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넓은 세상'을 바라봅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식과 터전을 넓히는 '인류의 노력'을 바라봅니다. 지구를 넘어 광활한 우주에 대한 이야기, '코스모스토리' 시작합니다.
오리온 우주선이 달의 뒷편으로 플라이바이(flyby)를 진행하는 모습. 달 너머 지구가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다. NASANASA가 반세기 만에 사람을 달로 보냈습니다. '아르테미스 II'는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운 오리온 우주선이 달을 돌아 지구로 귀환하는 10일간의 시험 비행 미션입니다.
4월 7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6일간의 비행 끝에 달 앞에 도착한 오리온의 창문 너머로 달이 펼쳐졌습니다. 이번 미션에서 오리온은 달에 착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달 곁을 스쳐 지나가며 관측하는 비행, 이른바 '플라이바이(flyby)'를 수행했습니다. 오리온은 약 7시간에 걸쳐 달 곁을 날았습니다.
오리온이 달 표면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거리는 4067마일(약 6545km)이었습니다. 아폴로 사령선이 달 표면 약 70마일(약 112km) 상공을 지났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먼 거리지만, 승무원들에게 달은 팔을 뻗어 든 농구공만 한 크기로 보였습니다.
우주비행사 제레미 한센이 오리온 우주선의 2번 창문을 덮고 있는 카메라 덮개를 통해 달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NASA미션 Flight Day 5 내용에 따르면, 과학팀이 사전에 선정한 30개 관측 대상이 승무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승무원 4명은 2인 1조로 교대하며 약 5시간 동안 태블릿 기반 '달 관측 계획(Lunar Targeting Plan)' 앱으로 대상을 확인하고, 음성으로 관측 내용을 기록하면서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이미지의 동남쪽에 달에서 가장 잘 보존된 대형 충돌 분화구 중 하나인 오리엔탈레 분지(Orientale Basin)의 선명한 모습이 보이고 있다. NASA이번 플라이바이의 핵심 관측 대상 가운데 하나는 오리엔탈레 분지(Orientale Basin)였습니다. 달의 앞면과 뒷면에 걸쳐 있는, 폭 약 600마일(약 965km)의 거대한 충돌 분화구입니다. 약 38억 년 전에 형성된 이 분지를 인류가 육안으로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분지를 '달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렀습니다.
오리온은 아폴로 12호와 14호의 착륙 지점 상공을 지나가기도 했습니다. 아폴로 우주비행사들은 비행 경로와 시기의 제약으로 달 뒷면의 상당 부분을 관측하지 못했지만, 이번 플라이바이에서는 달 뒷면 일부와 남극 일부까지 관측 가능 영역에 포함됐습니다.
달 뒷면을 플라이바이 하면서 접사 촬영한 바빌로프 크레이터(Vavilov Crater). NASA 미션 Flight Day 6 내용에 따르면, 우주선의 플라이바이 동안 과학평가실(Science Evaluation Room)에서 승무원들의 관측을 지원하던 달 과학자들은 "과학 관측이 쏟아지는 것을 미소와 끄덕임, 그리고 수많은 대화로 맞이했다"고 전했습니다.
40분간의 침묵, 달 지평선에서 떠오른 지구
푸른 지구가 달의 지평선에 걸쳐있는 모습. NASA4월 7일 오전 7시 44분(한국시간), 오리온이 달 뒤편으로 진입하면서 지구와의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달이 우주선과 지구 사이를 가로막아, 심우주통신망(Deep Space Network, DSN)의 전파가 차단된 것입니다. 이에 아르테미스 II 미션 컨트롤팀은 약 40분간 승무원과 교신할 수 없었습니다. 이 통신 두절은 아르테미스 I 무인 미션과 아폴로 미션에서도 발생했던 '예정된 절차'였습니다.
달 뒤편을 지나는 동안 승무원들은 '지구넘이(Earthset)'를 목격했습니다. 지구가 달 지평선 아래로 서서히 사라지는 장면입니다.
