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시민들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항의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연합뉴스6·3 지방선거에서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가 바닥나 투표가 지연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부실이 도마에 올랐다.
선관위가 대국민 사과에 나서며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에서 '선거 불복'을 시사한만큼 책임론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투표 종료 시각 밤 10시로 미뤄…"투표함 못 가져가게 버텨야"
4일 선관위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 20분 기준 서울 송파·강남·광진구 지역 총 14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됐다.
문제가 된 투표소에서 대기하던 유권자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특히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발부받은 인원에 한해 투표 종료 시각을 오후 6시에서 밤 10시까지 연장했다.
밤 10시가 넘어 투표가 종료된 이후에도 시민들의 항의는 계속됐다. 투표소가 차려진 경로당 앞에는 주민들과 유튜버 등 100여 명이 모여 투표함 반출을 막았다.
이들은 "부정 선거", "투표 무효", "개표 중지"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남성은 "지금 모여서 단단하게 있어야 된다. 투표함 못 가져가게 하는 게 맞고 최대한 버텨야 된다"며 "남자분들 문 앞쪽으로 모여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소쿠리 투표' 논란도 있었지만 초유의 '용지 부족'
6·3 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서 투표 종료 후 투표함 이송이 지연되는 모습. 연합뉴스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자·격리자의 사전투표 용지를 간이 용기나 쇼핑백 등에 담으면서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었다.
다만 이번처럼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된 사례는 사상 처음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됐던 과거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으로는 선관위의 수요 예측 실패가 꼽힌다. 투표용지는 최근 선거 투표율과 예상 사전 투표율을 고려해 수량을 정하는데, 이 예측이 빗나갔다.
선관위 관계자는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 수의 50% 규모의 투표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146개 투표소 중 일부 투표구에서 유권자 수가 예상보다 많아 투표용지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은 전날 밤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신뢰를 훼손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진상 파악 결과 따라 서울시 선거 다시"
장동혁 국민의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개표상황실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긴급 현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하지만 국민의힘이 선거 불복을 시사하고 나서면서 선관위 책임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유권자의 투표권과 참정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선거로, 이미 투표의 공정성이 깨졌다"며 "진상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개표를 중단하고,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장 선거)는 선거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표용지를 기다리다 투표를 포기한 유권자가 있을 것이고, 뉴스를 접하고 아예 투표장에 갈 것을 포기한 유권자도 있을 것"이라며 "6시 이후 투표를 진행한 유권자의 경우 개표방송을 보고 투표를 했기 때문에, 개표방송이 투표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도 "단 한 사람이라도 시민 참정권이 침해받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중앙선관위는 피해를 본 시민들의 참정권을 어떻게 회복할지 책임 있는 선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