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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과몰입한 선관위…잔여 투표지 줄이다 자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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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음모론 땔감 우려에 하한선 낮췄다가…
불법탈취 잔여용지, 실제 악용된 적도
"부정선거 의심거리 최대한 줄이려 했다"
'수요 예측 실패·중앙 관리 미비' 도마에

6·3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동작구 상도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황진환 기자6·3지방선거 본투표일인 3일 서울 동작구 상도4동주민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황진환 기자
"잔여 투표용지에 대해 탈취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고…투표소 곳곳에 설치한 폐쇄회로(CC)TV 등 저희로선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거리를 최대한 줄이려고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A씨는 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배경을 설명하며 '부정선거'라는 표현을 연신 썼다. 투표 후 용지가 많이 남으면 음모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인쇄 분량을 보수적으로 산정했다는 것이다.

 

잔여용지, 부정선거론 땔감…"부담스럽다"

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4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 시간이 오후 10시까지 연장됐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 앞에서 투표함 반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관위는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본투표 용지 최저선을 전체 선거인 수의 50%로 잡는 내부 지침을 시·군·구 선관위에 배포했다. 2018년 제7회 지선 70%, 2022년 제8회 지선 60%에서 단계적으로 낮아진 수치다.

선관위는 하향 조정의 근거로 사전투표율 상승과 보통 지방선거 투표율이 다른 전국 선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하다는 점을 들었다. 4년 전 지방선거 투표율이 50.9%에 그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잔여 투표용지는 특수 파쇄를 거쳐 폐기되는데 약 두 달이 걸린다. 완전 폐기 시까지 보안을 기해 보관해야 하는 '가욋일'이 생기는 데다, 이를 빌미로 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상황이 "굉장히 부담스럽다"고 또 다른 선관위 관계자 B씨는 토로했다.
 
잔여 투표용지가 실제 부정선거론의 근거로 악용된 전례도 있다.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2020년 총선 패배 뒤 '부정선거의 핵심 증거'라며 공개한 비례대표 투표용지가 경기 구리시 선관위에서 유출된 것이었다. 민 전 의원 출마지(인천 연수을)와 무관한 지역에서 해당 용지를 '불법 탈취'해 건넨 제보자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형을 받았다.

 

음모론 막으려다…불 붙인 아이러니

선관위가 본투표 용지 인쇄 하한선을 낮추는 근거로 삼은 한국행정연구원 용역보고서(2022)에도 같은 맥락이 확인된다. 보고서는 "선거 소송을 제기할 경우 투표지가 폐기되지 않고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계속 감시하므로 스트레스가 많다"고 적었다.
 
결국 부정선거론자들에게 빌미를 주지 않으려 했던 조치가 되레 음모론의 땔감이 되는 아이러니가 빚어진 셈이다.

선관위 해명을 선해하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투표용지 부족이 처음 발생한 송파구의 경우, 사전투표율(23.30%)과 본투표율을 합산한 총 투표율은 잠정 65.8%다. 선거인의 약 42%가 본투표를 했다는 뜻인데, 이는 중앙선관위 최저 기준(총 선거인의 50%)을 적용했다는 송파선관위의 설명과 맞지 않는다. 기준대로라면 용지가 모자라지 않았어야 한다.
 

해명에도 남는 의문…수요 예측 실패

연합뉴스연합뉴스
때문에, 동별 투표 수요 예측이 빗나갔다는 가정도 가능하다. 이번 사태를 '부실 행정'의 결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은 이유다.
 
같은 서울 안에서도 송파·광진은 50%, 강남은 55% 등 구마다 기준이 달랐던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투표 중단과 투·개표 동시 진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중앙 차원의 관리 미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시선관위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던 노태악 중앙선관위원장은 현재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태다. 중앙선관위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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