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025년 9월 4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과 중국의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기념 행사 및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북중 정상은 9개월 만에 다시 평양에서 만날 예정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월 8~9일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다. 2019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방북이다.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 중 재임 기간에 2번 방북한 사례는 시 주석이 처음이다.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은 재임중 한 번씩 평양을 방문했다.
마오쩌둥은 북한을 방문했다는 공식 기록이 없다. 덩샤오핑도 중앙군사위 주석에 올라 최고지도자가 된 뒤로는 82년 4월에 딱 1번 북한에 갔다.
시 주석의 2차 평양 방문은 중국이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강대국 러시아와 동맹관계다.
7년 전 시 주석의 첫 방북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5월 15일 중국 베이징 중난하이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차담회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공항에서 맞게 될 시진핑 주석도 7년 전의 그가 아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G2로서의 위상도 굳혔다.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전세계가 이 사실을 목격했다.
시 주석은 미중 전략경쟁에서도 다소 자신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대한 협상력도 높아졌다.
이것은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푸는 데 여력이 생겼다는 의미도 된다. 앞으로 대만뿐 아니라 북한 문제에서도 중국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의 후견국인 러시아와도 자칭 '최상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 주석에게는 지금이 북한 방문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이다.
202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전승절 기념 리셉션장에 입장하고 있는 각국 정상들. 시진핑 주석의 좌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들어오고 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캡처시진핑 주석의 중요한 방북 목표 중 하나는 러시아로 기울어진 북한을 중국 편으로 되돌리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방문 시점도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 체결 65주년에 맞췄다.
시 주석은 북한에 중국 관광객을 대거 보내겠다는 제안을 할 수 있다. 김정은이 역점을 두고 있는 관광사업을 직접 도와주는 방식이다.
2019년 첫 방북 때도 시 주석은 이런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무산됐다. 이듬해 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은 국경을 잠갔다.
시진핑 주석의 2차 방북을 계기로 북중 교류는 더 늘어날 것이다. 비료, 식료품, 의약품 등도 중국이 지원할 수 있는 품목들이다.
경제 분야뿐 아니라 당과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 부문의 교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3월 북중 국제 여객열차의 운행도 재개됐다.
지난 3월 12일 북중간의 국제여객열차가 6년 만에 운행을 재개했다. 사진은 중국에서 출발한 열차가 이날 저녁 6시 7분 평양역에 도착하는 모습. 하지만 서로 국경을 접한 북한과 중국이 6년 동안 여객열차의 운행을 중단했다는 것은 북중간의 깊은 불신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한 주재 중국 대사관 홈페이지 캡처하지만 북한과 중국간의 교류가 최근의 북러 관계처럼 '급물살'을 탈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중국의 지원을 받더라도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를 지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러시아와의 동맹 관계를 중국을 견제하는 지렛대로 쓰려 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경계심은 예상외로 크다.
최근 운행을 재개한 북중 여객열차도 사실은 '이상한' 양국 관계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이 열차는 무려 6년 동안 운행이 중단됐었다.
북한은 2020년 1월 압록강을 건너는 여객열차의 운행을 전격 차단했다. 코로나19의 발발 때문이었다.
하지만 팬데믹 종료 뒤에도 운행 중단은 계속됐다. 전통적 우호 관계라는 양국이 여객열차를 6년이나 끊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대해서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공개 인정한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최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중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원칙적으로 지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백악관의 발표를 중국은 부인하지 않았다.
북한의 반발 움직임도 감지된다. 시진핑의 재방북 5일 전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 시설을 방문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표시다.
지난 4월 21일 열린 북러 두만강 자동차 다리 상판 연결행사.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조선중앙통신 캡처시 주석이 북러의 두만강 자동차 다리 개통이 임박한 시점에 북한을 방문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다리는 6월 19일 개통된다. 성대한 행사도 열릴 것이다. 시주석은 그보다 11일 앞서 평양에 도착하게 된다.
