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김해 봉하마을에서 민주당 소속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해양수도 메가시티' 공동 출정식을 열었다. 이형탁 기자6·3 지방선거 결과 부울경 3개 광역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1명으로 갈리면서 동남권 광역화 로드맵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이번 선거에서 부산시장은 민주당 전재수, 울산시장은 민주당 김상욱, 경남지사는 국민의힘 박완수 후보가 각각 당선됐다.
세 단체장이 동일한 정당 소속으로 출발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처음부터 광역화 방식을 놓고 입장이 달리하는 인물들이 부울경의 지휘봉을 나눠 쥐게 된 것이다.
봉하마을 출정식과 국회 기자회견…선거 전부터 엇갈린 노선
갈등의 씨앗은 선거 전부터 뿌려져 있었다.
지난 4월 14일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를 포함한 민주당 부울경 광역단체장 후보 3명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부울경 해양수도 메가시티' 공동 출정식을 열었다. 부울경 특별연합 즉시 복원을 공식화한 자리였다.
세 후보는 지역별 역할 분담도 구체화했다. 부산은 글로벌 물류 허브 '해양수도', 울산은 인공지능 전환 기반 '제조혁신 수도', 경남은 '글로벌 미래산업 수도'로 각각 특화해 상호 보완적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같은 날,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부산 행정통합특별법안을 제출했다. 메가시티 출정식과 행정통합 특별법 발의가 같은 날 동시에 이뤄지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박완수 "실체 없는 메가시티" vs 전재수 "특별연합 즉시 복원"
재선에 성공한 박완수 경남지사는 그동안 메가시티의 실효성을 놓고 일관되게 의구심을 나타내왔다. 그는 기자회견 등을 통해 "메가시티가 특별자치단체인지 행정통합인지 묻고 싶다"며 "막연하게 메가시티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혼란을 준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가 지난 1월 부산신항 동원글로벌터미널 홍보관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부산시 제공박 지사는 "절차적 정당성을 결여하거나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 없는 통합은 큰 의미가 없다"며 특별연합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행정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자치권과 재정권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선거 전 지역 기자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지역은 행정통합으로 치고 나가는데 우리는 특별연합도 무산돼 35조원 투자 계획이 물거품이 됐다"며 "특별연합은 지방자치법상 예산 지원 근거가 이미 마련돼 있어 선거 이후 바로 복원하면 광역 단위 사업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고 메가시티에 힘을 실었다.
박형준 낙선으로 행정통합 로드맵 동력 상실
이런 가운데 박완수 지사와 함께 행정통합을 주도해온 박형준 부산시장이 낙선하면서 통합 추진의 동력도 반토막이 났다.
두 단체장은 지난 1월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2028년까지 행정통합을 완료한다는 단계적 로드맵을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주민투표를 핵심 절차로 삼고 특별법 제정을 거쳐 2028년 통합 자치단체장 선거로 완성한다는 구상이었다.
4월에는 국회에서 경남·부산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까지 발의했지만, 공동 제안자였던 박 시장이 자리를 떠나게되면서 이 로드맵의 향방은 불투명해졌다.
조율의 여지는 남아 있다?
완전한 평행선을 달리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재수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궁극적으로는 행정통합으로 가야 한다"며 "빠르면 2년, 늦어도 4년 안에 추진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순서와 시간의 문제일 뿐 행정통합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 입장이다. 특별연합 복원을 먼저 안착시킨 뒤 행정통합으로 나아가는 '선 메가시티, 후 행정통합'의 경로가 현실적인 접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박완수 지사가 메가시티의 실효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한, 특별연합 복원과 행정통합 사이의 순서를 둘러싼 논란과 진통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지역 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