신호가 끊어지고 약 40분 뒤, 우주선이 달 반대편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DSN이 신호를 다시 잡았습니다. 통신이 복구된 직후, 라이브 영상에는 달 뒤편에서 지구가 떠오르는 '지구돋이(Earthrise)' 모습이 담겼습니다.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는 플라이바이 뒤 "오늘 가장 큰 하이라이트 가운데 하나는 달 뒷면에서 돌아와 약 45분간의 교신 단절 끝에 다시 지구를 처음 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특별한 곳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가 심우주 탐사에서 선두에 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정말 실감하게 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달에서 본 개기일식
달 주변에서 바라본 개기일식 장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야하지만 지구의 반사광으로 달의 일부분이 보이고 있다. 달의 오른쪽 하단 가장자리 바로 아래에 보이는 밝은 빛이 토성, 그 너머로 이미지의 오른쪽 가장자리에 있는 밝은 점은 화성이다. NASA달의 뒷편을 돌아나온 오리온 우주선은 4월 7일 오전 9시 35분(한국시간) 놀라운 우주쇼를 직관했습니다. 바로 오리온과 달, 태양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개기일식(total solar eclipse)이 진행된 것입니다. 이 현상은 약 1시간 동안 이어졌습니다. 태양이 달 뒤로 완전히 사라지고, 태양의 가장 바깥 대기인 코로나가 달 가장자리를 감싸며 빛났습니다.
조종사 빅터 글로버는 "정말 끝내주는 광경(It's a wicked view)"이라고 당시의 소감을 말했습니다. CNN에 따르면, 글로버는 일식의 어둠 속에서 지구가 달 표면을 비추는 '지구빛(Earthshine)' 효과를 설명하면서 "놀라운 장면들을 접하는 순간, 우리는 SF 영화 속에 있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지구빛 덕분에 어두운 달 표면의 상당 부분이 드러나 보였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도 "아무리 오래 봐도 우리는 눈앞의 이 장면을 표현하기 어려웠고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일식 상황에서 승무원들은 금성, 화성, 토성, 그리고 지구의 빛을 각각 관측했습니다. 중계화면에서 꾸준히 깜빡이던 밝은 점은 금성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이때, 승무원들은 일식 도중 유성을 관측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조종사 빅터 글로버와 임무 전문가 크리스티나 코크가 달 표면 이미지와 관측 자료를 수집하는 모습. NASA미션 Flight Day 6 내용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일식으로 어두워진 달 표면에서 유성체가 시속 수천 마일로 충돌하며 만들어낸 섬광을 총 6차례 보고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오리온 우주선에서 전송되는 이미지와 데이터를 분석해 섬광의 정확한 시각과 위치를 파악하고, 같은 시각 지구에서 달을 관측하고 있던 데이터와 대조할 계획입니다.
4월 7일 오전 10시 35분 승무원들은 달 관측을 공식적으로 마무리했고 달에서 지구로 귀환하는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아폴로 13호 기록을 넘어 인류 최장거리에 도달하다
오리온 우주선 창문에 보이는 달. NASA이번 달까지의 여정에서 오리온은 또 하나의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NASA는 4월 7일 오전 2시 56분(한국시간), 오리온 우주선이 지구로부터 24만 8655마일 지점을 지나면서 1970년 아폴로 13호가 세운 인류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넘어섰다고 전했습니다. 아폴로 13호는 달 착륙을 포기하고 긴급 귀환하는 과정에서 이 비행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오리온이 지구에서 가장 먼 지점에 도달한 것은 같은 날 오전 8시 7분이었습니다. 그 거리는 25만 2760마일(약 40만 6740km)로 아폴로 13호의 기록을 약 4천 마일 이상 넘어선 수치였습니다.
