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제48회 대구베이비&키즈페어에서 다양한 육아용품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여성 노동자가 2년여 동안 다섯 차례 전보와 세 차례 권고사직 제안을 받은 끝에 노동위원회에서 부당전보 판정을 받았다.
임신과 유산을 겪는 과정에서도 인사발령이 반복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육아휴직 복귀 노동자 보호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육아휴직 복귀 후 전보 5차례…지노위 "부당전보"
서울 강남구의 한 여성 패션 유통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2023년 첫째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했다. 육아휴직 전에는 내근직으로 근무했지만 복귀 후 외근직으로 배치됐다.
이후 A씨는 2025년 9월까지 약 25개월 동안 모두 다섯 차례 전보됐고, 세 차례 권고사직 제안을 받았다.
A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뒤 회사에 원래 담당하던 내근직으로의 복귀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임신 사실을 알린 뒤 원직 복귀를 요청했지만 회사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외근 업무를 수행하던 중 임신 4개월 차에 유산했고, 사산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당일 오전에는 권고사직을 제안받았다"고 말했다.
A씨는 권고사직을 거부한 뒤에도 인사발령이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세 번째 임신 사실을 알렸을 때도 단축근무는 승인됐지만 물류팀으로 전보됐고, 이후 다시 유산을 겪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A씨에 대한 인사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동위는 "2023년 8월 14일부터 2025년 9월 24일까지 약 25개월 동안 다섯 차례 전보발령이 이뤄진 것은 해당 사업장에서도 드문 사례"라며 "특히 2025년 9월 24일 인사발령 대상자는 A씨 1명이었다"고 지적했다. 회사는 해당 판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이와 별도로 A씨는 회사가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위반했다며 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A씨는 진정서에서 "임신 사실을 알리고 인사발령 재검토와 쉬운 업무로의 전환을 요청했지만 인사발령이 강행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22년에도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이 원래 부서로 돌아가지 못한 채 퇴사한 사례가 있었다"며 "직장에서 임산부를 배려하지 않는데 누가 출산을 결심하겠느냐"고 말했다.
회사 "면담 진행, 임산부 보호 위한 업무 경감 등 시행"
연합뉴스반면 회사 측은 직무 변경 요청은 수용하지 못했지만 임산부 보호를 위한 조치는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조직 구조와 인력 운영상 직무 자체를 변경해주지는 못했지만 면담을 진행했고, 임산부 보호를 위한 업무 경감과 이동 편의 제공 등 대안을 즉각 실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말하는 물류 업무는 별도의 물류센터가 아니라 사옥 내 사무 공간과 동일한 환경의 실내에서 이뤄지는 업무"라며 "발령 결정 당시에는 임신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이를 알게 된 직후부터 단축근무 등 보호 조치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인사평가 결과 5년간 최하 등급을 받았다"며 "경영상 위기 상황에서 인사평가 최하위 인력에게 권고사직을 제안한 적은 있지만 이는 통상적인 인력 효율화 과정의 일환이었고, 어떠한 강요 없이 본인의 잔류 의사를 전적으로 존중했다"고 말했다.
육휴 사용 여성 20% "원래 업무서 배제"…15%는 원치 않는 부서 이동
육아휴직 제도 이용은 빠르게 늘고 있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육아휴직 사용자는 18만4519명으로 전년보다 39.1% 증가했으며, 일·가정 양립제도 수급자는 처음으로 30만 명을 넘어섰다.
육아휴직 복귀 이후 불이익을 호소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모성보호제도 위반 신고는 2024년 491건, 지난해 상반기 381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육아휴직 관련 불이익 처우 신고는 63건이었다.
모성보호제도 위반은 육아휴직 미부여, 복귀 후 불이익 처우, 임신 근로자의 쉬운 업무 전환 요청 거부 등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상 보호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말한다.
실제 육아휴직 복귀 여성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4 여성관리자패널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사용 경험이 있는 여성 가운데 24.8%는 승진 대상에서 누락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또 19.5%는 원래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응답했으며, 14.7%는 원치 않는 부서 이동을 겪었다고 밝혔다. 권고사직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7.7%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장종수 노무사는 "2년여 동안 업무가 다섯 차례 바뀌고 권고사직을 반복적으로 제안받는 사례를 통상적인 인사조치로 보기는 어렵다"며 "단순히 인사평가가 낮았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 사용이나 임신을 이유로 한 불이익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회사 측의 인사권이나 경영권 행사로 해석돼 위법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강력한 저출생 대책으로 육아휴직 사용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복귀 이후 직무 유지와 고용 안정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육아휴직 사용 확대 못지않게 복귀 노동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