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비판: 민주주의에 대해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2026) 中 |
"정말 문제가 '세대'인가? 결혼과 동시에 부모로부터 집을 하나 상속받은 친구, 자신과 같은 장애인이 취업하기 힘든 한국 사회에서 언제쯤 취직하고 자취라도 시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친구, 대학원을 졸업하고서 드디어 독립이란 것을 해봐야겠다고 다짐한 뒤 보증금 액수에 '현타'가 온 나라는 세 명의 95년생 사이에는 크고 다양한 격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격차는 유권자 창출 전략 안에서 뭉개진다. '청년'은 정책이나 제도를 만들기 위해 실제 인구 집단을 규정하고 지칭하는 개념 언어라기보다는, 누군가를 특정 정당 및 정책의 언어들과 연결하여 편을 구획하는 정치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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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일 밤을 꼴딱 샜다. 주범은 새벽 판세가 뒤집힌 서울시장 선거. 오세훈 시장의 연임이 확정되자, 언론은 이내 지상파 출구조사를 토대로 '2030 여성이 야당을 더 많이 찍은 이유'로 들끓었다. 소위 '이대남'과 다른 선택을 해온 젊은 여성들을 아우른 2030 보수화 담론이 뜨나 싶던 찰나 확인된 것은, 황당하게도 출구조사 오류였다.
방송사공동예측조사위원회(KEP)는 성·연령별 유권자 분석 데이터 산출 과정에서 일부 사전투표자 예측 데이터가 빠졌다고 발표했다. 재산정을 했더니, 서울 20·30대 여성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더 많이 지지한 것으로 뒤집혔다. 정 후보의 20대 여성 득표 추정치가 48.5%에서 56.7%로 뛰고, 30대 여성도 42.8%에서 51.3%로 오른 것. 반대로 동년배 남성은 오 시장에게 힘을 실었다(20대 남성 69.8%·30대 남성 57.8%). 큰 틀에서 기존 투표문법이 유지된 셈이다. 섣부른 세대론은 머쓱해졌다.
흥미로운 대목은 따로 있었다. 서울 선거 예측결과를 처음 직면한 양측의 온도 차는 확연했다.
민주당 쪽은 '브루투스, 너마저' 식의 충격을 토로한 반면, 국민의힘은 반색하면서도 신중을 기하는 기류가 읽혔다.
선거 후 만난 오세훈캠프 관계자는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본다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030 지지가 컸던 게 사실이죠. 캠퍼스에 가면 빠져나오기가 힘들 정도였으니까…하지만 절대 저희가 '잡은 표'로 생각하진 않아요." 시민동행선대위를 통해 정책 수혜자인 대학생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유세 동선에 청년 밀집지역을 집중 배치한 공세적 전략은 모두 이런 인식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동시에, '이길 곳'을 졌다는 민주당의 실패도 여기 기인했을 것이다. 정 후보를 뽑은 20대조차 손에 꼽는 구호가 '내란 청산'뿐이면 이는 문제가 있다.
2030세대는 진영에 복무하지 않는다. 서울 선거와 함께, 이 명제를 방증하는 것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인한 '올공(올림픽공원) 시위'다. 일각에선 부정선거론자의 점유율 증가를 우려하나, 참정권 침해에 분노하는 무당층 청년들의 목소리도 여전히 살아 있다.
전국 대학들의 시국선언 중 공통된 요구 또한
이번 사태를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로 환원하거나 정쟁화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이들에겐 '신의 직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뿐 아니라, 집권 여당인 민주당도 기득권이다. 책임 있는 대책을 요구하는 자신들의 외침을 부정선거론과 엮어 '전면적 재선거'로 몰아가려는 국민의힘 또한 마뜩찮긴 매한가지다.
선거를 취재하며 느낀 주변의 2030 민심도 비슷했다. 20대 취업준비생 A씨는 스타벅스 사태에 비판적이었지만 대통령의 반복된 'SNS 저격'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이번 서울 선거에서 처음으로 줄투표를 하지 않았단다. 시장은 국민의힘, 구청장은 민주당을 찍는 교차투표는 이제 희소한 현상이 아니다.
실마리는 30대 여당 의원의 자성에 있을지 모른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기득권의 눈으로 우리를 안 좋아하니 '극우'고 '보수화됐다'고 보는 것은 위선", "민주당이 기득권임을 인정하고 이념을 뛰어넘는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동감한다. 이념적 잣대로 2030을 정죄해봐야, 돌아오는 것은 '너 뭐 돼?'라는 반문일 뿐이다. 역으로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시장 후보가 청년층에 소구할 수 있었던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대구 20대의 52.3%, 30대 57.6%는 또래보다 덜 보수적이어서 김부겸을 뽑았을까. 그는 여권의 스타벅스 연쇄 비판, 조작기소 특검법 등 진영 언어와 가장 멀리 있던 민주당 후보였다. 유세에서 가장 자주 쓴 단어는 '경제'와 '청년'이다. 김 후보의 2030 득표율(출구조사 추정치)은 "대구는 저의 자부심이었다. 그 자부심을 우리 아들·딸들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며 울먹인 김 후보의 진심이 대구 청년들과 공명한 결과일 것이다.
'이대남'이든 '삼대녀'든, 이런 접근법을 기다리는 마음은 비슷하지 않을까. 2030은 '잡은 표'가 아니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4일 대구 달서구 선거사무소에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지지자들에게 꽃다발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