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입구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진용을 갖췄다. 법조계에선 수사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꼽고 있다.
이번 사태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를 축소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지침에서 비롯됐는데, 합수본은 그러한 지침이 만들어지고 하달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없었는지 살필 전망이다. 인쇄에 필요한 예산이 확보·집행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역시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합수본은 조만간 서울중앙지검에 사무실을 설치하고 검찰과 경찰로부터 인력을 파견받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검찰에선 김태훈 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본부장으로, 김형원 공공수사2부장이 부본부장으로 참여하며 4명의 검사와 6명의 수사관이 합류한다.
문제의 발단은 선관위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만든 지침이었다. 투표용지를 전체 선거인수의 50%만 인쇄할 수 있도록 하한선을 설정한 것이다.
기존 선거에선 60~70%를 기준으로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50% 지침'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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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수본이 수사에 나선다면 이러한 지침이 만들어질 당시 내부 논의 과정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용역 등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한 작업이 있었는지, 50%라는 수치가 합리적으로 도출된 것인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50% 지침에 대한 내부 반발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게 이번 수사의 관건이다. 투표용지 부족을 우려한 실무진의 건의에도 윗선이 50% 지침을 강행했다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류영주 기자지침 하달 과정에서도 같은 차원의 문제 제기가 없었는지 조사가 필요할 전망이다. 마포구 등에선 기존처럼 60% 기준에 따라 투표용지를 준비했는데, 이들 지역선관위에서 50% 지침에 반발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과 달리 송파구 등에선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역시 수사 대상이다.
합수본은 투표 당일 신속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위도 살필 전망이다. 송파구 등에선 오후부터 투표용지가 부족해 추가 수급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있었다. 그럼에도 선관위는 곧바로 추가 인쇄 등의 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실무진들이 후속 조치를 건의했으나 윗선에서 추가 인쇄 등을 막았다면 이 역시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또 용지 부족으로 투표에 참여하지 못하는 유권자가 발생할 것을 알았다면 공직선거법 제242조에 따른 투표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50% 지침에 대해 우려하거나 반대했던 실무진의 진술이 중요하다"며 "문제 제기를 받고도 '괜찮을 것'이라며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면 미필적 고의에 해당해 처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표용지와 관련한 예산 역시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선관위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인쇄를 위해 확보한 예산은 선거인수의 1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제 투표용지는 50% 지침에 맞춰 준비됐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실제 집행 계획보다 부풀려서 예산을 확보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