 있었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한 50여 개 업소에 70여 명 정도 있어요. 경기가 지금 많이 침체돼 있잖아요? 포항이. 그래서 코로나 이후부터 많이 쇠락했고 현재는 경기 침체가 더 심해지면서 여성들도 생계에 대한 막막함을 많이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포항 성매매집결지 모습. 자료 사진◇ 유상원> 이게 성매매가 불법이지 않습니까? 2004년에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기도 했는데, 바로 폐쇄 조치를 하면 될 것 같긴 한데 안 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 김경미> 바로 폐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 현실 요인들이 많이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1961년에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제정됐고 62년부터는 특수 업탑으로 국가에서 관리를 했어요. 포항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관리를 했고요. 그때는 보건소에서 여성들 성병 검사나 보건증 발급을 해주기도 했고요. 그러니까 법은 불법인데 지금까지 묵인하고 있는 것은 국가가 집결지를 규제도 하고 관리도 해왔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관리하고 한편으로는 규제하고 이렇게 섞여 있는 상황이죠. 불법이라 하면서 허용하고, 불법이라 하면서 용인하고, 불법이라 하면서 일정 부분 합법화하고… 이게 섞여 있다 보니 지속돼 온 겁니다.
특히 여기 있는 여성들은 갑자기 폐쇄되면 극단적 선택이라든지 생계 문제로 많이 힘들어요. 그래서 반드시 여성들에 대한 통합적 자활 지원 대책을 강구한 이후에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게 우리 현장에서는 '자활지원 조례 제정'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구조입니다. 또 1년이든 3년이든 단계적 폐쇄가 되면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고 원활한 집결지 폐쇄가 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유상원> 지금 김경미 소장님께서 계신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 여기는 성매매 여성들을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곳인가요? 어떤 곳입니까?
◆ 김경미> 저희는 피해 여성들의 탈성매매를 돕고, 성매매로 유입되거나 재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어요. 또 위기 상황에 놓인 여성들이 치유와 회복을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 설 수 있도록 응원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합니다. 그리고 성매매 예방 교육이나 캠페인 등, 성매매를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도록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유상원> 이번에 인터뷰 기록집을 내셨습니다. 'Her(허)스토리'라는 제목인데, 이 기록집을 내신 배경은 어디 있을까요?
◆ 김경미> '대흥동 Her(허)스토리, 닫혀진 문을 여는 사람들'이 기록의 제목입니다. 내게 된 배경은요, 최근 중앙대학 집결지가 언젠가는 폐쇄될 텐데, 폐쇄되면 이곳의 이야기들이 남아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인터넷이나 신문 기사를 검색해보면 포항 대흥동 중앙대학 집결지 관련 이야기가 거의 없더라고요. 보통 다른 지역도 폐쇄 이후 아카이빙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자료가 너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뷰를 해보자.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할 게 있는지 보자" 해서 인터뷰를 하고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포항 꿈트리센터 다목적강당에서 열린 출간기념회. 포항시 제공◇ 유상원> 그럼 여성분들, 주민, 인근 상인들 이야기까지 다 실려 있는 건가요?
◆ 김경미> 네, 그렇죠. 여기 아직 머물고 있는 여성들도 있고, 오래 있었다가 탈성매매 후 인근에서 살고 계신 분들도 있고, 다른 지역에 가서 자활 중인 여성들도 있어요. 또 여전히 관련 업에서 못 벗어나 계속 일하고 있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포항 대흥동 집결지 업소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여성들 이야기가 대체로 실려 있습니다.
◇ 유상원> 기억나는 분 혹시 있을까요?
◆ 김경미> 제가 인터뷰한 여성인데요. 성장기에 유복한 가정에서 곱게 자랐던 분이에요. 결혼 이후 30대 후반에 포항역 앞 헌병대 대대장에게 인신매매돼 25년 정도 집결지에 머물렀던 분입니다. 이 집결지가 없었으면 그 대대장이 인신매매를 하지 않았겠죠. 그렇다면 이런 기구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 거라 생각되더라고요.지금은 건강도 많이 나빠져 기초생활수급자가 돼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어 매우 마음 아픈 여성입니다.
◇ 유상원> 주민이나 상인분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시던가요?
◆ 김경미> 여기 남아 있는 여성들은 1995년 중반 이후 있었던 분들이 많더라고요.그 이전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근 상인들, 연세 드신 분들께 여쭤봤어요. 그랬더니 팀스피릿 훈련 기간 당시 미군들이 너무 많아서 도로가 사람들로 가득하고, 하루에 여성 한 명당 미군 20~30명을 상대했던 이야기, 또 1970년대 월남 파병 시절 이곳이 집결지라 군인들이 많이 드나들었다는 이야기, 그리고 A사 직원들도 예전엔 회식 때 유흥주점이나 집결지를 많이 이용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 유상원> 불법성매매업소들이 폐쇄는 되어야 하지만, 여성들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고 자립하려면 통합 지원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 김경미> 맞습니다. 남아 있는 대다수 여성들의 연령대가 50~60대이고, 70대도 계세요. 이분들은 이곳을 떠나면 정말 막막합니다. 건강도 악화되고, 생계 문제도 있고, 지지할 가족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가능한 한 이 지역에서 머물면서 성매매가 아닌 다른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통합적 자활 지원 대책이 필요합니다. 자활지원센터 설치가 절실합니다. 상담원들과 동료들이 있는 공간에서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사회생활 기술 등을 배워야 합니다. 이분들 대부분 사회생활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 대화 기술, 사회관계 기술을 서서히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자활지원센터 설치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 유상원> 이번 기록이 피해 여성들의 인권 회복 출발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바라시는 점 있으신가요?
◆ 김경미> 성매매 피해자 등을 위한 자활지원 조례가 아직 제정되지 않았는데, 올해 꼭 제정돼서 여성들이 초기 자활 과정에서 촘촘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자활지원센터도 설치돼서 여성들이 그곳에서 사회 복귀를 준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유상원> 이슈철가방, 경북여성현장상담센터 새날의 김경미 소장이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김경미>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