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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공동체의 가치 조명…'정뱅이' 전국 관객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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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우수상 수상…다큐멘터리 '정뱅이' 24일 개봉
수해 피해 넘어선 공동체 회복 담아…재난 극복 과정 생생히 기록
기후위기 시대 이웃의 가치 조명…"재난 대응 사회적 논의 계기 되길"


■ 방송 : 대전CBS <이슈 앤 톡> 표준FM 91.7, 홍성 99.3 (17:00~17: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권오철 교수
■ 대담 : 오정훈 감독, 김영주 씨, 안동영 씨
 
◇ 권오철: 오늘은 다큐 <정뱅이>를 연출한 오정훈 감독님,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정뱅이 마을 주민 김영주 님, 안동영 님 모셨습니다.
 
우선 영화 '정뱅이'가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우수상을 받으셨어요. 축하드립니다. 감독님, 소감부터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오정훈: 저도 우수상을 받게 돼서 너무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2024년 7월 10일에 갑자기 물이 닥치고 제방이 무너지면서 큰 수해를 입었었는데요. 그 뒤로 마을 분들이 이 재난의 과정 자체를 거치면서 문제점들을 너무 잘 정리해 두셨고, 공동체의 힘으로 회복력을 갖춰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아마 영화제에서 상을 주신 건 이 마을이 어떻게 재난을 극복하고, 또 또 다른 새로운 마을로 거듭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지를 표시해 준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도 기쁘고, 마을 분들에게도 큰 기쁨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권오철: 안동영 선생님, 수해라는 아픔이 영화로 만들어져 상까지 받게 되니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주변 반응은 어떠셨나요?
 
◆ 안동영: 우선 좋은 일로 영화가 상을 받고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생각도 듭니다만, 주위의 많은 분들에게 격려와 좋은 말씀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재난이라는 건 누구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 권오철: 김영주 선생님은 스크린에 나오는 본인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아쉬운 점은 없으셨습니까?
 
◆ 김영주: 굉장히 비현실적이죠. 화면에 우리 얼굴이 나오는데 '우리 얼굴이 맞나' 싶기도 하고요. 사실 저는 영화제 시상식에 참여하면서 '어, 이거 최우수상 받는 거 아니야?' 하고 김칫국을 마시면서 표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도 했었거든요.(웃음) 그런데 우수상이라 조금 아쉬웠어요.
 
우리 마을이 소재가 되긴 했지만, 저희보다는 저희를 위해서 애써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거든요. 저희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인데, 우리를 그렇게까지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주신 분들이 많아서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심 더 큰 상을 욕심냈었는데 조금 아쉽네요. 우리 감독님이 다음에는 더 좋은 작품으로 꼭 최우수상을 받으시기를 소원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 '정뱅이'가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페이스북 캡처다큐멘터리 영화 '정뱅이'가 제23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페이스북 캡처 
◇ 권오철: 감독님, 특별히 이 정뱅이 마을을 기록하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 오정훈: 2024년 7월에 수해가 일어나고, 그해 11월쯤에 치유의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서 재난에 관한 여러 기억들을 다시 전시하는 행사였는데요. 제가 잘 아는 마을 주민분이 계셔서 그 문화제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전시를 보고 마을 주민들을 만나는 순간, '아, 이거는 정말 기록되어야 하고 널리 보여주어야겠다'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재난 과정에 대한 기록이 너무나 잘 돼 있었습니다. 언제 수해가 일어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구호 과정과 복구 과정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또 마을 안의 갈등은 무엇이고 어떻게 회복해 가고 있는지 아주 잘 정리되어 있더라고요. 이미 대전 지역의 마을 활동가분들이 주민들을 인터뷰해서 구술사 책까지 만드신 상태였습니다. 사전 인터뷰가 이미 되어 있었던 셈이죠. 그걸 바탕으로 해서 '이 내용을 영상으로 만들어 우리 사회에 공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해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 권오철: 기록이 잘 되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분들 입장에서는 내 얼굴과 아픈 과거가 세상에 나가는 거라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설득 과정이 어렵진 않으셨나요?
 
◆ 오정훈: 제가 곁에서 보기에 정뱅이 마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어떤 일이든 회의와 수기 과정을 충분히 거친다는 점이었습니다. 재난을 겪으면서 주민들 스스로 소통하고 회의하는 방법을 이미 터득하신 것 같았어요. 저희가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고 했을 때도 어느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마을 주민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 작업이었는데, 그 과정을 마을 회의를 통해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하신 것으로 압니다. 회의 많이 하셨죠?
 
