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가가 체불 임금을 대신 지급했음에도 이를 갚지 않는 이른바 '대지급금 미변제' 사업주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신용제재가 실시된다.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29일 장기간 대지급금을 변제하지 않은 사업주 2057명에 대해 첫 신용제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갚지 않은 미변제금 규모는 총 3868억 원에 달한다.
대지급금 제도는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임금 체불로 생계가 막막해진 노동자에게 국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 일정 범위 내의 체불 임금을 선지급하고, 이후 사업주에게 이를 구상 청구하는 제도다.
퇴직 노동자를 위한 도산대지급금과 재직자도 받을 수 있는 간이대지급금 등으로 나뉜다. 현행법상 대지급금이 지급되면 사업주는 이를 국가에 변제해야 하지만, 고의로 상환을 미루거나 잠적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악성 미변제 사업주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고자 지난 2024년 8월 7일부터 개정 임금채권보장법을 시행해 신용제재 제도를 도입했다.
이번 제재는 개정법 시행 이후 첫 조치다. 대지급금 변제금을 1년 이상 미납하고, 미회수액 합계가 2천만 원 이상인 사업주가 그 대상이다.
정부는 이들의 미회수금액과 인적사항 등을 종합신용정보집중기관인 한국신용정보원에 제공한다. 제재 대상에 오른 사업주는 관련 규약에 따라 향후 7년간 신용관리 대상자로 등재돼 금융거래 및 대출 심사 등에서 전방위적인 불이익을 받게 된다.
실제로 고의적인 미변제 행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수도권에서 건설업을 운영하는 A업체의 경우 2023년부터 약 9억 원의 대지급금이 발생했으나, 다수의 부동산과 자동차 등 재산을 보유하고도 변제를 거부하고 있다.
이들은 법원의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고 변론기일에 불출석하는 등 자료 제출 요구를 무시하며 고의로 소송을 지연시키고 있다.
경남에 본점을 둔 건설업체 B사는 약 5억 원의 대지급금 중 4억 7천만 원을 갚지 않은 채 대표이사가 잠적했다. 공단은 출자증권 압류와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 등 강제집행을 진행 중이다.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은 이번 신용제재를 통해 임금채권보장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높이고 체불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의식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임금체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임금절도이자 심각한 범죄"라며 "대지급금 장기간 미변제 사업주에 대한 신용제재를 통해 대지급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