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가지 제공20여 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해 온 도진기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4의 재판'이 출간됐다. 이번 작품은 보험금을 노린 계획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법의 판단과 대중의 직관이 엇갈리는 지점을 치밀하게 그린 법정 미스터리다.
'4의 재판'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캄보디아 만삭 아내 사망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명백한 범죄로 보였던 사건이 형사·민사 재판을 거치며 무죄와 거액의 보험금 수령으로 귀결된 현실을 출발점 삼아, 법의 엄격한 입증 원칙이 어떻게 범죄의 방패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질문한다.
작품은 법에 문외한인 평범한 시민 선재가 약혼자의 죽음 이후 살인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완벽한 법리 뒤에 숨어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와, 그 논리를 역으로 이용해 덫을 놓는 주인공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작가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가 때로는 정의와 충돌하는 현실을 냉정하게 묘사한다. 형사 판결이 민사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법 구조의 모순과, 법이 실체적 정의보다 질서 유지에 우선하는 순간 발생하는 공백을 소설적 긴장 속에 녹여냈다.
법의 한계를 비판하는 문제의식과 함께, '4의 재판'은 복수극으로서의 장르적 쾌감도 놓치지 않는다. 20년 법조 경력을 바탕으로 설계된 정교한 법정 공방과 예측 불허의 반전은 마지막 장까지 독자를 붙잡는다.
도진기 지음 | 황금가지 |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