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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무능한 선관위에 '부정선거론' 분출…음모와 혐오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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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발생
하필 보수세 강한 송파·강남서 일어나
"李 탄핵" "짱X" 그리고 "윤어게인" 구호
"선관위 이렇게 엉망일 줄 몰랐다" 분통
"부정선거 당연히 연관돼" "투표 못믿어"
다만, 부정선거는 이미 尹 때도 무혐의 결론

4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들이 모여 있다. 송선교 기자4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시위대들이 모여 있다. 송선교 기자
"부정선거" "개표무효"

3일 오후 10시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모인 사람들이 외쳤던 구호는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밤이 깊어지고 4일 새벽을 지나 동이 터올 때 현장에는 수백 명이 운집해 있었다.

구호는 "이재명 탄핵", "이재명 구속" 등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하는 외침으로 바뀌기도 했고, 급기야 "북괴", "짱X" 등 혐오적인 표현도 터져나왔다. 미국 성조기가 휘날렸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면을 쓴 자가 시위대 여기저기를 휘저었다.

깊은 밤 경기도 과천에 위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도 수백 명이 운집했다.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를 필두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모여 "선관위 구속", "선관위 개돼지" 등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심지어 1심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복귀를 요구하는 "윤어게인" 구호까지 나왔다.

또 선관위가 새벽 3시 55분쯤 개표 중단이나 재선거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하자 과천에 있던 시위대들이 다소 과격해지는 양상도 보였다. 전한길씨는 마이크를 들고 "선관위가 지금 국민을 대상으로 전쟁을 선포했다"며 "우리는 범죄자집단 선관위와 끝까지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정선거론자들이 이같이 운집한 이유는 전대미문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때문이었다. 송파구 12곳, 강남구 1곳, 광진구 1곳 등 투표소 14곳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장시간 기다린 사태가 발생했다. 선관위 측은 급하게 대기표를 발부하고 투표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늘렸지만, 이미 현장은 혼란에 빠졌다.

투표용지가 보급되지 않아 긴 줄에서 대기하던 유권자들 중 일부는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당연히 유권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50대 여성 주민 A씨는 "투표 용지 기다리는 사람들 나오라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뉴스에도 용지 부족하다고 나와서 '진짜인가' 싶어서 나와봤다"며 "선관위가 이렇게까지 엉망일 줄 몰랐다"고 혀를 찼다.

4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시위대와 주민들이 몰려 있다. 송선교 기자4일 새벽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 시위대와 주민들이 몰려 있다. 송선교 기자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사람들이 믿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송파구에서 나고 자랐다는 60대 주민 김모씨는 "투표를 못하신 분들은 화가 났을 것 같다"며 "강남구에서도 투표지를 못받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런 투표는 못 믿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다른 주민 B씨도 "주민들이 바보도 아니고… 화가 날 수밖에 없다"며 "부정선거를 믿든 안 믿든 오래 전부터 있었던 얘기인데, 이런 거 보면 부정선거랑 당연히 연관시켜서 생각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물론 이같은 일을 빌미로 부정선거 주장을 분출하는 이들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있었다. 시위대 인근 아파트 건물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C씨는 "문제가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문제를 파악하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현장을 틀어막고 있으면 되겠느냐"며 "그냥 자기 편이 지고 있어서 열받아서 투표결과를 엎으려고 시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일어난 것은 안일한 계산 때문이라는 게 선관위 측의 설명이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총장은 "송파구의 경우 인구수 50%의 (투표용지를) 인쇄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유권자 수가 100명이라고 치면 사전투표하는 유권자 있어서 전체 유권자 수의 50%를 인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명과 함께 허 사무총장은 "소중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아주신 국민께 불편을 드리고, 공정한 선거 관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위원회(서민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과 허철훈 사무총장, 오민석 서울시선관위원장 등 선관위 지도부 및 관계자들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서민위는 "유권자의 투표권을 박탈한 행위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만행"이라며 개표 보류와 국정감사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도 유튜버 전한길씨 등 부정선거론자들이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은 기자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앞에도 유튜버 전한길씨 등 부정선거론자들이 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지은 기자
다만, 이번 일과 별개로 수사기관과 법원 등은 부정선거를 실체가 없는 의혹으로 결론 내린 지 오래다. 윤석열 정부 당시 2024년 8월 경기 과천경찰서는 지난 2024년 8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전산 조작이 있었다는 내용의 고발을 '무혐의' 처분했다. 의혹을 제기한 고발인과 선관위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한 뒤 내린 결정이었고, 수원지검 안양지청도 재수사를 요청하지 않아 사건이 완전히 종결됐다.

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서울중앙지검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이뤄졌다며 고발한 사건 17건을 모두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2022년 대법원도 민 전 의원 측이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을 기각하며 "부정선거는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도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헌재는 "피청구인(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의혹 중에는 2020년 실시한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접힌 흔적이 없는 투표지, 접착제가 묻어 있는 투표지, 투표관리관인 인영이 뭉개진 투표지 등 의혹이 제기돼 이미 검증·감정을 거쳐 법원의 확정판결로 그 의혹이 해소된 것들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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