◇ 권오철: 잠시 가슴 아픈 기억을 떠올려야 해서 죄송합니다만, 2024년 7월 10일 당시의 상황은 어땠나요? 김영주 선생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시죠.
 
◆ 김영주: 장마철에 비는 항상 많이 오잖아요. 다른 지역이 피해를 입었다는 뉴스를 보긴 했어도, 우리 마을에 이런 일이 닥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날 새벽 4시쯤 되었을 때 대피 방송이 막 나오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말씀드렸듯이 6, 7월 장마철에는 늘 비가 왔었고, 전에는 그보다 더 많이 온 적도 있었거든요. 제가 정방마을에 들어와 산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 정도 비는 늘 있던 수준이라, 새벽에 직접 밖에 나가봤습니다. 마당이나 앞에 있는 논을 봤을 때 전혀 물이 위협적으로 차 있는 상태가 아니었어요.
 
만약 하천 물이 서서히 넘쳐서 들어왔다면 모두가 피하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제가 나가서 봤을 때는 '아니, 물도 안 차는데 왜 이렇게 긴박하게 대피 방송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다만 그날따라 전기가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 하더라고요. 전기가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하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긴 했지만, 물 난리가 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순식간에 물 수위가 급격히 올라오기 시작하는 거예요. 안 되겠다 싶어 장대우산을 들고 마당 밖으로 들어오는 물 깊이를 짚어보았는데, 가늠할 수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차올랐습니다.
 
급하게 아이를 데리고 2층으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저희 집이 2층 구조였거든요. 그런데 정작 집 안으로 들어가지를 못했습니다. 저희 집 현관문이 전기 도어락으로 작동하는 구조였는데, 전기가 완전히 나가버리니까 문이 잠긴 채 열리지 않는 거예요. 저희 남편은 상황을 보러 제방 쪽으로 나갔다가 둑이 터지는 바람에 돌아오지 못하고 고립됐고, 저랑 아이는 밖에 나왔다가 문이 안 열려 들어가지 못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된 거죠. 결국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휴대폰 하나만 들고 외부 계단을 통해 겨우 2층으로 피신했습니다.
 
그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재난이었기 때문에 다들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평생 동네에 사셨던 노인분들은 "우리가 여기서 70년, 80년을 살았는데 물 들어온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집 안에서 버티시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기도 하셨습니다.
 
재난에는 사회적 재난이 있고 자연 재난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그걸 굳이 무 자르듯 나눌 필요가 있나 싶지만, 적어도 이번 수해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관에서는 원인을 다 묻어버리고 그저 '비가 많이 와서 그렇다'라고만 하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렵고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 권오철: 구체적인 수해 원인은 아직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인가요?
 
◆ 김영주: 주민들은 체감으로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건 저희의 주장일 뿐 관이나 전문가 집단으로부터 공식적인 설명을 들어본 적은 없습니다.
 
◆ 오정훈: 재난이 일어나면 원인을 조사하는 기구가 따로 있긴 합니다. 하지만 검증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책임 소지가 얽혀 있다 보니 명확하게 결과를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가 전문가들과 주민들을 직접 만나며 파악한 바로는, 당시 집중폭우로 140mm 이상의 비가 내린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더 큰 원인은 정뱅이 마을 바로 옆에 산업단지를 개발하면서, 빗물을 임시로 담아두거나 배수할 수 있는 방재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산단에서 쏟아져 나온 물이 한꺼번에 갑천으로 밀려들었는데, 정뱅이 마을을 막아주고 있던 제방은 하필 취약한 '흙 제방'이었습니다. 거센 물살에 소용돌이 현상이 발생하면서 흙으로 된 둑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린 것입니다. 결국 이상 기후로 비가 많이 온 탓도 있지만, 기본적인 제방 관리가 부실했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주변 지역에 미칠 수문학적 영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인재'의 성격이 짙은 것이죠. 충분히 예측하고 막을 수 있었던 부분이었기에 더욱 안타깝습니다.
 
◇ 권오철: 안동영 선생님, 당시 전기도 끊기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똑같이 겪으셨을 텐데요. 수해 이후 트라우마로 마을을 떠나신 분들이 많았나요? 현재 주민분들의 상태는 어떠십니까?
 