앞서 4월 21일 다리 상판을 접합하는 행사가 열렸다. 역사상 처음 북한과 러시아의 육로가 다리로 연결되는 순간이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두만강 부근에 하루 300대의 차량과 2850명의 인원을 통과시킬 수 있는 통관 시설이 지어진다고 전했다.
두만강 자동차 다리는 양방향 1개씩 2차선으로 돼있다. 왕복 운행이 가능하다. 통관 시설이 확충되면 통행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압록강철교(조중친선다리)에는 도로와 철로가 각각 1개 차선씩만 놓여있다. 따라서 동시에 교차로 통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차량과 열차 모두 번갈아 일방통행을 하는 방식으로 다닌다. 사진은 지난 2018년 12월 남북철도 공동조사단이 압록강철교를 조사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이와 비교해 중국과 북한의 중요 육상 경로인 압록강철교는 양방향 교차통행이 불가능하다. 철로와 도로가 각각 1개 차선씩만 있기 때문이다.
압록강철교는 일제 강점기 때인 1943년에 건설됐다. 83년이 지난 지금도 차량이든 열차든 방향을 바꿔가며 교대로 다니고 있다.
두만강의 북러 자동차 다리가 완공되면, 북한은 중국보다 러시아와 더 많은 물자 교류를 할 수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상판 연결을 기념해 "새 다리가 양국의 무역, 경제, 인도주의적 관계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시진핑 주석의 북한 방문은 이러한 북러관계의 급발전에 제동을 거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4년 완공 뒤 아직 개통되지 않고 있는 신압록강대교.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연결하는 왕복 4차선의 현대식 교량이다.북러가 두만강 다리를 개통할 경우,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는 북중 사이의 신압록강대교와 단적인 비교가 될 것이다.
지난 2014년 중국이 건설한 신압록강대교는 완공된 이후 12년째 폐쇄된 상태다. 사실상 북한이 사용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압록강대교의 방치는 북한과 중국 사이에 쌓여있는 불신과 긴장의 두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반면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단숨에 혈맹이 됐다. 중국이 누려온 후견국 지위는 점점 러시아가 대체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로 재직 중 지난해 사망한 알렉산드르 마체고라의 영정에 한 발 무릎을 꿇어 애도를 표시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를 보여준 장면이다. 마체고라는 북러 동맹 조약의 체결에 공을 세운 대표적 인물이다.
김정은 정권이 안보와 경제를 러시아에 의지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땅이 맞닿은 북한의 이런 변화는 중국에게 골칫거리다.
북한과 러시아가 건설중인 두만강 자동차다리의 막바지 공사 모습. 중국은 다리 아래로 보이는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나가는 뱃길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캡처시 주석이 북한의 라진·선봉지구를 포함한 두만강지역의 공동 개발에 적극성을 보일 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북중러 3국이 협력해 두만강 국경지대를 무역과 관광의 중심지로 만들자는 구상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 냉전 해체 직후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두만강 자동차 다리의 개통을 계기로 다시 탄력을 붙일 가능성이 있다.
이 구상의 뒷면에는 중국의 이른바 '두만강 출해', 즉 '동해 뱃길뚫기'라는 전략이 숨어있다.
중국 영토는 두만강 하류를 따라 내려가다 마지막 17km를 남긴 지점에서 끝난다. 여기부터 동해 바다까지는 러시아와 북한 영토가 가로막고 있다.
'출해'는 중국이 두만강 뱃길을 통로로 이용해 동해 바다로 나가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2024년 5월 및 2026년 5월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면서 두만강 출해를 거론했다. 당시 공동성명에 관련국, 즉 북한과 협의한다고 명기했다.
이번 방북 기간에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두만강 문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이미 두만강 하류 17km 이전 구간에 보트와 소형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을 배에 태워 동해 바다를 드나드는 유람 코스를 만드는 것이 중국의 일차적 목표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일단 두만강 출해가 시작될 경우, 준설 및 교량 변경을 통해 대형 선박 및 군함까지 다닐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번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중국이 두만강 뱃길에 변화의 단초를 만든다면, 자칫 동아시아 전체에 지정학적 대변화가 몰려올 수도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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