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도연구의 과학적 중요도 및 미국 연방정부 관여 비중의 시계열 변화. KAIST 제공안보상 민감한 연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자국 연구만 위축시키고 해외 연구 비중은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카이스트(KAIST)는 기술경영학부 권석범 교수가 이중용도연구(Dual-Use Research)에 대한 보안 규제가 과학 발전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대규모 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세계적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했다고 5일 밝혔다.
이중용도연구는 백신·치료제 개발처럼 인류에 도움이 되면서도 생물 무기나 생물 테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뜻한다. 바이러스 변이 연구나 병원체 전파 연구 등이 대표적이다.
권 교수는 미국 특허청(USPTO)의 보안 심사 기록과 특허-논문 인용 데이터를 결합해 약 60만건의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기존 사례 중심 논의를 넘어 이중용도연구를 대규모로 실증 분석하는 방법론을 제시했다.
분석 결과, 안보상 우려로 규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이중용도연구는 일반 연구보다 학술적 영향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대상 연구일수록 과학기술 발전과 혁신에 기여하는 정도도 크다는 의미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직접 관여한 이중용도연구 비중은 1981년 41%에서 2005년 22%로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 기관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 성격의 연구 비중은 35%에서 54%로 늘었다. 연구진은 미국의 규제가 관련 연구를 억제하기보다 해외 기관의 참여를 늘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관할권 밖에서 수행된 이중용도연구의 과학적 중요성도 점차 미국 내 연구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국 내 규제를 강화해도 해외에서 진행되는 유사 연구까지 막기는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KAIST 제공권 교수는 "한 국가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자국 내 과학적 파급력이 큰 연구에만 불균형적인 제약을 가하면서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 해외 연구의 발전은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 발전과 국가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과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가 바이오 분야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 규제와 국제 공조 체계를 논의하는 데도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