◆ 안동영: 제가 보기로 우리 동네가 복을 참 많이 받은 동네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재난 이후에 복구작업을 거치면서 동네를 떠난 분들이 거의 없고, 오히려 새로운 인구가 더 유입되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새로 이사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물론 아직 수해 트라우마가 남아 있어서 지금까지 꾸준히 치료받고 계신 이웃도 한 분 알고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여전히 정신과 치료를 받으시면서 극복하는 중인데, 그래도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지셔서 다들 열심히 살아가고 계십니다.
 
정뱅이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정뱅이 포스터. 페이스북 캡처
◇ 권오철: 감독님, 영화를 보면 수해의 절망적인 장면보다는 의외로 주민들이 함께 움직이고 으샤으샤 하는 모습들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연출 의도가 있으셨나요?
 
◆ 오정훈: 그것이 현재 정뱅이 마을의 실제 모습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생동감과 역동성이 카메라에 담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재난 상황 자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끔찍하고 생각지도 못한 절망이지만, 그 안에서 '또 하나의 유토피아를 본다'는 말처럼 주민들이 서로 가장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 건 결국 바로 옆에 있는 이웃들이었습니다.
 
이 재난 과정을 겪으며 이웃 간의 정이 훨씬 더 두터워졌습니다. 지금 당장 마을의 외형이 확 달라진 건 아니더라도, 주민들 마음속에 '아, 우리는 어려울 때 끝까지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이구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이웃이구나'라는 단단한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연출할 때도 참상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거나 원인 공방에만 치우치기보다는, 재난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연대해야 하고 앞으로 다가올 재난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권오철: 김영주 선생님, 수해 이후에 아이러니하게도 주민들끼리 더 깊이 교감하는 시간이 되셨다고요?
 
◆ 김영주: 맞습니다. 저희는 이재민 숙소에 머물면서 매일 저녁 8시를 정기 회의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 누구도 우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끼리 모여서 대책을 세워보자'고 한 거죠. 대피소에 와 있긴 한데, 앞으로의 구호 일정이나 행정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언제까지 이곳에 머물러야 하는지', '정부 지원금이나 구호물품은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같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전해 듣지 못했습니다.

관과의 소통이 전혀 안 되었고, 공무원들의 얼굴조차 보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매일 저녁 8시에 모여 현재 상황을 직접 파악하고, 어떻게 관청에 의견을 개진할지 논의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직접 '재해대책위원장'도 뽑았고요. 매일 회의를 거쳐 동장님이나 서구청 관계자들을 불러 요구사항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 이후로도 관에서 진척된 내용들은 별로 없었지만, 우리 주민들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권오철: 감독님, 영화 장면 중에 주민들이 모여서 다 함께 밥을 지어 먹는 모습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식사 장면을 특별히 비중 있게 다루신 이유가 있나요?
 
◆ 오정훈: 저희가 마을 주민분들을 인터뷰하느라 하루 종일 마을에 상주해 있었는데요, 매번 점심때가 되면 마을 주민분들이 번갈아 가며 저희 제작진에게 집밥을 대접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동네 숨은 손맛 맛집들을 돌아다니는 엄청난 행운을 누렸죠.
 
그런데 집집마다 밥이 맛있는 이유가 다 있더라고요. 주민들이 모여서 반찬을 한 가지씩 싸 오고, 다 같이 양푼에 비빔밥이나 볶음밥을 만들어 함께 나누어 먹었습니다. 같이 밥을 짓고, 먹고, 설거지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서로를 지탱하는 공동체의 힘을 만들어내는 핵심이었습니다. '밥심'이 곧 '공동체의 힘'으로 발현되는 걸 보면서 한 끼의 밥이 참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밥이라는 건 하늘과 땅, 바람과 물이 다 어우러져야 만들어지는 자연의 산물이잖아요. 그 자연과 가장 잘 어울려 살아가는 시골 마을 분들이, 문명의 위협 등으로 발생한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다시 밥을 나누며 자연 친화적인 공동체로 회복해 나가는 모습이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 권오철: 감독님 말씀을 듣다 보니, 결국 이 거대한 재난을 버텨내고 이기게 한 원동력은 '공동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오정훈: 그렇습니다. 흔히 공동체라고 하면 하나의 울타리 안에서 모두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떠올리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대화를 통해 조율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 발을 맞춰 나가는 것이 진짜 공동체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공동체의 모습이 바로 정뱅이 마을에 있었습니다. 주민들 간에 왜 갈등이 없고 이견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서로가 양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선을 지키고, 매일 밥을 같이 먹고, 수해 복구 노동을 함께하고, 술도 한잔 기울이면서 신뢰 관계를 조금씩 더 두텁게 쌓아 올리신 겁니다.
 
