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청 대강당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김혜민 기자6·3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민심의 향방이 안갯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 우세로 읽혔던 여론 지형이 선거 막판 초접전 양상으로 바뀌면서, 유권자들이 주요 정치·사회 이슈를 어떤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부산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12·3 내란 사태와 정권 견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29일 부산의 한 사전투표소에서 만난 60대 남성 유권자는 '내란 세력 심판'을 위해 투표했다고 했다. 그는 "계엄을 선포할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면서 이를 옹호하거나 책임을 흐리는 후보는 선택지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대구에서 사전투표를 하고 나온 50대 남성은 "내란이랑 무관하게 투표한 건 아니다"며 "대구 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 우리 학생들 미래를 밝게 해줄 수 있는 사람에게 표를 줬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50대 여성 유권자는 "이전 정부의 문제를 바로잡는 과정"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 대통령의 직설적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거대 여당의 독주를 우려하는 유권자도 있었다. 부산 동구의 80대 남성 유권자는 "집권세력의 독주가 심각하다"며 정당을 기준으로 표를 행사했다고 밝혔다. 70대 보수 성향 유권자도 "정부여당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의 50대 남성 유권자는 "일방적 입법은 폭주이자 폭력"이라며 정치적 균형 필요성을 강조했다. 20대 여성 유권자도 "최소한의 브레이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타벅스의 5·18 관련 논란을 둘러싼 반응은 '역사 인식'과 '국가 역할'을 둘러싸고 갈렸다.
정부·여당 지지 성향 유권자들은 이를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기업에 대한 정당한 소비 거부로 받아들였다. 서울의 한 유권자는 대통령의 불매 언급에 대해 "잘못된 행태에 대한 상징적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유권자는 "기업도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역사적 사안에 대한 기업의 민감성을 주문했다.
반면 다른 유권자들은 국가권력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서울의 50대 남성 유권자는 "사기업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이 알아서 판단하고 안 사 먹으면 될 일인데, 국정이 엄중한 시기에 장관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커피값을 가지고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말했다. 일부 부동층 유권자는 이를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며, 정치권이 선거 국면에서 이슈를 소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대 여성 유권자 역시 "정부가 나서서 불매운동을 해달라고 하는 건 좀 과하지 않나 싶다"며 정치적 의도를 의심했다.
서울 양천구 목1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사전투표소. 전주은 인턴 기자사회 안전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렸다.
GTX 철근 누락과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등 잇단 사고와 관련해 일부 유권자들은 "현장 실무 문제를 단체장이나 정권 책임으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라고 봤다. 20대 여성 유권자는 "직접 관리 책임이 있는 실무자의 문제"라고 말했다. 50대 남성 유권자도 "정치적으로 이용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사건별 책임 소재를 선거 프레임으로 확장하는 데 선을 그었다.
반면 행정 당국의 관리·감독 책임을 묻는 의견도 나왔다. 한 유권자는 "보여주기식 행정만 하고 리스크 관리는 부족하다"며 현직 단체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공직에 몸담고 있다는 또 다른 30대 남성은 "시공사와 감리사의 책임도 있지만, 이를 승인하고 관리해야 할 정부와 국토부의 행정 편의주의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유권자들은 사고가 반복되는 것 자체가 행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고 평가했다.
정부의 재정 정책과 분배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온도차가 감지됐다.
서울의 20대 커플은 정부의 현금성 지원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기본소득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무분별하게 뿌리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며 "가만히 있어도 돈을 주는 정책보다는 본인의 능력으로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복지와 재정 지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한 50대 여성 유권자는 "어려운 시기에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취약계층 지원과 사회 안전망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단순한 진영 논리보다 자유와 공정, 견제와 균형, 행정 책임과 국가 역할 같은 기준으로 이슈를 해석하고 있었다. 선거 막판 민심의 향방 역시 이 같은 판단 기준 위에서 갈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