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치 12주 판정을 받은 40대 중증 장애인 피해자의 좌측 늑골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세종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 의혹과 관련해 학대 의심자로 지목된 직원들이 경찰 수사 종결 이후 복직하거나 별도 인사조치 없이 근무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의 부실 수사와 섣부른 사건 종결이 사실상 이들의 복직 근거가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대전CBS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 자료에 따르면, 세종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학대 의심자로 지목한 시설 종사자 2명은 이달 초까지 정상 근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설 측은 지난해 1월 학대 신고 이후 직원 A씨에 대한 출근 정지와 근무 대기 조치를 내렸지만, 경찰 수사 종결 이후 인사위원회를 거쳐 같은 해 6월 30일 복직을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직원 B씨에 대해서는 별도 인사 조치가 없었다. 시설 측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해당 종사자가 가해자로 특정됐거나 수사 대상자로 지목됐다는 내용을 안내받은 바 없다"며 "별도의 인사 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세종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지난해 2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피해자와 같은 생활실을 사용하던 장애인 목격자가 몸짓과 행동으로 학대 정황을 표현하고 특정 직원을 반복적으로 지목했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피해자 환부. 피해자 가족 측 제공하지만 경찰은 해당 목격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입건 전 조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이후 대전CBS 취재 결과 수사 과정에서 장애인 진술을 도울 조력인이 배치되지 않았고, 시설 책임자급인 사무국장이 유일한 신뢰관계인으로 조사에 동석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최초 수사 의뢰 기관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학대 의심자로 지목했던 직원들은 경찰의 '혐의없음' 결정 이후 현장에 복귀하거나 계속 근무했고, 이후 수사 절차상 문제점이 드러나 사건이 재수사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경찰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시 수사 결과를 근거로 학대 의심자들이 장애인 생활시설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총연합회 김지혜 공동대표는 "가해자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시설 장애인 대부분이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지적장애인인 특성상 재발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한 인사 조치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일 가해자로 지목된 종사자가 재수사를 통해 실제 학대 가해자로 밝혀지고 현재까지 근무 중이라면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주시설 장애인들이 학대의 위험에 노출된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도 "부실한 초기 수사는 사건의 진실을 가릴 뿐 아니라, 또 다른 학대가 반복될 여지를 남긴다"며 "장애인 학대 사건에서는 장애 특성에 맞는 진술 조력과 권익옹호기관 조사 결과가 수사 과정에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시설 관계자는 "국회의원실에서 자료를 요청해 관련 자료를 준 건 맞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도 "직원들의 복직 여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월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40대 지적장애인 입소자가 갈비뼈 6개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후 피해자 가족과 장애인단체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세종경찰청 강력마약수사대는 현재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