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찾은 미국 핵추진 잠수함 그린빌함. 연합뉴스정부가 핵추진잠수함을 한국 기술로 국내에서 직접 건조하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잠의 작전 범위가 한반도를 벗어나 중국 견제에 활용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장 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지난 2~3일 서울에서 한미 안보협의 출범회의를 열고 핵추진잠수함 기본계획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 문제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약 8개월 만에 열린 첫 후속 실무협의다.
외교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한국 핵잠이 한반도 방위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맡기 위한 동맹 차원의 중요한 역량이라는 점에 양국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며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정부는 핵잠을 국내에서 건조하고, 미국으로부터 원자로에 들어갈 저농축우라늄만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의에서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양국 간 별다른 이견이 없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국자는 "핵잠을 우리 기술로 건조한다고 설명했고, 미국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 측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협의는 핵잠을 한국에서 건조한다는 이해를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이에 대해 미국 측에서 별다른 이야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핵잠의 운용범위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이 한반도를 넘어 대중 견제 목적에도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안보회의에서 한국의 핵잠 역량 확보와 관련해 "잠재적인 적들에게 전략적 고민을 안길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정무차관, 박윤주 외교부 1차관. 연합뉴스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급변하는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비해 우리의 안보를 튼튼하게 하기 위한 것이지 특정 국가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여러 계기에 걸쳐 설명해 왔다"고 말했다. 우리의 핵잠 도입이 중국 견제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분야 협상에서는 한국의 핵 권한 확대에 대한 미국 조야의 우려가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당국자는 "미국이 그간 수십 년간 행사해 왔던 통제 권한을 쉽게 내려놓을 것이라고 예상하면 안 된다"며 핵 비확산 의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핵무장 하자는 소리는 정말 무책임한 소리"라고 비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대미투자와 관세, 쿠팡 등 경제분야가 안보협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소식통은 "현재 시점으로는 쿠팡 사태가 비교적 잘 관리되고 있지만 언제든 돌발 변수로 튀어나와 합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