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북한은 지난 13일 외무성 10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러 군사협력 규탄과 북한의 핵보유국 불인정 입장을 담은 한·EU 공동성명을 비난했다.
"한국의 집권자가 거추장스럽게 쓰고 있던 '평화'의 가면을 벗어던졌다"면서 정부의 평화공존정책을 '기만극'이라고 강하게 비난한 내용과 함께 눈길을 끈 것은 '외무성 10국 대변인'이라는 존재였다.
북한 외무성에는 원래 대변인이 있다. 북한은 그다음 날인 14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의 명의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한 한미 핵협의그룹(NCG)회의와 미일 확장억제대화(EDD)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기도 했다.
북한 외무성에 대변인과 10국 대변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북한은 애초 적대적 두 국가 기조를 제기한 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통일전선부 등 대남조직을 모두 없애고 당 중앙위원회 10국으로 개편했는데, 추후에 이를 외무성 산하 10국으로 이관했다.
통일전선부장을 지낸 장금철이 바로 외무성 제1부상 겸 10국장이라는 사실은 지난 4월 7일 이런 직함으로 발표한 그의 담화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대남업무에 잔뼈가 굵은 장금철의 경력을 감안할 때 외무성 소속이라고 해도 과연 최선희 외무상의 지휘를 받는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외무성 10국의 대변인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0국은 외무성 산하이기는 하지만 별개로 움직이는 조직일 가능성이 커졌다.
최 외무상의 통제를 받기보다는 대남업무를 별개로 수행하고, 필요할 경우 10국장 또는 대변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위상을 갖췄다는 뜻이다.
이는 더 나아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대한 10국장의 직접보고(직보) 능력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금철 10국장은 지난 4월 자신의 직함을 처음 알린 담화에서 당시 이재명 대통령의 무인기 유감 표명에 대한 김여정 부장의 담화가 한국 정부 일각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자 김 부장 담화의 핵심은 '분명한 경고였다'고 해석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내세우면서 대남 업무를 모두 외무성 산하로 이관했지만, 그 속에서도 10국이라는 별도의 가동 체제를 갖췄다는 것은 함의하는 바가 있다.
북한이 '두 국가'를 강조하며 남측을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을 외국 일반으로 다루기 어려운 특수성의 영역을 인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수성의 영역은 적대성과 교류협력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의 적이지만 한국에 대한 적대성은 다른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더 적대적일 수도 있다.
교류협력도 내고향여자축구단의 방남처럼 국제규범의 틀 속에서 진행될 수 있지만 최근 신장투석기와 한라봉 묘목 등 제주도의 대북 지원처럼 특수 관계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통해 남북관계에 대해 '새로운 특수 관계'를 설정 중"이라며 "지금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북한 스스로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애매하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