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화천에서 80대 이웃 노인을 살해한 뒤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10일 살인과 사체손괴 및 유기,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78)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과거 사실상 인척 관계에 있었던 피해자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오인해 살해하고, 잔혹하게 손괴해 유기했다"며 "생명 존중과 망자에 대한 존중이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점에서 매우 무겁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고령으로 상당히 노쇠하고 병약한 상태로 보여 원심의 형이 실질적으로는 피고인에게 무기징역 선고와 다름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0월 3일 화천군 상서면의 한 공동주택에서 이웃집에 거주하던 80대 여성 B씨를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피해자는 15년 전 숨진 A씨의 형과 과거 사실혼 관계였으며, A씨와는 형수와 시동생 사이로 지내오며 같은 공동주택 건물에서 따로 거주 중이었다.
사건 발생 두 달 전인 지난해 8월 A씨는 피해자가 자신을 멀리하는 이웃을 만난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범행 당일에도 A씨는 피해자에게 "그 사람을 만나지 말라"고 말했으나, B씨가 "너랑 무슨 상관이 있냐"는 식으로 반박하자 격분해 살해했다. 범행 이후 A씨는 피해자의 사체를 잔혹하게 훼손한 뒤 인근 하천과 풀 숲에 유기했다.
A씨의 범행은 추석 연휴였던 같은달 6일 저녁 피해자의 집을 찾은 가족이 "B씨가 돌아오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경찰은 이틀 뒤인 8일 오전 10시 20분쯤 산양리 한 하천 인근에서 수색견 '볼트'의 도움으로 숨진 B씨를 발견했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한 끝에 이튿날 저녁 서울의 한 병원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A씨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약물을 마시고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A씨는 "피해자에게 미안한 마음은 갖고 있다"라면서도 피해자에게 이번 범행의 원인을 돌리는 모습을 보여 재판부가 강하게 질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