미국CBS에 따르면, 기록 경신에 앞서 승무원들은 특별한 메시지 하나를 들었습니다. 1968년 아폴로 8호로 인류 최초의 유인 달 비행을 수행하고, 1970년 아폴로 13호를 지휘했던 짐 러벨이 생전에 녹음해 둔 것이었습니다.
우주비행사 짐 러벨(Jim Lovell)의 모습. NASA"Hello, Artemis II! This is Apollo astronaut Jim Lovell. Welcome to my old neighborhood!"
"안녕하세요, 아르테미스 II! 아폴로 우주비행사 짐 러벨입니다. 내가 다녀간 동네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When Frank Borman, Bill Anders, and I orbited the Moon on Apollo 8, we got humanity's first up-close look at the Moon and got a view of the home planet that inspired and united people around the world."
"프랭크 보먼, 빌 앤더스, 그리고 내가 아폴로 8호로 달을 돌았을 때, 우리는 인류 최초로 달을 가까이서 봤고, 전 세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하나로 묶어준 고향 행성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I'm proud to pass that torch on to you — as you swing around the Moon and lay the groundwork for missions to Mars … for the benefit of all."
"여러분이 달을 돌고, 화성 탐사의 토대를 닦는 지금, 그 횃불을 여러분에게 넘기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모든 인류를 위해서."
"It's a historic day, and I know how busy you'll be. But don't forget to enjoy the view."
"역사적인 날이고, 여러분이 얼마나 바쁠지 압니다. 하지만 풍경을 즐기는 것, 잊지 마세요."
"So, Reid, Victor, Christina, and Jeremy, and all the great teams supporting you — good luck and Godspeed from all of us here on the good Earth."
"리드, 빅터, 크리스티나, 제레미, 그리고 여러분을 지원하는 모든 훌륭한 팀에게 — 이 아름다운 지구에 있는 우리 모두가 행운을 빌고, 무사하기를 빕니다."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이 오리온 우주선 창문 너머에 있는 달을 바라보는 모습. NASA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은 달에 가까워지던 플라이바이 전날 밤 미션 컨트롤에 이렇게 무선을 보냈습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습니다. 정말 놀랍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르테미스 II 우주비행사들이 이름을 제안한 달의 새로운 크레이터 위치. 달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오리엔탈레 분지(Orientale Basin)를 기준으로 북서쪽에 위치한 이름없는 크레이터(분화구)와 이 크레이터의 북동쪽에 위치한 이름없는 크레이터가 그 대상이다. NASA기록 경신 뒤, 승무원들은 달에 이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NASA의 Flight Day 6 플라이바이 업데이트에 따르면, 승무원들은 육안으로 확인한 두 개의 분화구에 잠정적으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오리엔탈레 분지 북서쪽의 분화구에는 이번 미션의 우주선 이름을 딴 '인테그리티(Integrity)'를, 그 바로 북동쪽, 달의 앞면과 뒷면 경계에 걸쳐 때때로 지구에서도 보이는 분화구에는 '캐롤(Carroll)'이라는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캐롤은 와이즈먼 선장의 고인이 된 아내 캐롤 테일러 와이즈먼(Carroll Taylor Wiseman)의 이름입니다. 미션이 완료된 뒤, 이 이름들은 국제천문연맹(IAU)에 공식 제출될 예정입니다.
지구로 돌아오는 길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이 촬영한 지구 전경. NASA/리드 와이즈먼달을 돌아 나온 오리온은 지금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습니다. NASA의 미션 업데이트에 따르면, 오리온은 4월 8일(수) 오전 2시 25분경 달로부터 4만 1072마일(6만 6098km) 지점에서 달 중력권을 벗어났습니다.
반세기 만에 사람의 눈으로 본 달. 오리엔탈레 분지의 38억 년 된 지형, 달 뒤편에서 떠오르는 지구, 달이 태양을 삼킨 일식. 그 풍경을 가슴에 안고, 4명의 우주비행사는 4월 11일(토) 오전 9시경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 해상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지구에 안전하게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 미션 크루들의 여정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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