◆ 김영주: 처음부터 완벽한 공동체였기 때문에 재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아닙니다. 오히려 재난을 함께 해결해 나가는 고된 과정 속에서 우리가 진짜 공동체를 만들어가게 된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우리 마을을 '공동체, 공동체' 하고 계속 좋게 말씀해 주시니까 저희에게는 그게 기분 좋은 숙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공동체를 앞으로 어떻게 잘 유지해 나가야 하지?', '혹시라도 나중에 불협화음이 생겨서 마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여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우리 주민들은 '공동체'를 정뱅이 마을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로 결론지었습니다. 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는 성숙한 주민들이 되어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 권오철: 드디어 24일에 영화가 정식 개봉을 합니다. 감독님과 주민분들은 이 영화를 어떤 분들이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까?
 
◆ 안동영: 글쎄요, 저희가 이렇게 영화의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좋은 일로 스크린에 나왔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고, 처음에는 제 얼굴이 화면에 나오니까 조금 쑥스럽고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동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삶이 담긴 영화이고, 감독님이 워낙 이야기를 잘 풀어내 주셨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권오철: 감독님, 대전 지역에서는 어느 상영관에 가야 이 영화를 볼 수 있나요? 개봉관이 확정되었는지요?
 
◆ 오정훈: 현재 독립예술영화관 위주로 전국 개봉관을 잡고 있는 중입니다. 인터넷 포털이나 '오마이컴퍼니' 같은 플랫폼에 들어가셔서 미리 예매를 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권오철: 주민 두 분께 여쭙겠습니다. 이번 영화가 정뱅이 마을의 수해 이야기이긴 하지만, 결국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담론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게 될 관객분들이 극장을 나서며 어떤 점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는지 바람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안동영 선생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 안동영: <정뱅이>는 재난이라는 큰 아픔을 딛고 일어선 복구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재난은 결코 예견되어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언제 어디서 우리 주변에 닥칠지 모르는 일입니다. 관객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기보다는, 당장 내 주변과 안전을 한 번 더 돌아보고 살피면서 대형 재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영주: 저희가 영화에 출연하고 이렇게 홍보까지 하러 다니니까, 대단한 환경 운동가나 재난 전문가처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역시 2024년 7월 10일 새벽 4시 전까지는 재난이라는 단어와 전혀 상관없는 평범한 소시민들이었습니다. 수해를 직접 몸으로 겪고 난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기후위기'라는 단어가 책에만 나오는 글자나 머릿속 상상이 아니라, 내 삶을 위협하는 '실존하는 공포'라는 것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재난은 어떤 형태로든, 누구에게든 예고 없이 닥칠 수 있습니다. 정뱅이 마을의 수해 극복기는 아주 작고 미약한 하나의 사례일 뿐입니다. 영화제나 시사회를 다니며 보니 저희보다 훨씬 더 비참하고 큰 피해를 입고도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이재민들이 전국에 정말 많으시더라고요.
 
부족하지만 저희 정뱅이의 작은 사례가 밑거름이 되어, 많은 분들이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지구를 살리는 연대에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요즘 세태가 혼밥, 혼술이 당연시되는 각자도생의 시대잖아요.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는 문화처럼 여겨지지만, 막상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거대한 재난을 당하고 보니 나를 구해주고 돌봐주는 건 멀리 있는 일가친척이 아니라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이었습니다. 인간은 결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관객분들도 우리 영화를 통해 이웃의 소중함과 공동체의 가치를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권오철: 네, 와닿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오정훈 감독님께 여쭙겠습니다. 관객들이 어떤 마음으로 영화 <정뱅이>를 만나면 좋을지 마무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 오정훈: 결국 재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주민 한 분의 인터뷰 중에 "재난이 나에게도 올 줄은 정말 몰랐다"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이처럼 재난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 코앞에 닥친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평소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공론화하여 이야기 나누지 못했습니다.
 
다큐멘터리 <정뱅이>를 통해서 '진짜 재난이 닥쳤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부와 자치단체는 시스템적으로 어떤 방재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자원봉사 단체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피해를 입은 우리 이웃들에게 다가갈 때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다 함께 진지하게 토론하는 소중한 마중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극장에 많이 찾아와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 권오철: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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