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 결정을 내린 후 기뻐하는 시민들. 김대한 기자12·3 내란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가운데, 비상계엄 선포부터 대통령 탄핵까지 광장에 모여 새로운 시대를 요구했던 이들은 헌법 개정이 새 시대의 과제라고 지목했다.
CBS노컷뉴스는 12·3 내란사태 1년을 하루 앞둔 지난 2일 전북의 노동·환경·인권 단체 등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모두 "개헌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헌은 '노동·평등'을 기준 삼아 이뤄져야…공공성 확대도 필요
3일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촉구 기자회견에서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심동훈 기자
반노동 정책으로 일관했던 윤석열 정권하에서 탄압의 대상이었던 노조는 "새로운 헌법은 노동권과 안전권을 강화하고 공공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경 민주노총 전북본부장은 "계엄 시 체포 대상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포함될 만큼 윤석열은 노조를 적대했다"며 "계엄 이후 노조는 앞서서 새로운 의제를 던졌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여전히 대한민국의 많은 노동자들은 법 밖에 있다"며 "새로운 시대는 근로기준법 보장을 받지 못하거나 같은 과로에 시달리는 환경, 일을 하다 사망하는 노동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헌은 안전권과 노동권을 강화하는 '노동 헌법'이 돼야 한다"며 "공공성을 대폭 확대시켜 교육과 의료의 국가 책임제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 가입 여부나 성별, 인종 등을 이유로 계층을 나눠 차별하는 것을 완전히 금지하는 '평등 헌법'의 가치도 명시돼야 한다"며 "노조는 자체적으로 개헌안을 제작해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尹은 거꾸로 가는 시계…개헌안엔 환경권 명시하고 지역 발전 도모해야
3일 전북도청 앞에서 열린 내란청산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 심동훈 기자환경 단체는 헌법 전문에 환경권을 보장하는 내용이 수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꾸로 가는 시계'로 윤석열 정부의 환경 정책일 꼬집은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원전 수명을 연장하거나, 4대강 재자연화도 중단시킨 후 다시 보에 물을 채웠다"며 "일회용품 규제도 풀어 준 윤 정권은 말 그대로 욕망을 배출하는 시대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 주권 정부를 표방한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개헌은 헌법 전문에 지속 가능한 발전과 이를 위한 의무를 규정하고 환경과 생태를 보호하는 환경권 등을 명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가 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긴 하지만 여전히 일부 정책은 수도권 중심 정책, 특정 계층을 위한 사업으로만 남아있다"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를 지목했다.
이 대표는 "진정한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완화하는 것이다"라며 "지역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송전선로와 송전탑 건설 등은 이재명 정부가 바로잡아야 하는 지점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래도 이재명 정부는 거꾸로 돌아갔던 윤 정권보다 환경 단체의 요구를 심도있게 고민하고, 몇몇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며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며 지속적인 진보적인 환경 의제를 던져 개헌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 삶은 이미 계엄이었다" 개헌은 소수자 차별 막고 평등 명시해야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집회 모습.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 없음. 김대한 기자
성소수자,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보호에 목소리를 높여왔던 인권 단체는 새로운 헌법은 기본권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하고, 민주공화정의 틀을 다시 닦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민 평화와인권연대 활동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기존의 문구를 더욱 구체적인 기본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며 "광장에서 외쳤던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제정해 헌법이 말하는 평등권이 모두에게 동일하게 보장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계엄을 통해 민주공화정이라는 체제도 때로는 위태로울 수 있다는 것을 목도했다"며 "이후의 사회는 '민주'와 '공화'라는 가치를 어떻게 함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을 촉구하며 개헌을 외치는 집회에서 한 청소년이 무지개 깃발을 통해 강단의 발언자에 연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구파란 평화와인권연대 상임활동가 제공구파란 활동가는 "개헌을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세상은 개인의 삶을 위협하는 요소들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장에서 만난 많은 여성 청소년들은 딥페이크와 성추행, 성폭력 등 그들의 삶 가운데 현존하는 위협과 계엄을 연결시켰다"며 "그들의 발언은 광장에 나와 있는 우리가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경종을 울리는 선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엄 후 광장에 나선 2030여성이 많이 회자됐다. 그러나 거론된 만큼 그들이 현실 정치에서 자리 잡을 수 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며 "투쟁의 동력을 함께 만들었던 만큼 개헌이 만들어갈 사회는 기존의 고질적인 토대를 바꾸는 방향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