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인데, 이건 내가 아니야."
친구가 보내온 링크 안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음란 사진이 있다면, 그 일상은 얼마나 무너질까요?
요즘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딥페이크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졸업앨범 사진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렸던 일상 사진들이 누군가의 의해 합성돼서 음란물로 유포되는 건 더 이상 낯선 기술 범죄가 아닙니다. 피해자의 학교와 일상, 인간관계를 한 번에 무너뜨리는 생활형 범죄입니다.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5년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피해자 1만 637명 가운데 10·20대가 77.6%를 차지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거꾸로 가장 큰 표적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 피해자가 남성보다 약 45배 많았는데요.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겨냥해 영상은 한번 만들어지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습니다. 불법 영상이 유포된 사이트의 95.6%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삭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매년 25%가량은 끝내 지워지지 못한 채 남습니다. 피해자가 평생을 따라다니는 '디지털 낙인'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경기도, 1년 새 3.9배…가해자도, 피해자도 10대20대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기도의 딥페이크 성범죄는 2023년 46건에서 2024년 180건으로 1년 만에 3.9배 폭증했습니다. 경기도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자 95명 중 10대 이하가 49명으로 절반이 넘는 51.5%였고, 20대(25.3%)까지 더하면 약 76.8%에 달했습니다. 디지털에 익숙한 1020세대가 표적되었습니다.
더 뼈아픈 대목은 가해자 역시 같은 또래라는 점입니다. 지난해 4월 경기도북부경찰청이 검거한 텔레그램 허위영상물 제작·유포 사범 23명 가운데 90% 이상이 10~20대였습니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 10·20대인, 같은 세대 안에서 벌어지는 비극입니다.
문제는 가해 청소년들의 인식입니다. 학생들이 딥페이크 범죄를 '게임'이나 '장난' 정도로 여긴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습니다. 친구의 얼굴을 합성물로 만들어 단체방에서 돌려보는 행위가 누군가의 인생을 무너뜨리는 중범죄라는 인식 자체가 희박하다는 것입니다.
경기도 한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예전의 학교폭력이 주먹과 따돌림이었다면, 이제는 휴대전화 안에서 벌어진다"며 "가해 학생들은 그것이 범죄라는 자각조차 없이 클릭 몇 번으로 친구를 가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윤충식 의원(국민의힘, 포천1). 박철웅 PD"사후 처벌은 한 발 늦다"…경기도의회, 기술로 답하다
이런 절박한 현실 속에서 경기도의회가 '기술로 기술을 막는다'는 새로운 해법을 내놨습니다. 경기도의회 미래과학협력위원회 윤충식 의원(국민의힘, 포천1)이 대표 발의한 '경기도 딥페이크 대응 기술 개발 및 보급 지원 조례안'입니다.
기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조례들이 대부분 '피해자 지원'과 '예방 교육'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조례는 딥페이크 콘텐츠 자체를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 인프라' 구축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조례안의 핵심은 △딥페이크 실시간 탐지·차단 기술 개발 지원 △도내 기업이 개발한 기술의 행정 현장 실증 지원 △검증된 기술의 학교 및 공공기관 신속 보급입니다. 피해가 가장 집중된 학교 현장에 검증된 탐지 기술을 우선 보급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윤충식 의원은 "딥페이크 영상과 음성 합성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성범죄를 비롯한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고도화된 대응 기술은 디지털 공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특히 아이들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AI 기술은 빛의 속도로 진화하지만, 법과 제도는 늘 한 발 늦습니다. 그 간극을 '기술'로 메우려는 윤충식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